장동석의 여성·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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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김영란법’으로 유명한 김영란 전 대법관의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는 대법관 재직 당시 판결했던, 한국 사회에 던지는 함의가 큰 10가지 사건의 의미를 되짚는 책이다. 대법관 재직 당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배려할 뿐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차원에서만 판결을 내려 ‘소수자의 대법관’으로 불리기도 했던 김 전 대법관은 이 책에서 대법원 판결로 보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2008년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사건은 일명 ‘김할머니 사건’, 즉 존엄사 논쟁이었다. 평소 자연스러운 죽음을 희망했던 김할머니 가족들이 병원에 연명 치료를 중단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시작된 이 사건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개인의 권리와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의 의무’가 충돌한 사건이다. 당시 대법원은 최초로 존엄사를 인정하는 판결을 냈지만 김할머니 사건은 최근까지 치료비와 관련한 민사소송이 이어졌고, 크게 보면 한국 사회에서 존엄사에 대한 논의의 장을 확산시키지 못했다. 의학의 발달로 삶과 죽음의 경계가 모호해진 상황에서 개인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으며, 국가는 어떤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할까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인 것이다.

성소수자들의 기본권과 사회 통념의 한계가 대립한 ‘성전환자 성별 정정 사건’도 있었다.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자, 특히 성전환자는 소수자의 전형이자 대표적 약자다. 법도 성소수자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은 2006년 ‘10년 이상 전환된 성으로서 가정을 이루어 살아온 성전환자의 가족관계등록부 정정을 허용’했다. 여전히 미흡하지만 성소수자의 헌법상의 권리가 인정된 것이다.

하지만 2011년 대법원은 ‘혼인 중이고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성별 정정을 허가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기도 했다. 소수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기보다 사회적 다수의 인식과 법적 안정성을 우선시한 판결이다. 김 전 대법관은 이에 대해 “겉모습만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판결”이라고 지적하면서 “타고난 ‘다름’을 드러내는 것을 가로막는 사회적 인식”이라는 아쉬움을 드러낸다.

호주제에 대한 판결도 김 전 대법관 재직 당시 있었다. 시대는 변한다. 변화하는 시대만큼 가족제도가 바뀌어야 마땅한데, 장남의 권한만을 강조하는 호주제가 대표적인이다. 전통과 관습에 대한 사회적 의식이 변하면 법도 변해야 한다. 더구나 전통이 헌법의 기본 원리에 반하는 것이라면 법적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사실 호주제는 민법 제정 당시부터 논란이 되었고, 오랜 갈등 끝에 2005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물론 호주제를 중심으로 한 가족법 체계는 그 자체가 전통일 수도 있지만, 일제의 재해석으로 왜곡된 측면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호주제가 폐지되고, 이후 사회가 어떤 가족체계를 취할 것이냐는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는 한 사회를 규정하는 법체계의 정당성 문제와 그것의 파급 효과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행간의 의미를 읽다 보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즉 김영란법의 탄생 배경도 찾아낼 수 있다. 오로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위해 애쓴 김 전 대법관 아니던가. 우리 사회, 아직도 신뢰할 만한 리더가 남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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