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내각이 동성혼 허용 여부를 놓고 내년 2월 11일 국민투표를 시행한다는 계획을 승인했다.
호주 ABC 방송, 시드니 모닝 헤럴드 등 외신에 따르면 호주 내각은 12일(현지 시간) 회의에서 “동성 커플도 합법적으로 결혼할 수 있도록 호주 법이 바뀌어야 하는가”에 관한 국민투표를 시행하기로 했다. 국민투표는 의무투표제로 시행하고, 만일 투표 결과가 찬성 의견으로 기울면 호주 정부가 혼인법 개정안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 안건은 이날 이어 열리는 집권 자유당-국민당 연합 의원총회에 상정된다. 현지 언론은 주요 야당인 노동당의 뜻에 따라 이번 국민투표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야당 노동당의 빌 쇼튼 당수는 국민투표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람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줘야 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투표 결과가 반대 의견으로 기울 경우) 동성혼 반대 캠페인은 10대 성소수자들에게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주고 자살하도록 내몰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자유당 내의 대표적인 동성혼 반대주의자인 에릭 아벳츠 상원의원은 “국민들이 투표 전 동성혼 찬반의 의미와 결과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도록 홍보 활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호주의 성소수자 인권운동가·지지자들은 국민투표 시행에 반발하고 있다. 호주 사회 내 성소수자 혐오를 부각시켜 결국 성소수자들에게 해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맬컴 턴불 호주 총리는 전날 의회에서 “(국민투표에서 나온) 찬성과 반대 의견 모두 동등하고 공정하게 고려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턴불 총리는 지난 7월 총선 때 “동성혼 안건이 국민투표에서 국민 다수의 지지를 얻는다면 동성결혼을 합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호주에선 일부 정치인들과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동성혼 지지 합법화가 적극 추진됐으나, 2013년 대법원이 위헌 판결을 내리며 무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