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여성 1인당 평균 출산율은 1.3명으로 세계 평균치 2.5명에 크게 못 미친다. 전 세계 국가 중 꼴찌 수준이다(인구보건협회 ‘2016 세계인구 현황’) 1.2명인 포르투갈과 몰도바 등에 이어 뒤에서 4위다. 지난 10년간 저출산 대책에 80조원 이상의 재원을 투입해 왔지만, 2015년 현재 합계출산율은 1.24명으로 실질적인 효과는 미미하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도 경제성장에 따라 혼인율 감소와 저출산 현상은 우리나라와 비슷했다. 그러나 이들 국가는 발 빠른 제도 정비로 출산율을 회복했다. 선진국의 저출산 대책에서 배울 점을 짚어봤다.

 

핀란드의 가족친화적인 사회환경은 많은 국가들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핀란드의 가족친화적인 사회환경은 많은 국가들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스웨덴

아빠 육아휴직 할당제 90일로… 부부 합쳐 육아휴직 480일

출산휴가는 남녀 모두 의무사용하고 남성도 석달 휴가 사용

 

프랑스

시민연대협약, 자유계약 동거를 가족 인정… 세금·의료보험 혜택도

자녀수, 소득 수준 따라 가족수당 차등 지급 ‘효과 톡톡’ 

 

독일

저출산 심각성 뒤늦게 자각해 육아휴직제도 과감히 개혁

휴직급여 수준 확 높여 남성 육아참여 적극 유도

 

일본

출산율 1.46 ‘경고등 켜졌다’ 인구문제 전담 부처 설치

남성 육아휴직 독려하는 ‘땡큐파파 프로젝트’ 도입

 

핀란드

정부와 기업이 손잡고 ‘출산축하 패키지’ 선물도

기저귀, 실내복, 목욕용품 등 1년 치 육아용품 전달

 

스웨덴은 긴 육아휴직 기간과 눈치 보지 않고 휴직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로 유모차를 밀고 다니는 아빠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Susanne Walström
스웨덴은 긴 육아휴직 기간과 눈치 보지 않고 휴직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로 유모차를 밀고 다니는 아빠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Susanne Walström

스웨덴, 남성육아 참여로 양육 부담 낮춰

스웨덴은 공공보육 인프라가 잘돼 있으면서 양성이 평등하게 보육을 하도록 제도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모범 사례다. 스웨덴은 남성에게도 육아휴직제도를 적용한 최초의 나라다. 또 출산휴가는 반드시 부모가 나눠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남성도 의무적으로 석달(daddy quota)의 휴가를 사용하며, 이를 통해 남성의 육아참여와 여성과 동등한 보육의 책임을 갖게 하고 있다.

특히 스웨덴의 스피드 프리미엄 제도는 가장 대표적인 정책 성공사례다. 1980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이 제도는 첫째 출산 뒤 30개월 이내에 둘째아이를 낳을 경우 그 사이에 직장에서 받는 월급이 낮아졌다 하더라도 첫째 출산 당시의 급여에 맞춰 육아휴직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올해부터는 아빠의 육아휴직 할당제를 90일로 확대해 현재 스웨덴에서는 부부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육아휴직은 총 480일이며 지원금은 기간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스웨덴 정부는 이번 제도 개편을 통해 부모들이 직접 육아 기간과 최대 급여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아빠들의 육아휴직 사용을 더 적극적으로 고려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프랑스, 유연한 가족 형태로 출산율↑

프랑스는 다양한 가족수당을 통해 가족부양에 대한 경제적 부담완화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기도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의 가족제도 개편을 통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자 했다. 시민연대협약(Pacte Civil de la Solidarité : PACS)이 대표적 사례다. 1999년부터 시행된 이 협약은 새로운 가족을 만드는 계약결혼의 한 방식으로 기존의 가족관계 외에 자유계약 형태의 동거를 새로운 가족형태로 수용한다. 결혼제도의 틀에 편입되기를 주저하는 젊은층에게 자유로운 커플결합의 형식으로 등장했다.

다소 파격적일 수도 있지만 이 협약으로 맺어진 두 사람은 법적으로는 독신의 지위를 유지하고 결합 후 배우자의 성을 따르지 않아도 되며, 계약관계 해지 시에도 법적인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다. 그에 반해 소득세, 재산세 등에서 단순 동거에 비해 세금상의 이점이 있으며, 의료보험도 파트너의 피부양자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프랑스의 경우 시민연대협약 효과는 분명히 있었다. 1970년대 이후 급속히 낮아진 혼인율의 정체가 계속되고 있다가 1999년 시민연대협약 제도가 도입된 이후, 협약 건수가 크게 증가해 2012년의 경우 전통적인 결혼 대 시민연대협약 건수의 비율이 3:2 수준에 이르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프랑스의 출산율은 1990년대 1.76에서 현재 1.98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또 하나의 사례는 자녀양육에 있어 가장 큰 부담인 비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세 미만 자녀가 둘 이상 있는 가족의 경우 자녀수와 소득 수준에 따라 가족수당을 차등 지급하는 정책 또한 과감하게 펼쳐나감으로써 출산율을 증대시키고 있다.

 

독일은 2007년부터 기존에 시행하던 육아휴직제도를 과감히 개혁했다. 3년의 육아휴직기간을 1년으로 줄이고, 대신 육아휴직급여의 수준을 높였다. ⓒ여성신문
독일은 2007년부터 기존에 시행하던 육아휴직제도를 과감히 개혁했다. 3년의 육아휴직기간을 1년으로 줄이고, 대신 육아휴직급여의 수준을 높였다. ⓒ여성신문

독일, 뒤늦게 부모 육아휴직 독려

독일에서 저출산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다뤄지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외국인들의 유입과 아동사망률의 감소로 인구수가 거의 비슷한 상태로 유지돼 왔기 때문이다. 지난 30년 동안 독일의 합계출산율은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낮은 1.3대에 꾸준히 머물러 왔다.

특히 고학력 여성들이 자녀를 낳지 않으려는 현상이 뚜렷했는데 고학력 여성 중 40%가 자녀가 없으며, 독일 남성의 경우 자녀를 원치 않는다는 비율이 4명 중 1명에 이른다는 조사결과도 있었다. 이는 독일의 전통적인 사회 분위기가 자녀 양육을 여성의 몫으로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성장 잠재력을 둔화시키고 있음을 뒤늦게 자각한 독일 정부는 출산을 여성들이 아닌 국가 차원의 주요 정책과제로 두고 가족정책을 추진하게 됐다. 그중에서도 2007년부터 기존에 시행하던 육아휴직제도를 과감히 개혁했다. 3년의 육아휴직기간을 1년으로 줄이고, 대신 육아휴직급여의 수준을 높였다. 또 맞벌이 부부들의 경우 부부가 교대로 육아휴직을 할 경우 급여 지급기간을 2개월 늘려 남성의 육아참여를 적극 유도했다. 그 결과 합계출산율은 다른 유럽 국가들의 평균엔 아직 미치지 못하지만 2007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현재 1.4에 이르고 있다.

일본, 아베 총리 저출산 대책에 ‘총력’

일본 정부 역시 그동안 많은 노력을 했지만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 1995년부터 저출산 대응 정책을 시작했지만 지속적으로 감소하다 최근에야 경제 상황의 호전과 함께 출산율도 개선되고 있다. 그렇지만 2015년 현재 합계출산율은 1.46으로 우리보다는 약간 높은 정도다.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펼쳤지만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남녀평등문화가 조성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2015년 10월 개각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인구와 아베노믹스를 책임질 ‘1억 총활약 사회 실현 본부’(인구문제 전담 장관급 부처)를 후생노동성에 설치하고, 새로운 저출산 대책을 펼치고 있다. 대책의 특징이라면 바로 사회기반 조성과 문화 개선이다. 결혼 단계부터 중점적으로 지원하고 직장에서 장시간 근로 개선노력을 통한 장기적인 저출산 대응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또 보육시설을 확충하고, 자녀 출산 이후 남성의 육아휴직을 독려하는 ‘땡큐파파 프로젝트’ 등도 그 사례다. 문화나 제도적 정비는 단기간에 효과가 드러나지는 않지만 적극적인 저출산 예방정책을 펼치고 있는 일본의 5년, 10년 후의 출산율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핀란드, 가족친화적 출산문화

핀란드에는 ‘출산축하 패키지(Maternity Package)’가 있다. 병원에서의 의료검진으로 임신이 확인된 여성들이 아이를 낳으면 국가 차원에서 기저귀나 각종 실내복, 목욕용품 등 12개월 동안 영아를 기르는 데 필요한 물품이 담긴 출산축하패키지를 지급한다. 이는 기업체와 연계해 이뤄지는데 2년마다 물품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고 육아용품 관련 기업들 간의 경쟁을 통해 품질 또한 믿을 수 있는 물품으로 구성돼 있다.

기업 측면에선 홍보 효과, 정부에서는 지원에 대한 금전적 부담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정책이다. 출산축하 패키지가 아닌 출산 축하금으로도 선택할 수 있지만 핀란드의 경우 95%가 출산축하패키지를 선택하고 있다. 이는 입양된 영아에게도 동일하게 제공되고 있다. 출산과 자녀 양육의 금전적 부담 해소에 효과적이다. 이같은 핀란드의 가족친화적인 사회환경은 많은 국가들이 벤치마킹을 하고 있다.

초저출산 국가, 한국의 저출산 해법은

우리나라는 지난 8월 25일에 국무총리 주재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 출산율 회복을 위한 보완대책이 확정됐다. 남성의 육아휴직과 일・가정양립 지원 강화, 가족문화 개선 등 가족정책과 연계한 내용이 대거 담겨 있어 적극적으로 저출산 회복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금전적인 지원과 함께 공공부문과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와 함께 중장기적인 기반을 다지겠다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저출산 예방을 위한 컨트롤 타워의 신설에 대한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저명한 인구학자 데이비드 콜먼은 우리나라의 저출산 현상을 가리켜 “2300년이 넘으면 단일민족으로서의 한국인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교육이 백년지대계인 것처럼 출산 역시 우리나라의 미래가 걸린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출산이라는 것은 자녀 양육, 가족 돌봄,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와 일·가정 양립, 경력단절 예방 등 사회·경제·문화적 요인들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

여성의 경제참여율이 70%를 훌쩍 넘고, 양성평등한 선진국으로 일컬어지는 국가들이 출산율이 높다는 것만으로도 양성평등한 관점에서 저출산 회복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저출산 해법엔 복합적이면서도 통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사회문화적인 관점, 인구의 문제가 아닌 양성평등의 관점이 중요하다.

이번 저출산 회복 대책을 통해 단순히 예산이나 법과 제도 개편이라는 국가적 차원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인식 개선과 양성평등 문화 확산 측면에서 이제는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극복해 데이비드 콜먼의 예언이 우리나라에서도 이뤄지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이명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
이명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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