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은 끝이 아닌 시작”

대통령 퇴진까지 주말 촛불집회 계속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이 발표되는 순간 국회 앞 거리에서 야외스크린을 통해 숨죽이고 뉴스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손팻말을 흔들며 함성을 질렀다. ⓒ이정실 사진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이 발표되는 순간 국회 앞 거리에서 야외스크린을 통해 숨죽이고 뉴스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손팻말을 흔들며 함성을 질렀다. ⓒ이정실 사진기자

“우리가 해냈다!”

9일 오후 4시10분께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이 발표되는 순간 국회 앞 거리에서 야외스크린을 통해 숨죽이고 뉴스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손팻말을 흔들며 함성을 질렀다. 감격에 겨워 눈물을 훔치는 시민도 있었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이하 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2시부터 ‘박근혜 즉각 퇴진-응답하라 국회 2차 비상국민행동’을 국회의사당역 2번 출구 인근에서 열었다. 이날 시위에는 주최 측 추산 1만여명의 시민이 참가해 탄핵안 가결에 환호했다.

경기 안양에서 온 정은희(46)씨는 우리가 해냈다며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정씨는 “우리가 주말마다 광장에서 촛불을 든 덕분에 탄핵안 가결이라는 계단을 올라왔다. 하지만 앞으로도 국민의 힘을 계속 보여줘야 오늘의 기쁨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오늘 국민의 목소리를 들었다면 헌법재판소(헌재) 판결을 기다리지 말고 당장 하야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영경(52, 서울 송파구)씨도 소감을 묻는 질문에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고 외쳤다. 김씨는 “탄핵안 가결은 당연한 결과”라며 “이때까지 토요일 촛불집회를 다섯 번 나갔지만, 앞으로도 헌재가 올바른 판결을 내릴 때까지 계속해서 촛불을 들 것”이라고 다짐했다.

수능시험을 치르고 국회 앞을 찾은 고3 학생도 있었다. 조영재(19, 서울 중랑구)씨는 “이전까진 수능을 준비하느라 촛불집회에 직접 참가하지 못하고 마음만 함께했다”며 “오늘 집회 현장에 처음 나왔는데 탄핵안이 가결돼 정말 기분이 좋다. 앞으로도 꾸준히 시위에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은 9일 오후 2시부터 ‘박근혜 즉각 퇴진-응답하라 국회 2차 비상국민행동’을 국회의사당역 2번 출구 인근에서 열었다. ⓒ이정실 사진기자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은 9일 오후 2시부터 ‘박근혜 즉각 퇴진-응답하라 국회 2차 비상국민행동’을 국회의사당역 2번 출구 인근에서 열었다. ⓒ이정실 사진기자

퇴진행동 대표를 맡고있는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국회 앞 시위 차량에 올라 “아직 광장의 촛불이 사라져선 안 된다”며 “박 대통령은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더라도 즉각 퇴진 의사가 없음을 이미 밝혔다. 박 대통령이 퇴진하는 그 날까지 우리는 광장에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퇴진행동은 이날 성명을 통해 “탄핵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촛불민심은 여전히 ‘즉각 퇴진’에 있다. 박근혜는 지금 당장 퇴진하라”고 밝혔다.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 성재호 본부장은 “국민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공범으로 새누리당, 재벌, 언론을 꼽는다”며 “오늘 탄핵안 가결과 함께 새누리당은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고, 재벌들도 이미 국정조사 청문회에 끌려와 망신을 당했다. 하지만 세 번째 공범인 언론에선 어느 한 사람도 역사의 단죄를 받지 않고 있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이어 성 본부장은 “공영방송에 정권의 낙하산 인사가 내려오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방송법을 개정해야 공영방송이 국민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평택에서 국회 앞까지 트랙터를 몰고 온 전봉준투쟁단 소속 시민도 “오늘 탄핵안이 가결됐지만, 우리는 앞으로도 할 일이 많다”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국정을 농단한 재벌들, 공범 세력들을 몰아내고 역사를 바로잡는 그 날까지 올겨울 광장에서 신나고 재미있게 싸우자”고 외쳤다.

한편 이날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은 투표수 299표 중 찬성 234표, 반대 56표, 기권 2표, 무효 7표로 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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