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신/hshin52@yahoo.com

MBC <목표달성! 토요일>(매주 토요일 오후 6시 10분 방송)은 지금까지 방송했던 ‘꼴찌탈출’을 마감하면서 새로운 테마로 신개념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악동클럽’이 그것. 12월 서울예선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면서 공개오디션을 실시하여 끼 있고 재능 있는 학생들을 선발, ‘2001년 1월 가요계의 지각변동을 이끈다’는 게 이 프로의 야심찬(?) 기획의도다. 지금까지 서울과 전라도 지역의 예선과정이 방송되었고 앞으로 경상도, 충청도, 제주도, 강원도를 거쳐 1월 31일 경기도 지역예선을 마지막으로 전국 공개오디션이 종료된다.

일단 화려하다. 전국 규모에다 여러 학교장들의 추천사로 시작한다. 또 쟁쟁해 보인다. 제작진과의 1차 예선, 음악인으로서의 자질을 평가하기 위한 필답 테스트, 방송국에서 선정한 심사위원들의 평가라는 3개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선발과정 그 자체는 답답할 뿐이다(1차 예선을 제외한 나머지 테스트 과정이 방송된다). 음악인으로서의 자질을 평가하기 위해 <목표달성! 토요일>에서 준비한 질문내용은 성의 없기 그지없다. “음악의 3요소는 무엇인가”(슈베르트의 교향곡 <숭어>를 틀어주고) “다음 곡의 제목은 무엇인가”(물고기의 종류가 제목이라고까지 친절하게 힌트를 제시해준다).

심사위원들이 질문하는 내용은 의아스러울 뿐이다. 주량은? 여자친구는? 하는 시시콜콜한 신변잡기에 관한 질문을 한 뒤에는 노래와 춤을 보여주기를 권한다. 테스트에 참가하는 ‘끼’ 넘치는 학생들이 의기양양하게도 여기에 부응했다는 것은 물어보나 마나.

그들의 학교성적이 저조하다는 걸 집고 넘어가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들이 이른바 음주를 즐길 법적 나이에 이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소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운다는 사실을 걸고넘어질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그들이 말했던 끼 있고 재능 있는 학생들의 선정기준이란 것, 그리고 가수가 되고픈 ‘끼 넘치는’ 청소년들의 자기소개 방식이란 것이 시청률을 의식하여 청소년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이벤트 말고 무슨 의미가 있었는지. 학교 선생님들의 추천서와 추천사를 방패삼아 청소년들이 각종 입시제도를 종착역으로 삼고 있는 현 교육제도에서 맘껏 자신의 기량을 펼칠 수 있는 장(場)을 마련한 듯한 허울을 만들어낸 것 이상 무엇이 있는지 묻고 싶어진다.

‘제2의 HOT’만을 꿈꾸는 10대들과 애당초 음악에 관심있고 재능있는 젊은이들은 안중에 없었던 방송사의 ‘결탁(?)’은 어쩌면 예고되었던 것인지 모른다. 그동안 방송사는 음악프로그램의 얕은 오락성에 대한 비판, 이름만 달리한 스타들이 떴다가 사라질 뿐 진정한 음악인이 사라진다는 개탄과 함께, 스타를 제조해 내려는 매니지먼트 회사의 상업성과 음악을 찾지 않고 눈요기만을 좇는 시청자들에게 책임을 돌려왔다. 그러나 실제로 이러한 매니지먼트 회사의 병폐를 떠안고 있었던 건 방송사가 아니었을까.

청소년들이 입시터널에 가려진 자신의 재능을 선보일 다른 길은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은 보는 내내 씁쓸함을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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