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재단, 22~23일 ‘2016 여성회의 : 새로운 물결 페미니즘 이어달리기’ 개최

‘1세대 페미니스트’부터 ‘메갈리아 세대’ 페미니스트까지 160여 명 한자리에

‘메갈리아’ 이후의 페미니즘, 어디로 가야 할까

서로의 차이를 넘어 지속가능한 페미니즘의 길 함께 찾자

 

한국여성재단이 주최·주관하는 ‘2016 여성회의 : 새로운 물결 페미니즘 이어달리기’가 22일부터 23일까지 충남 아산 ㈜교원구몬 도고연수원에서 열렸다. ⓒ한국여성재단 제공
한국여성재단이 주최·주관하는 ‘2016 여성회의 : 새로운 물결 페미니즘 이어달리기’가 22일부터 23일까지 충남 아산 ㈜교원구몬 도고연수원에서 열렸다. ⓒ한국여성재단 제공

‘1세대 페미니스트’와 여성학자, ‘메갈리아 세대’ 페미니스트 등 160여명이 지난 5월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이후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페미니스트들은 강남역 사건 이후 촉발된 페미니즘 운동의 새 흐름에 관해 논의했다. 서로에 대한 거리감을 허물고 든든한 연대를 다짐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2016 여성회의 : 새로운 물결 페미니즘 이어달리기’가 22∼23일 충남 아산 ㈜교원구몬 도고연수원에서 열렸다. 한국여성재단(이혜경 이사장)이 주최·주관하고 충남여성정책개발원(원장 안정선)이 후원하는 행사다. 여성회의는 2011년부터 격월로 진행돼 올해로 3회를 맞았다.  

이혜경 이사장은 22일 개회사에서 “오늘날 한국 여성운동은 젠더에 기반한 폭력, 극단주의와 보수주의의 성장, 여권에 대한 저항 확산, 여성운동의 세계적 단절 등의 상황 속에서 거대한 도전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5월 강남역 사건 이후 여성혐오가 노골적 폭력으로 나타나는 상황에서 이에 맞서 행동하는 새로운 페미니스트 주체의 등장을 기쁜 마음으로 목격했다”며 “다양한 페미니스트들이 이번 대회에서 서로 소통하고, 함께 역동적으로 여성운동을 해 나갈 길을 모색하기를, 모두가 힘을 얻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김현미 연세대 교수가 강단에 올랐다. 그는 ‘메갈리아’로 대표되는 최근의 온라인 기반 페미니즘 운동이 “한국의 그 어느 페미니즘 운동보다 더 자장을 확대했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빠르게 횡단하며 놀랄만한 변화를 만들어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교수는 “메갈리아 세대의 페미니즘은 페미니즘의 ‘정동(情動)적 회로망’을 구성해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며 “이제 페미니즘은 평범한 여성들의 자기규정의 일부이고, 성평등은 여성과 일부 남성이 선택해야 할 생존의 자구책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대, 정체성, 관심사, 활동 기반 등이 상이한 페미니스트들이 과연 어떻게 연대할 수 있을지 물음도 던졌다. 김 교수는 “진보·보수를 아우르는 거대한 ‘남성연대’ 앞에서 페미니스트들이 페미니스트를 도와야 한다”며 “상호 존중과 연속적인 역사관 속에서 ‘구조적 해결’을 이뤄내는 데 협력하자”고 제안했다.

 

22일 개막한 ‘2016 여성회의 : 새로운 물결 페미니즘 이어달리기’에서 김현경 문화기획집단 영화야놀자 멤버, 난새 언니네트워크 활동가, 김신효정 씨(이화여대 여성학과 박사과정), 신미섭 페미당당 활동가, 용윤신 불꽃페미액션 활동가가 토론을 하고 있다. ⓒ한국여성재단 제공
22일 개막한 ‘2016 여성회의 : 새로운 물결 페미니즘 이어달리기’에서 김현경 문화기획집단 영화야놀자 멤버, 난새 언니네트워크 활동가, 김신효정 씨(이화여대 여성학과 박사과정), 신미섭 페미당당 활동가, 용윤신 불꽃페미액션 활동가가 토론을 하고 있다. ⓒ한국여성재단 제공

이어 여성학 강사인 정희진 씨가 ‘디지털 인간의 등장과 양성평등론의 문제-미디어, 혐오, 여성운동’을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정 씨는 “여성혐오 발화나 온라인상 여성 인권 침해 사례들은 ‘신자본주의 시대의 인생’과 ‘SNS 등 온라인 매체 시대의 영향’이라는 사회적 조건의 산물”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메갈리아의 ‘미러링’을 ‘남성혐오’로, 반 여성혐오 운동을 ‘남녀간 갈등 조장’으로 치부하는 최근 사회 분위기를 언급하면서 “초남성주의 사회인 한국에서 성차별 현실을 인정하는 것과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합의는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정씨는 1980년대부터 한국 여성운동의 주류 담론이 된 ‘양성평등 담론’이 그 단초를 제공했다고 봤다. 양성평등 담론이 “남성 중심적 논리”로 구성됐으며, “여성혐오에 대한 여성들의 저항이 ‘남성혐오’로 독해될 수밖에 없게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인간은 양성으로 구성돼 있지도 않고, ‘평등’의 기준이 누구의 삶을 기반으로 한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5월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 이후 등장해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다채로운 활동을 펼치고 있는 페미니스트들도 조명을 받았다. 페이스북 페이지 ‘강남역10번출구’, 부산 지역 페미니스트들의 모임 ‘부산페미네트워크’, 페미니스트 그룹 ‘불꽃페미액션’ ‘페미당당’ ‘RPO(리벤지포르노 아웃)’, 여성주의정보생산자조합 ‘페미디아’를 대표하는 여성들이 차례로 강단에 섰다. 이들은 살해당한 여성 피해자를 추모하고 여성폭력에 반대한다는 설립 취지에서 나아가, 다양한 페미니즘 아젠다를 아우르고 상호 연대를 확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강남역10번출구’의 운영위원 이지원씨는 “강남역10번출구의 시작은 여성폭력이었지만, 이제는 페미니즘이 아우르는 다양한 가치를 다루는 게 목표”며 성소수자 등 다른 그룹들과의 연대를 확장하는 등 다양한 활동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연결될수록 강하다’는 구호는 사실”이라며 “여성들은 내부의 끈끈한 결속과 연대를 통해 이미 페미니즘을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이것이 진정한 변화”라고 했다.

참가자들은 젠더폭력, 여성노동, 여성 정치세력화, 여성주의 문화운동, 생태주의와 여성, 퀴어 페미니즘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심도 있는 논의를 벌였다. 대회 폐막일인 23일엔 모든 참석자들이 각자 참가 소감과 각오를 다지는 시간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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