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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우리말 쓰기] ⑥ ‘보디가드’와 ‘어벤져스’

2022. 07. 01 by 곽민정 방송사 보도본부 어문위원

 

영화 ‘어벤져스’ 포스터
영화 ‘어벤져스’ 포스터

영화 ‘보디가드’를 기억하시나요? 당대 최고 팝스타 휘트니 휴스턴이 주인공으로 열연해 화제를 모았었지요. 영화 삽입곡들은 전 세계에서 오래도록 사랑을 받았고요. 저도 이 영화를 재미있게 봤는데요, 이번에 영화 정보를 검색하며 1992년 영화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30년 전에 이 영화를 보았다니 지나간 세월이 믿어지질 않더군요. 상대적으로 최근작이지만 ‘어벤져스’도 첫 개봉 이래 10년이 흘렀습니다. 그간 여러 연작을 선보이며 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지요. 우리 말글과 공공언어를 이야기하며 왜 영화 이야기를 할까 의아하실 텐데요, 바로 제목 때문입니다. 영화 제목이 공공언어는 아니지만, 대중의 언어생활에 적잖은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다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켜야 하는 맞춤법, 외래어표기법

일반 대중이 공공언어에서 불편하다고 꼽는 것 중 하나가 불필요한 영어 사용입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 ‘보디가드’나 ‘어벤져스’처럼 불가피하게 써야 할 때가 있지요. 이럴 때 따라야 하는 게 외래어표기법입니다. 외래어표기법은 기본 원칙 외에도 언어별로 상세하게 규정되어 있는데요, 많은 분이 외래어표기법은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이라고 오해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맞춤법의 일부로 꼭 지켜야 하지요. 더러 현실음과 동떨어져 동의를 못 하고 개인의 판단에 따라 쓰기를 고집하기도 하는데요, 이런 경우 언어 사용에 큰 혼란이 생깁니다. 2008년 ‘오륀지 해프닝’을 예로 들고 싶습니다. 당시 한 정치인이 orange를 ‘오륀지’로 적어야 한다고 주장했지요. 결국엔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이 일을 통해 ‘표기의 원칙’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알게 됐습니다. 개인이 인식하는 소리로 외래어와 외국어를 표기하면 혼란이 커진다는 것을 체감했지요. 말이야 오렌지든 어륀지든 오륀지든 어떻게 말해도 어지간하면 알아듣지만, 표기는 사정이 다르다는 것을요. 외래어표기법이 국민 모두의 생각과 기대를 그대로 반영할 순 없지만, 최대한 현실음에 가깝게 적는다는 목표를 가지고 원칙을 만들어 적용하는 이유입니다.

비젼 선포식 말고 ‘비전 선포식’  

다시 영화 제목으로 돌아와 볼까요? 외래어표기법에 따르면 ‘보디가드’는 맞고, ‘어벤져스’는 틀렸습니다. 10년간 시리즈물을 챙겨 보는 팬으로서 잘못된 제목을 볼 때마다 애석한 마음이 듭니다. 왜 ‘어벤저스’로 써야 하는지 국립국어원의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ㅈ, ㅉ, ㅊ과 같은 경구개음 뒤에는 반모음 ㅣ[j]가 연이어 발음될 수 없다는 한국어의 제약 때문에 외래어를 표기할 때도 ‘쟈, 져, 죠, 쥬, 챠, 쳐, 쵸, 츄’ 는 ‘자, 저, 조, 주, 차, 처, 초, 추’로 써야 한다.”

복잡해 보이지요? 핵심만 추려내면 ‘ㅈ, ㅉ, ㅊ 뒤에는 ㅏ/ㅓ/ㅗ/ㅜ 만 오고 ㅑ/ㅕ/ㅛ/ㅠ 는 올 수 없다’는 겁니다. 같은 이유로 vision은 비젼이 아닌 ‘비전’이 맞지요. 상품명에서 볼 수 있는 쥬스·죠스바·츄어블·쵸콜릿 등도 주스·조스바·추어블·초콜릿의 잘못이고요. 상품명은 고유명사여서 엄격한 적용이 어렵지만, 틀린 표기가 사용될 때 대중의 언어 사용에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기업들은 이런 점을 감안해 가능한 한 외래어표기법에 따라 상품명을 지어주시면 어떨까요? 덧붙여 공공기관과 기업에 이제 ‘비젼 선포식’ 말고 ‘비전 선포식’을 해주십사 부탁드려봅니다.

다음 글에서 ‘보디가드’를 한 번 더 다루려 합니다. body라는 단어 하나를 두고 대중이 왜 ‘보디’와 ‘바디’로 다르게 인식하고 표기하고 싶어 하는지 함께 돌아보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곽민정 방송사 보도본부 어문위원<br>
곽민정 방송사 보도본부 어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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