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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락의 독특한 음악

파워풀한 무대매너

중성적인 음색 매력

우리나라 가요계에서 여성가수가 성공하려면 뛰어나게 예쁜 외모에 섹스어필한 몸매는 기본이고 그것을 ‘빵빵하게’ 선전해줄 마케팅 전략을 가진 거대 기획사를 등에 업어야만 가능하다는 얘기가 있다. 이중 어느 것 하나 갖추지 못한 박혜경은 댄스도 발라드도 아닌 모던 락이라는 자신의 음악을 고수하면서도 인기를 얻고 있어 주목을 끈다. 1집에서 ‘고백’과 ‘주문을 걸어’등의 곡을 히트시키며 15만장이라는, 여성가수로선 적지 않은 판매고를 올린 그가 두 번째 앨범 <02>를 들고 돌아왔다.

자구마한 체구에서 나오는 파워풀한 무대매너, 토크쇼에서 발휘되는 뛰어난 입담과, 외모에서 여느 여성가수와는 다른 ‘씩씩함’이 느껴진다. “그룹 활동할 때보다 솔로하면서 훨씬 더 씩씩해졌죠. 나의 색깔을 더 많이 보여주게 되었거든요”라고 말하는 그는 자신을 한마디로 ‘선머슴아’라고 표현한다.

이번 앨범도 역시 그룹 더더 때부터 같이 해오고 있는 작곡가와 호흡을 맞추었다. 박혜경 특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모던 락에 바탕을 둔 듣기 편한 발라드 풍의 경쾌한 노래들이 주를 이룬다.

박혜경 특유의 분위기를 오묘하다고 말하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그는 자신의 중성적인 음색 때문이라고 말한다. “생크림처럼 부드럽지도, 설익은 감처럼 떫지도 않다”며 자신의 목소리가 듣기에 아주 편한 소리는 아니라고 평한다. “그런 점이 때론 더 많은 대중들에게 호감을 주지 못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지만 그것이 또한 저만의 색깔을 만들어 내는 것이기도 하죠.”

우리나라 남자가수들 중엔 직접 작사작곡하는 싱어송라이터들이 많지만 여자 가수들은 흔치 않다. 이런 상황에 대해 그는 우선 여성이건 남성이건 아무리 실력을 갖고 있다고 해도 철저하게 만들어진 기획사 가수들한테 음반 판매에서 현저히 밀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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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시장을 움직이는 대부분의 팬층이 여성들, 여학생들이다보니 남성가수들보다 여성가수들이 실력만 갖고 살아남는다는 건 더욱 힘든 일이죠”라고 덧붙인다.

박혜경은 이번 앨범에서 ‘I can see’와 ‘비밀’ 두 곡을 직접 작사 작곡했다. 하지만 그는 혼자서 모든 작업을 해내는 그런 뮤지션이 되기만을 고집하고 싶지는 않다고 한다. “직접 새로운 작곡가를을 찾아 함께 내 노래들를 만들면서 성장하고 싶어요. 박혜경이란 가수를 만드는 적극적인 참여자가 돼서 나를 만들어 가는거죠.”

이번 앨범의 제목인 <02>는 하늘을 의미한다. “그룹에서 솔로로 나와 이젠 비상해야 한다는 의미죠”라고 말하는 그는 자신의 음악활동이 여자후배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게으르고 능력이 안돼서 여자후배들을 직접 키우거나 하지는 못하겠지만”이라며 겸손하게 시작한 말은 “임신해서 기타들고 나와 노래하는 세릴 크로우란 가수처럼 저도 결혼해서 아이 낳고도 기타 들고 나와서 열심히 노래할 거예요”라며 “그렇게 활동하는 나의 존재가 음악을 하고 싶어하는 친구들에게 하나의 아이콘이 돼주면 좋겠어요”라고 끝맺음을 한다.

박혜경, 그의 비상이 더욱 기대되는 건 그가 날아오를 공간이 매우 넓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오버그라운드와 언더그라운드 모두에서 어색하지 않은 도움닫기를 해온 그의 힘찬 비상이 기대된다.

한박 정미 기자 woodfish@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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