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현실 ‘다름’ 인정이 평화공존 첫 단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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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군릉을 방문한 남한시민 사회단체관계자들. 좌로부터 여성연합통일평화위원장 정현백(성균관대 사학과 교수), 민화협부위원장 김령성, '말'지 신준영 기자.

10월 9일 노동당 창건 55주년 기념행사에 초청받아,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연)의 지은희, 이경숙 대표와 필자, 이렇게 세 사람은 북에서 보낸 민항기 편으로 평양을 향해 출발하였다. 노동당 기념행사에의 참관이 여연으로서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그러나 시민운동단체들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 남과 북 모두가 난처한 상황에 빠지리라는 염려 그리고 지금까지 통일논의에서 소외되었던 여성들이야말로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불협화음이 생길 소지가 있는 북한 방문을 감행하게 되었다.

5박6일 동안 우리는 백만 명이 참여하는 열병식 및 군중시위, 횃불 행진 그리고 10만 명이 참여한 집단체조를 관람하였다. 붉은 꽃가지를 든 백만 명의 군중이 벌이는 매스게임, 김일성 광장에서 2∼3만 명이 함께 춤을 추는 횃불행진, 10만 명이 벌이는 집단체조 그리고 2만 명의 중학생이 참가한 카드 색션 등을 보면서, 그 규모와 예술성에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집단주의 사회가 아니면 보기 힘든 장관이었지만, 이를 통해 나는 우리와 북 사이에 놓인 개인주의와 집단주의 사이의 크나큰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우리는 단군릉, 개선문, 만경대학생소년궁전, 묘향산의 선물관 등을 관람하였다. 평양은 잘 짜여진 계획도시로서 절제된 균형을 갖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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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9일 노동당 창건 56주년 기념행사. 여성연합은 통일논의에서의 여성 소외구조를 개선하자는 맥락에서 이번 노동당의 초청을 받아들였다.

이번 방문동안 우리를 대하는 북측의 태도는 아주 신중해서, 여러모로 북한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 북측 관계자들은 가능하면 문제가 될 만한 장소의 방문은 일정에서 빼고자 하였고, 우리의 참관이 북한 TV에 방영되거나 선전용으로 이용되는 일도 없었다. 북측의 접대는 융숭하고 정성스러웠다. 열병식 마지막에서는 ‘6.15 공동선언을 실천하자’는 구호나 퍼레이드가 등장해서, 남북 공동선언을 실현하려는 북의 의지를 보여주었다.

이번 북한 방문에서 여성들이 얻은 성과는 남북 여성교류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한 점이다. 13일 우리 방문단 42명은 각기 부문별로 북측 관계자들과 따로 만날 수 있었는데, 여성연합의 세 대표는 인민문화궁전에서 홍선옥 조선여성협회 위원장과 종군위안부태평양전쟁희생자보상대책위원회 박명옥 부위원장 등을 만나 허심탄회하게 서로의 의견을 교환할 수 있었다.

우리는 그간의 남북 여성단체와 그 활동현황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였고, 앞으로의 교류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하였다. 특히 북의 여성들은 남한 여성들이 6.15 공동선언 실천을 위해 어떤 구체적인 운동을 전개하는지에 관심이 높았다. 그만큼 북측 여성들에게는 공동선언의 실천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었다.

이런 논의들을 종합하여, 여성연합과 북측 여성들은 내년 3.8 여성대회에 공동으로 참여하고, 이어 남북 공동선언의 실천방안을 둘러싼 남북 여성간의 토론회를 개최할 것을 합의하고, 연내 실무회담을 갖기로 하였다.

이번 방북을 통해 나는 북의 여성들에 대해서 이중적인 감정을 갖게 되었다. 한편으로 나는 순안 비행장에서 ‘반갑습니다’를 외치며, 눈물 흘리던 북한 여성들에게서 어떤 자매애를 가슴으로 실감하였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여성문제와 관련하여 남북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정치, 사회적인 참여에서 북측 여성들은 우리보다 적극적이었지만, 일상생활에서는 남한 여성보다 훨씬 순종적인 인상을 받았다. 북의 여성들은 술을 권했으나 마시지 않았고, 또한 ‘남조선 여성들이 담배를 피우는 것을 보고 놀랐다’는 북한 남성들의 말을 들으면서, 여성의 행동양식이나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보수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의 여성들은 다섯 달의 산전휴가를 누리고, 필요에 따라 탁아소에 아이를 맡길 수 있고, 어머니의 직업에 따라서는 1주일 단위로 맡길 수 있는 탁아시설도 있었다. 취학아동은 학교가 파한 후 저녁 6시까지 특기교육 등을 받을 수 있어서, 직장을 가진 어머니는 적어도 저녁때까지는 아이들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학급당 학생 수는 20∼25명 정도여서, 보다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남과 북의 만남은 먼저 이런 차이들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면서, 여성현실에 대한 상호비교를 통하여 보다 나은 제도나 체제를 만들어 가는 것이야말로, 젠더를 배려하는 남북의 평화 공존, 나아가서는 통일을 실현하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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