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정당, 세계 정치판 흔든다
페미니즘 정당, 세계 정치판 흔든다
  • 박윤수 기자
  • 승인 2017.02.14 10:47
  • 수정 2017-02-17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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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여성주의 정당

스웨덴 여성주의당 유럽의회 진출… 북유럽 정치문화 변화 이끈다

핀란드 여성주의당, 정당 등록 마쳐… 4월 지방선거 과감한 도전장

‘서프레제트’ 후예로 주목… 영국 여성평등당에 시선 집중

 

스웨덴 여성주의당(Feministiskt initiativ, F!) 당원들. ⓒF!/Paul Ström
스웨덴 여성주의당(Feministiskt initiativ, F!) 당원들. ⓒF!/Paul Ström

1월 21일 열린 ‘워싱턴여성행진’에는 전 세계에서 300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성차별에 반대하며 시작된 이 행진은 여성들의 정치적 투쟁 의지와 연대를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 됐다. 이보다 앞서 북유럽 핀란드에선 여성주의당(Feministinen puolue)이 정당 등록을 마치고 오는 4월 지방선거에 참여한다는 뉴스가 화제가 됐다.

정치와 페미니즘의 공존은 쉽지 않은 관계다. 여성 정치인 비율 자체가 낮을뿐더러 페미니스트 정치인을 찾는 일은 더욱 힘들다. 페미니스트라고 하면 남자를 혐오한다거나 분열을 조장하고 위험한 존재라는 딱지가 붙는 일이 흔한 상황에서 대중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 정치가들이 페미니스트임을 선언하기는 쉽지 않다. 폴란드의 한 극우정당 대표가 “여성들에게 투표권을 주면 안 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하지만 핀란드처럼 여성들이 직접 나서서 여성주의 정당을 조직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특히 양성평등으로 유명한 북유럽 국가들의 움직임은 유럽 전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스웨덴이 있다.

스웨덴의 여성주의당(Feministiskt initiativ, F!)은 2005년 좌파당 출신의 구드룬 휘만 등에 의해 설립됐다. 이후 서서히 지지율을 높여갔지만 의회에 진출하지 못한 채 오랫동안 비주류에 머물러 있던 ‘F!’는 2010년 지방의회와 2014년 유럽의회 진출에 성공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인종주의자를 페미니스트로 바꾸자”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2014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5.3%의 득표를 차지하고 비례대표 의원 소라야 포스트를 배출했다. 2009년 선거 때 2.2%의 득표율을 5년 만에 두 배 이상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 것이다.

스웨덴의 ‘F!’는 주변 국가로 확산됐다. 2015년 27세의 캐스린 린 크리스티안센은 노르웨이에 같은 이름의 정당을 설립했고 2016년 핀란드가 그 뒤를 이어 여성주의당을 정식 창당하는데 성공했다. 핀란드에는 1990년 ‘여성당(Naisten puolue)’이란 이름의 정당이 존재했으나 의회 진출에 실패하며 사라진 역사도 있다. 총선에서 두 차례 연속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 정당 등록을 새로 해야 하는 법률 때문이다.

이처럼 대중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사라진 여성주의 정당은 또 있다. 호주에서 2007년 창당해 2010년 해산한 ‘호주 여성이 원하는 것(What Women Want Australia Party, WWW)’과 1994년부터 2007년까지 존속했던 벨라루시아의 ‘여성당’(Nadzieja)이 대표적인 사례다. 1983년 창당한 아이슬란드의 ‘여성연맹(Women's Alliance)’은 1987년 6명의 의석을 확보할 정도로 성공했지만 1999년 ‘사회민주주의연맹(Social Democratic Alliance)’에 흡수됐다.

 

영국의 ‘여성평등당’ 당원들의 모습. ⓒWomen's Equality Party
영국의 ‘여성평등당’ 당원들의 모습. ⓒWomen's Equality Party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여성주의 정당은 2015년 5월 창당한 영국의 ‘여성평등당(Women's Equality Party)’이다. “평등은 모두를 위해 더 나으니까”를 슬로건으로 내건 여성평등당은 지난해 11월 ‘서프레제트’를 이끈 에멀린 팽크허스트의 고향인 맨체스터에서 첫 전당대회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소피 워커 여성평등당 대표는 브렉시트의 여성 이슈나 테레사 메이 총리의 여성정책 등에 대한 적극적인 지적으로 눈길을 끌었다. 창당인사 중 한명인 유명 코미디언 샌디 톡스빅은 테드 강연에서 여성평등당 창당 과정을 밝히기도 했다.

여성 대통령이 한명도 없었던 미국에는 의외로 1872년 빅토리아 우드헐이라는 여성이 여성평등당이라는 정당을 만들고 대선 후보로 나선 역사가 있다. 여성 참정권이 제정된 1920년보다도 훨씬 앞선 일이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몇 개의 여성주의 정당이 있었지만 양당제 중심의 미국 정치 특성상 큰 주목을 받진 못했다. 그 중 평화와자유당(Peace And Freedom Party)은 1967년 베트남전쟁 반대운동을 통해 탄생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페미니즘 이슈를 강화했으며 대통령과 부통령 모두 여성이었던 2012년 대선을 비롯해 3명의 대통령 후보와 5명의 주지사 후보를 여성으로 내세웠다.

 

필리핀 ‘가브리엘라 여성당’ 당원들. ⓒGabriela Women's Party
필리핀 ‘가브리엘라 여성당’ 당원들. ⓒGabriela Women's Party

필리핀의 ‘가브리엘라 여성당(GABRIELA Women's Party)’은 전투적인 여성운동을 통해 태어난 정당이다. 1984년 마르코스 독재정권에 항의하는 마닐라 1만 명 여성 시위 후 설립됐다. 현재 이 정당 소속 의원인 리자 마자는 당시 집세 조정과 고문 반대 여성헌장 등을 주장하다 체포될뻔하기도 했다.

‘여성당’이란 이름을 걸고 있다고 해서 모두 여성주의 정당인 것은 아니다. 지난해 1월 탄생한 브라질 최초의 여성정당인 ‘브라질여성당(Partido da Mulher Brasileira)’는 여성을 위한 당을 표방하면서도 비페미니스트 정당임을 강조해 우려의 시선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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