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군 실상 고발한 전직 하사관 민태련

▶희생자도 승리자 될 수 있음 입증한 진현숙

▶부당면직 소송중인 권지영·황말희

▶안티조선 박남철사건 공론화 사이트 감자순이

▶여성신문 인터넷 기자 이남경·이수영


여군 실상 고발한 전직 하사관 민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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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 여군위상 확립됐으면

“국가에서 여군 키운다길래 군에 내 인생을 걸어보리라는 포부로 입대했죠. 하지만 3년 동안 환상은 깨어졌고 아무런 대책 없이 사회로 내몰렸습니다.”

지난 6월. 국방부의 ‘여군인력확대추진’ 방안과 고학력 여성의 군 진출 소식이 심심지 않게 들려오던 시기에 접한 뜻밖의 제보였다.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여군의 실상에 대 해 처음 문제 제기한 이는 94년 군에 입대해 97년 전역한 전직 하사관 민태련씨(28)다.

전문대를 졸업하고 군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장군까지 되어보겠다는 꿈을 가졌지만 당시 여자하사관은 장교 진급의 기회마저 차단돼있어 의무기간이 지나고 제대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민씨가 고발한 내용이다.

여성신문에 여군차별대우와 여군정책의 허와 실에 대한 연재기사가 나간 뒤 국방부 기무처 소속 군인에게 “조심하라”는 경고까지 받았다는 민씨. 작년부터 운전학원강사로 일하고 있는 그의 삶은 이제 군과는 실질적 관련이 없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민씨가 여군 문제에 대한 취재에 응한 것은 ‘분노’ 때문이다. 직업으로 선택한 군에서 미래에 대한 비전을 잃고 한창 젊은 시절을 워드 작성이나 하다가 사회에 내동댕이쳐지는 여자하사관의 실상을 뒤로 한 채, “군대는 여성에게 평등하다”고 허풍을 떠는 국방부를 더 이상 봐줄 수 없었다고.

“여군이 사단으로 배치되었을 때 막상 부대는 이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된 상태여서 적응할 수 없었죠. 이제 여군도 병과교육을 받게 되었다지만 이를 위한 준비과정도 없는 상태에서 여군학교만 폐쇄해 버리면 결국 여군들만 피해를 입을 겁니다.”

물론 그의 용기가 세상을 바꾸어놓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민씨는 여군 정책에 대한 주먹구구식 국방부의 변명과 사회적 무관심에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말을 절감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나 진실은 소수의 용기로 인해 밝혀지는 법. 50년 여군 역사가 ‘금녀의 집’에서 버텨 온 힘겨운 발자취였다면, 평등한 여군의 위상 확립은 이제부터가 시작인지도 모른다.

조이 여울 기자 cognate@womennews.co.kr


희생자도 승리자 될 수 있음 입증한 진현숙

"미혼부 책임지는 그날까지 싸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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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년 7월 10개월만에 딸을 되찾아 모성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워준 미혼모 진현숙씨. 그해 3월 여성신문의 보도를 타고 알려지기 시작한 진씨의 문제는 우리 사회에 미혼모의 양육권에 대한 화두에 물고를 텄다.

진씨는 딸을 되찾은 후 자신이 직접 비슷한 처지에 있는 한 미혼모에게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란 편지를 여성신문을 통해 공개적으로 띄웠다. 진씨의 변모는 이뿐만이 아니다. 3월 한국여성대회에서 여성권익 디딤돌로 선정됐고, 그리고 올 가을엔 ‘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 여성공동체’의 일원으로 호주제 폐지운동에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딸과 함께 활동하며 이 운동의 성패가 우리 장래와 밀접하다는 것, 또 다양한 가정형태에서의 아동인권이 참 열악하다는 것을 절감하곤 합니다. 무엇보다 미혼부의 책임이 엄중히 물어지는 그날까지 여성운동을 계속할 겁니다.”

박이 은경 기자 pleun@womennews.co.kr


부당면직 소송중인 권지영·황말희, "법정투쟁으로 인생이 바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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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조직개편 과정에서 부당하게 면직처분됐다며 지난 2월 면직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했던(제568호 참조) 5명의 별정직 여성공무원. 그 가운데 서울과 부천에 사는 권지영, 황말희씨를 다시 만났다.

이들은 법정 소송으로 자기권리 찾기에 나선 것은 물론,‘반쪽짜리’공무원으로 대접받는 별정직 공무원의 문제를 언론에서 처음 보도할 수 있도록 제보하는 용기를 낸 취재원들이다. 또 그동안 이메일과 전화를 통해 꾸준히 추후소식을 전해주며, 일회적인 보도에 그치지 않고 기자로서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도록 항상 일깨워줬다.

예상을 빗나간 1심 패소 판결. 일반 공무원이 근기법보다 더 강한 보호조항을 포함하고 있는 국가공무원법의 적용을 받는데도, 별정직은 국가공무원법도 근기법상의 보호도 받지 못한다는 판결에 이들은 너무도 억울했다. 현재 항소중으로, 11월 23일 2심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8개월간의 법정투쟁 동안 이들에게도 변화가 있었다. 황말희씨는 이번 일을 계기로 대학시절 인연을 맺었던 인천여성노동자회에서 상담활동을 시작했다. 부당해고를 호소하는 내담자들의 상황이 남일 같지 않아서 더 일에 열중하게 된단다. 나머지 세 사람도 각자 공부와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있다. 하지만 복직될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는 결심은 다섯 사람 모두 같다.

“이제는 안이하게 살지 못할 것 같아요. 무슨 일을 하더라도 좀더 치열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들이 힘겨운 재판을 하면서 얻은 교훈이다.

이김 정희 기자 jhlee@womennews.co.kr


안티조선 박남철사건 공론화 사이트 감자순이, 자매애 파워 다시한번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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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순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조은숙씨가 안티조선 사이트 ‘우리모두’에 개설된 여성방 방장을 맡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인터넷 초보에다 여성문제에 별 관심도 없었던 그를 우리모두 사이트의 한 관계자가 지속적으로 설득했고, 얼결에 맡게 된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후배 여성시인을 폭행하고 성추행한 ‘박남철 시인 사건’이 터졌다.

"그저 피해여성이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과 토론을 계기로 성희롱 같은 문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펼쳐지기를 기대했을 뿐이죠.”

그러나 여성방에서 벌어진 활발한 토론은 자연스레 이 문제를 공론화시켰고, 이후 대책위가 꾸려지면서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만연된 문단내 성차별문제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 사건을 통해 자매애를 새롭게 깨달았어요. 피해여성만의 외로운 싸움에 그치도록 하지 않고 어떤 음해공작에도 함께 맞서 싸워 이슈화하면서 자매애의 파워를 확인할 수 있었죠. 또 그 과정에서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여성단체에 대한 신뢰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은 또다른 수확이라 생각해요.”

이렇게 열심히 뛴 결과 박남철 시인 사건은 현재 부안검찰로 넘어가 수사중이고 전국 600명의 네티즌이 피해여성 구명을 위해 서명하기도 했다.

낮에는 출판사 사원으로, 밤에는 방장으로 지난 6월부터 쌓인 피로로 “그 곱던 피부가 엉망이 됐다”며 웃는 조은숙씨가 최근 관심 갖는 부분은 여성의 여론형성 역량을 키우는 일이라고 전한다.

최이 부자 기자 bjchoi@womennews.co.kr


여성신문 인터넷 기자 이남경·이수영

여성신문과 함께 세상 '문'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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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경씨(사진 오른쪽)는 광고회사 카피라이터, 이수영씨(사진 왼쪽)는 번역작가이다. 하는 일로 따지면야 9시 출근 6시 퇴근을 도저히 지킬 수 없는 직업들이다. 이들을 창간 12주년을 맞은 여성신문 지면에 특별히 모신 것은 다름아닌 인터넷 기자로서 누구보다 열심히 뛰고 있기 때문이다.

평균 한 달에 두 꼭지의 글을 꼬박꼬박 올리는 이들의 열성은 반드시 여유있는 사람만이 인터넷 기자 활동을 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준 셈이다.

이남경씨는 ‘남자를 희롱하라’라는 고정 컬럼명까지 달고 올해 1월부터 지금까지 수고해주고 있다. ‘그렇게 좋으면 지퍼 한 번 내려봐’, ‘누구맘대로 레이디퍼스트’, ‘대표선수 꼭 남자여야 해’등 제목만 봐도 과격한 이남경씨의 글은 남편으로부터 ‘이상한 글쓰는 아내’로 불리다가 이제는 따끔한 비판도 서슴치 않는 애독자로 동참시키느데 성공했고 드디어 올해 명절부터 남편과 시동생이 설거지를 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소식까지 전하기에 이른다.

“아이를 낳은 후 세상과 단절되어 있다는 느낌을 끊임없이 받고 있을 때 <여성신문>에서 인터넷 기자 모집광고를 보고 바로 이거다 싶었다. 이젠 나와의 약속 때문에 그만 둘 수도 없다”

독자들이 가끔 보내오는 동감한다는 글을 볼 때마다 두려움을 느낀다는 이수영씨는 “내 생각에 찬성하는 동지들이 좀더 많이 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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