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 동시입장의 주인공이었던 정은순 선수(31·삼성생명). 그는 인성여고 2학년 재학시 최연소 국가대표에 뽑혀 90농구대잔치 신인상과 92·94농구대잔치 MVP, WKBL 두 번의 MVP 수상 등 10여 년째 한국 여자농구의 간판스타로 활약하고 있다. 올림픽 세계 4강 신화를 이룬 후 처음 열리는 국내대회인 2001년 삼성생명 비추미배 여자농구 겨울리그를 앞두고 센터 전담 코치를 겸해 뛰고 있는 정 선수를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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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민원기 기자 minwk@womennews.co.kr

- 올림픽 개막식 남북 동시입장의 기수가 되었던 소감은

“3일 전에 통보를 받고 일생일대의 행운이라 생각하고 영광스럽게 기수로 입장했다. 다음날 시합이 있는 등 상황은 좋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이런 경사가 코트에서의 선전으로 이어진 것 같다. 국민에게 ‘농구선수 정은순’이라는 이름을 각인시키게 된 계기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렇게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는 것은 서울에 돌아와서야 알았다”

- 세계 4강 신화를 세운 올림픽에 대해 돌아본다면

“서양선수라고 겁먹지 말고 자신감 있게 우리의 실력을 발휘하면 통한다는 것을 느꼈다. 비록 진 경기지만 세계 최강 미국 전에서 선전해서 출발이 좋았다. 그 후 폴란드에게는 졌지만 뉴질랜드, 러시아, 쿠바를 이기고 8강에서 프랑스를 꺾었다. 개인적으론 부상으로 최선을 다하지 못한 4강 브라질전이 아쉽지만 세계의 벽은 그리 높지 않았다. 현지에서도 한국 여자농구에 대한 평가가 좋았다고 들었다. 개인적으로 그 벽을 깨고 보는 눈이 넓어진 시기가 이제야 왔다는 게 아쉽다. 이 경험을 그대로 물려주어 후배들은 더욱 좋은 성과가 있길 빈다”

- 이번 삼성생명과의 계약 조건은

“계약기간 3년에 연봉은 플레잉 코치 수당이 포함된 8천5백만원이다. 계약기간인 3년은 출산기간으로 예상되는 1년이 보장된 의미다”

- ‘주부 선수’라는 수식어에 대한 느낌은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새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더욱 열심히 하고 있다. 결혼을 발표했을 때도 많은 사람들이 선수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앞으로 출산 후 코트에 다시 돌아와서 결혼뿐 아니라 아이를 낳은 후에도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많은 여성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운동선수도 출산 후에 계속 하는데 하물며…”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내가 농구선수 생활을 계속한다는 것은 30대 전후반 여성들에게 어떤 의미를 줄 수 있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 체력적으로는 힘들지만 대신 농구를 보는 눈이 생겼다. 그것으로 체력 부족에서 나오는 부족한 점을 상쇄시킬 생각이다”

- 선수 생활 후 지도자 계획은 없는지

“지도자라고 꼭 한정지어 생각해 보지는 않았다. 여성 지도자가 프로무대에 전무하다는 점에서 나에게 기대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후배 선수들을 가르치는 일이 어렵다는 것과 감독이라는 자리가 불안정함을 알기 때문에 쉽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은퇴 후의 길은 선수시절의 명예를 지키는 방향이었으면 좋겠다. 공부(현재 용인대 3학년 재학)를 계속해서 후배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다. 농구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자리는 운동 그 자체 이외에도 행정·교육 여러 가지가 있다. 어떤 식이든 나에게 그 동안 투자해준 삼성생명 구단과 농구계에 다시 베풀 수 있는 길을 갈 것이다”

- 경기장을 찾을 팬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올림픽 4강의 인기를 몰아 그 성과를 국내에서도 보여주겠다. 한 게임 한 게임이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빅 게임이다. 좋은 경기 기대하실 수 있으니 경기장을 많이 찾아주셨으면 좋겠다”

류민희 객원기자 ryu133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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