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것에 대한 감수성을 회복하자
살아있는 것에 대한 감수성을 회복하자
  • 여성신문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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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무리의 남자들이 ‘대마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사건이

있었다. 구속 사유대로라면 그들은 은밀히 대마초를 피우며 환각을 즐겼을

터이지만, 실제 이들은 직접 대마초를 피우지 않고 어떤 구체적인 용도를

가지고 대마를 사용했다. 그런데 그 용도란 어처구니없게도 ‘개를 살찌워

서 더 무게를 많이 나가게 하는 것’이었다. 이들 개 사육업자들은 개에게

대마초를 먹이면 살이 많이 붙어서 고기 값을 비싸게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몰래 대마를 재배해 개들에게 먹여왔다는 것이다. 이 어처구니없는 사

건은 우리의 축산업 현실, 그리고 우리 육식문화가 도대체 어느 지점까지

와 있는지 너무나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새 우리들은 육류중심의 식문화에 너무나 익숙해져서, 고기를 먹고

소비하는 일에 있어서는 ‘육질’이나 ‘특용성분’에 대한 관심 외에는 별

다른 문제의식을 갖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육질을 좋게 하기 위한 거세

기술이나, 고기의 특정 효용을 위한 유전자조작기술이 우리 나라의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는 ‘과학기술의 개가’라고 소개되는 상황에서는 그저 소고

기, 닭고기, 돼지고기만이 존재할 뿐이지 소, 돼지, 닭이라는 호흡하고 살아

움직이는 동물은 있을 수가 없다. 그들은 고기 덩어리를 만들어내고 우유와

알을 생산하는 단순한 ‘기계’일 뿐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저 ‘고기’로서 이런 동물들과 만난다 하더라도 그들을

‘기계’로서 우리 육체 안에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면, 또한 고기를 먹는

것이 거대한 생명의 ‘먹이사슬’속의 한 행위라고 생각한다면, 우리가 육

류를 소비하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하

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이 동물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살아가고 어

떻게 취급되며 어떻게 죽임을 당하는가, 그리고 인간을 위한 고기 생산 과

정에서 숲을 비롯한 생태계가 어떠한 파괴과정을 겪는지를 아는 것이다.



가축들이 사는 모든 축사는 독한 살충제와 항생제로 범벅되어 있다. 밤낮

가릴 것 없이 형광등 불빛 아래서 성장촉진제와 항생제가 배합된 사료를 먹

고 자라는 닭들, 살만 비대하고 뼈와 근육은 발달하지 않아 뛰어다니지도

못하는 이들 축산 닭들은 알을 낳아도 품을 줄을 모른다. 빠른 시간에 고기

를 만들어내기 위해 풀과 조섬유 대신 역시 성장호르몬과 항생제가 배합된

곡물사료를 먹은 소들은 소화기관이 망가져서 내장이 바깥으로 삐져나오는

고통을 겪어야 한다. 그래서 축산업자들은 소의 되새김질 능력을 회복시키

기 위해 강제로 수세미를 삼키게 한다고 한다. 그뿐 아니다. 전세계 곡물의

40%가 가축사료용으로 사용되고, 그 곡물생산을 위해 엄청난 규모의 숲과

계곡이 파괴된다. 햄버거 하나를 생산하기 위해서 1.5평의 숲이 망가지고 있

는 것이다.



우리의 육식문화는 살아 있는 생명에 대한 폭력과 학대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우리들은 그런 죽임의 문화 속에서 동물들의 절규와 고통 속에 존재하

고 있다. 인디언들은 사냥을 떠나기 전 죽임을 당할 동물의 영혼을 위해 정

성을 다해 예의를 올리고, 자신들의 사냥 행위가 생태계를 더 생기 있고 튼

튼하게 하는 한도 내에서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했다.



현재의 이 폭력적인 산업축산 문화는 재고되어야 한다. 인간의 고통에 대

한 감수성이 살아 있는 사회라면, 그 깊은 속에는 동물의 고통에 대한 감수

성, 모든 살아 있는 생명에 대한 감수성이 깊게 살아 있어야 한다. 인간에

대한 폭력과 지배는, 모든 생명에 대한 폭력과 착취를 기반으로 하고 허용

하는 문화와 결코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윤숙/ 여성환경연대, 에코페미니즘 세미나팀 꿈지모(꿈을 꾸는 지렁이

들의 모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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