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둘러싼 여성권리에 관한 보고서

옥선희/ 비디오 칼럼니스트 oksunhee@netsgo.com

낙태를 소재로 한 케이블 TV용 영화 <사생활 A Private Matter>(연불, 스타맥스)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1962년, 아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일어난 사건을 윌리엄 니콜슨이 지적인 대본으로 요약했고, 조안 믹클린 실버가 1992년에 연출하였다.

주연을 맡은 시시 스페이식은 여배우로서는 평균 이하의 외모임에도 불구하고 <황무지>(73), <캐리>(76)에서의 빼어난 연기로 신인 시절을 성공적으로 마감한 후, <세 여인>(77), <광부의 딸>(80), <미싱>(82), <더 리버>(84), <마음의 범죄>(86), (91), <더 월>(97) 등 탁월한 연기가 요구되는 문제작만 골라 출연하는 좋은 배우다. <광부의 딸>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작품만도 4편. 이러니 그녀가 출연한 영화는 안심하고 보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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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은 한 가족의 행복한 순간을 기록한 사진들로부터 시작된다. 이 가족의 구성원은 4년째 TV 방송국에서 어린이 프로 진행자로 일하고 있는 주부 셰리 핑크빈(시시 스페이식), 성실한 교사인 남편 밥(에이단 퀸), 그리고 네 아이. 어느날 셰리가 신문을 읽다 수면제로 복용해온 디스터블이라는 신경안정제가 유해 약품으로 규정된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 평화로운 가정은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임신 중이었던 셰리는 남편과 함께 주치의를 찾아가 “기형아를 낳을 우려가 있다. 내 아내라면 주저없이 낙태를 권할 것이다”라는 말을 듣게된다. 임신중절은 2∼5년에 해당되는 실형을 선고받던 시절이었고, 고민에 빠진 셰리는 정신과 의사로부터 “자해 가능성, 극도의 자살 우울증” 진단을 받기에 이른다.

셰리는 익명을 조건으로 하여 친구인 기자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친구는 “모든 여성이 알야야 한다”며 이 문제를 1면에 보도한다. 이때부터 셰리 부부는 사직 권고를 받고 자녀들은 따돌림을 당하는 등 갖가지 불이익에 처하고, 사건은 전국적으로 확대된다.

약물 오남용, 낙태에 관한 여성의 권리와 건강 문제, 그리고 이에 대한 법적인 해석, 국민의 알 권리와 개인 생활 보호의 경계선, 언론의 보도 태도, 사건을 대하는 이웃과 대중의 반응 등 갖가지 이슈를 제기하며 영화는 셰리의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해 간다.

셰리는 기자들을 향해 “나같은 일을 당하지 마세요”라고 말한 후 낙태 시술을 위해 스웨덴행 비행기에 오른다. 그녀는 12주째에 낙태를 했고, 남편은 복직되었으나 셰리는 복직하지 못했으며, 두 명의 아이를 더 낳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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