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연대회의, 반성폭력 학칙제정에 박차

처벌보다 의식변화 꾀할 수 있는 징계를

지금까지 각 대학의 여성운동단위들은 성폭력 사건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조직해 사건의 해결과 올바른 성의식 확산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3년 전부터 이러한 노력은 더욱 구체화돼 ‘반성폭력 학칙 제정’이라는 궤적할 만한 성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 10일 이대 학생문화관에서는 ‘반성폭력 학칙제정운동 총화와 2001년 방향성 모색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행사는 관악여성모임연대, 이화여성위원회 등 96년부터 학칙 제정운동을 이끌어온 ‘학내 성폭력 근절과 여성권 확보를 위한 여성연대회의’가 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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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이대 학생문화관에서 열린 ‘반성폭력 학칙제정운동 총화와 2001년 방향성 모색을 위한 공청회’. <자료제공·동덕여대 학보사>

각 학교의 학칙제정운동 사례 소개와 모범 규정안 제시로 진행된 이번 공청회는 약 백여 명의 대학여성운동활동가들이 참여해 학칙제정에 대한 높은 열기를 보여줬다.

먼저 각 학교의 학칙제정운동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작성된 ‘학내 성폭력 근절을 위한 규정(안)’은 연세대 총여학생회장 우니(별칭)의 발제로 진행됐다. 이 규정(안)에는 “성폭력은 피해자의 합리적인 주관적 판단에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성폭력 사건의 정의와 이에 해당하는 대표 사례, “성폭력을 조사·심의·처리하는 과정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피해자 중심의 원칙, “성폭력 상담소는 독립적 위상을 갖는다”, “성폭력 사건에는 시효를 따로 두지 않는다”는 조항들이 명시되어 있다.

우니는 “감봉, 정학 등의 학칙에 근거한 가해자 처벌보다는 사회봉사, 공개사과 등 의식변화를 이룰 수 있는 징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울대 관악여성모임연대의 동전(별칭)은 ‘서울대 반성폭력 학칙 제정 운동 과정’에 대해 발제했다. 서울대는 국내최초로 반성폭력 학칙제정이 이뤄졌으며 성폭력 상담소도 운영되고 있다. 동전은 “학칙제정은 성폭력에 대한 추상적인 문제제기에서 구체적인 담론이 확장되어 이뤄진 성과물”이라고 소개했다. 또 현재 학생생활연구소 산하로 운영되고 있는 상담소를 독립기관으로 승격시키는 과제에 대해서도 말했다.

공청회에서는 “다양한 섹슈얼리티에서 일어나는 성폭력 형태도 포괄할 수 있는 학칙이 되어야 한다”, “여대를 위한 학칙은 제시된 규정(안)에 추가되어야 할 부분이 많다” 등 많은 제언이 쏟아지기도 했다.

수도권 대학 중 반성폭력 학칙을 제정한 학교는 서울대와 연세대뿐이다. 대학 내 여성운동단위들은 이번 공청회를 계기로 학칙제정운동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황주연 객원기자/인하대 4년 ihup-han@hanmail.net

한황 주연 객원기자(ihup_h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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