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정치 주도하는

앙겔라 메르켈은 10년 전보다

주름 깊고 눈이 더 처졌는데….

 

박 대통령은 나라가 이모양인데

저렇게 탱탱한 얼굴 피부

유지하니 오히려 어색  

 

1954년생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수상(왼쪽)과 1952년생인 박근혜 대통령. ⓒ뉴시스·여성신문
1954년생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수상(왼쪽)과 1952년생인 박근혜 대통령. ⓒ뉴시스·여성신문

늘 이런 생각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어찌 저렇게 탱탱한 얼굴 피부를 유지하고 있을까. 너무 탱탱하다 보니 오히려 어색한 느낌을 갖게 될 정도였다. 반면 독일 소식을 접할 때마다 보는 앙겔라 메르켈 수상의 얼굴은 처음 집권했던 2005년과 비교할 때 주름은 더 깊어지고 눈은 더 처져서 피곤한 인상을 감출 수가 없다. 옷이나 메이크업도 초기에 주던 깔끔했던 이미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은 1952년생이고 메르켈 수상은 1954년생이다. 10여년 전에 비하면 할머니가 다된 듯한 얼굴로 메르켈 수상은 내년 총선에서 네 번째 수상직에 도전한다는 의사를 얼마 전 공식적으로 밝혔다.

한편 이름도 외우기 힘든 주사를 맞았고 그것 때문에 ‘세월호 7시간 의문’까지 증폭되는 상황의 박 대통령은 국민 절대 다수로부터 퇴진 요구를 받고 있다.

메르켈 수상은 집권 후 독일이 안정적인 경제상황을 유지하고 유럽연합 정치를 주도하는 위치를 굳히기까지 지도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사이 얼굴에는 깊은 주름이 생겼지만 헬무트 콜 이후 독일 역사상 처음으로 16년 임기를 지낸 수상이 될 수 있는 단계에 와 있다. 집권 초반 전통적 독일 복지국가의 기반을 붕괴시킬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았던 사회보장 개혁(일명 하르쯔 개혁)을 이끌었다. 중요한 정치적 동반자였던 국방장관과 교육부장관이 박사논문 표절 시비에 휘말려 사임하면서 정권의 도덕성 위기가 오기도 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 산업의 강력한 로비에도 불구하고 녹색당도 아닌 보수 기독교사회연합 당수로 탈원전·재생에너지 기반 산업 재편을 선언했고 2022년까지 독일은 모든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보수의 전통적 지지 기반으로 경제계에 등을 돌리는 조치를 취하면서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한 것이다.

유럽연합 확대 과정에서 시작한 동유럽으로부터 인구 유입과 최근 시리아를 비롯한 중동·아프리카지역에서 몰려드는 난민 문제는 최근 지방 주선거에서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선택(AfD)’의 약진으로 이어지면서 메르켈의 정치적 생명이 다했다는 전망까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브렉시트와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라는 격변기에서 오바마 임기가 다하고 프랑스 올랑드 대통령 재선 가능성이 극히 낮아진 상황에서 메르켈 수상은 향후 서구세계를 이끌고 나갈 거의 유일한 지도자로서 위상이 다시 부각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정치적 부침을 겪는 과정에서 인간 메르켈이 얻은 대가가 얼굴에 깊게 새겨져 더 이상 감출 수 없는 주름, 생기를 잃은 피부와 더욱 처진 눈이다. 이 얼굴로 메르켈은 아직까지 많은 독일인·유럽인·난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인간 박근혜는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탱탱한 피부를 유지하기 위한 피나는(?) 노력의 결과 무엇을 얻었는가?

“대통령이기 전에 여성이기를 이해해 달라”는, 더욱 성차별을 부추기는 발언을 한 남성 변호사 한명을 얻었다.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할 정도로 결기 있고 정의감 불타는 검찰을 얻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 권력의 풍향계에만 민감하게 움직이던 정치 검찰 아니었던가? 감시견이 아니라 권력의 애견 노릇을 한다고 비판받았지만 이제는 ‘종북좌빨’이라는 비판을 들을 정도의 ‘진보언론’을 얻었다.

공천 자리 하나 못받을까봐 노심초사하면서 친박의 눈치만 살피던 비박 정치인을 국가의 앞날을 걱정하고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말을 서슴지 않는 새누리당 투사도 얻었다. 메르켈 수상의 얼굴에서 읽을 수 있는 세월의 무게를 자신의 얼굴에 담기를 거부한 지금까지의 노력(?)이 얻은 결과다. 앞으로 더 많은 것을 얻기 전에 결단을 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이제는 숨어서 주사 맞지 말고 드러내놓고 맞을 수 있는 기회가 오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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