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 "늘어난 제작비·물가상승분 반영돼야”

관객 “수준미달 영화 흥행실패도 관객 몫인가”

지난 연말 서울시내 일부 멀티플렉스에서 영화 관람료를 인상한 이후 관람료 인상이 줄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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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람료를 인상하지 않고 있는 극장들도 설을 즈음하여 인상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사진·민원기 기자 minwk@womennews.co.kr

메가박스와 CGV강변 11에서 관람료를 7천원으로 인상한 데 이어 여타의 멀티플렉스들도 앞다투어 관람료를 올리고 있다.

강남의 씨네플러스, 씨티, 주공공이, 센트럴 시네마와 강동지역의 씨네월드, 한일씨네마가 지난해 12월30일부터 1천원 올린 7천원을 받고 있고 신촌의 씨네플렉스도 이달 1일부터 관람료 인상에 가세했다. 이에 비해 종로, 중구, 송파 등 나머지 지역의 극장들은 아직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23일 관람료를 올린 명보프라자를 제외한 MMC, 스타식스 정동, 중앙 시네마 등은 잠잠한 상태. 그러나 이들 극장들도 설을 즈음하여 관람료 인상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극장 관람료는 95년 6월, 6천원으로 인상된 뒤 지금까지 5년간 묶여 있었다. 그동안 관람료 인상시도가 있기는 했지만 IMF 등 경제적 어려움에 부딪쳐 번번히 무산되곤 했다. 그러나 영화산업이 성장하고 대형 멀티플렉스들이 늘어나면서 물가 인상분조차 반영되지 않은 현 관람료로는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한 극장관계자들이 관람료 인상에 나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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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극장관람료 7천원 인상 특위 이춘연 위원장은 “한국 영화는 질적, 규모면에서 크게 성장했다. 예전엔 30∼40명이 만들었다면 현재는 70∼80명의 스탭이 영화를 만든다. 또한 제작비도 크게 늘었다. 요즘은 서울관객 기준으로 20만명이 들어도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며 관람료 인상이 이윤을 더 남기기 위한 차원이 아님을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개봉된 영화의 제작비를 보면 <사이렌> 35억원, <비천무> 40억, <공동경비구역> 39억, <반칙왕> 14억5천만원으로 발표되고 있다. 그런데다 일부 영화를 제외하고는 해외판매가 지지부진하며 비디오 판권이나 공중파 방송국에 대한 판매 등이 모두 위축되어 있어 영화 제작비의 70∼80%가 극장 관람료에서 충당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정책연구실 김혜준 실장은 “관람료 인상은 현실적으로 타당하다. 다만 1천원을 한꺼번에 올린 것에 대해서는 관객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 소비자인 일부 관객들은 “비싼 제작비를 들여 수준 미달의 영화를 만들어놓고 흥행에 실패하자 그 손실분을 관객에게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나타냈다. 지난해부터 영화제작이 대작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로 작품성과 흥행에 성공한 영화는 많지 않다는 점에서 설득력 있는 얘기다.

그러나 영화 관람료 인상을 앞둔 시점에서 올린다는 사실 자체에만 흥분할 것이 아니라 우리 영화의 전반적인 시스템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먼저 지적되어야 할 것이 감독이 영화를 엮어내는 역량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스타 시스템에 기대거나 블록버스터화해 마케팅으로 승부하려는 경향이다. 꽉 짜여진 작품성이 담보되지 않고서는 다른 요소로 관객을 끌어들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렇게 쓸 데 없이 부풀려지는 제작비는 장기적으로는 관객이 부담하게 될 몫이다.

또한 영화보조금이나 기금의 투명성 여부를 가려야 한다. 관람료 6천원일 당시 366원이 문예진흥기금으로 책정되어 있었다. 문예진흥기금으로 걷히는 돈이 한 해에 160억원을 상회하는데 이 돈은 순수 예술장르에 대한 지원 등에 쓰이고 영화보조금으로 약 90억원 정도가 쓰인다는 게 김혜준 실장의 얘기다. 이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감시하는 역할 역시 관객들의 몫임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었다.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라 할만큼 수준높은 영화들이 만들어지고 관객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한해 개봉된 국내 영화들 중 <공동경비구역>이나 <리베라 메> 같은 영화는 작품성이나 흥행성 모두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올렸고 블록버스터는 아니었지만 독특한 작품 색깔로 사랑을 받은 영화들이 많았다. <쉬리> <텔미섬딩> 등의 영화는 일본에 수출되어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한국 영화는 현재 앞으로 더 크게 나아가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영화 관객들이 관람료로 더 내는 만큼의 권리를 관객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찾는 것도 한편으론 영화 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지은주 기자 ippe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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