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월 정부 18부5처17청·공공기관 93곳 SNS 게시물 분석해보니
‘여성=주방일 담당’ ‘초보운전자’ 등 성역할 고정관념 투영
컴퓨터 바이러스=여성 꽃뱀 묘사해 여성혐오 조장하기도
사랑스러운 ‘썸녀’, 알고 보니 치명적인 컴퓨터 바이러스인 ‘랜썸(랜섬웨어)녀’? 최근 정부기관 SNS 홍보 콘텐츠 속 여성은 ‘위험한 유혹’, ‘갑질녀’, ‘남성의 바가지를 긁는 존재’ 혹은 ‘음식물 쓰레기 처리 담당’, ‘아이 돌보미’이다. 여성신문이 지난 7월부터 이달 14일까지 정부 18부·5처·17청과 93개 공공기관 페이스북 게시물을 분석한 결과다. “성평등 확산을 이끌겠다던 정부기관이 외려 젠더 고정관념과 여성혐오를 조장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꽃뱀이거나 진상이거나 청순하거나
지난 2일 대한민국 정부 공식 페이스북 계정엔 ‘랜섬웨어 예방법’과 함께 경찰청 공익광고 영상이 올라왔다. ‘오빠’를 연발하는 미녀가 알고 보니 위험한 ‘랜섬웨어’였으며, 따라서 현혹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내용의 광고다. 여성의 유혹에 넘어가는 남성 역을 맡은 시아준수는 “예쁜 미인한테 반해서 쉽게 그런 것들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의 뜻”을 담은 광고라고 설명했다. “여성을 손쉽게 꽃뱀, 범죄자로 표현하고는 유머로 치부하는 공익광고라니 불쾌하다” “이런 광고를 만든 경찰청도 문제고 이를 공식 계정에서 소개한 정부도 문제다”등 비판이 쏟아졌지만, 경찰청도 정부도 아무 조처를 하지 않았다.
여성은 ‘갑질’ 가해자로도 묘사된다. 정부 페이스북 계정은 지난달 12일 ‘갑질 및 부당처우 근절을 위한 정부 노력’을 소개하면서 남성에게 짜증을 내는 여성의 이미지를 사용했다. 또 백화점 직원을 상대로 막말과 협박을 일삼는 여성 고객의 모습을 그린 문화체육관광부 제작 공익광고도 함께 소개했다.
여성은 남성에게 중요한 일을 맡기고 구박·닦달하는 존재로도 그려진다. 한국에너지공단이 지난달 13일 올린 웹툰 ‘어린왕자 -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를 향한 세세의 여정’엔 남성에게 이사할 곳을 알아보라며 “늘 바가지를 긁고 구박하는 여성”이 나왔다.
생활 속 안전 위협요소 신고 절차를 안내하면서 세일러복을 입고 춤추는 여성 아이돌을 내세우기도 한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9일 올린 안전신문고 어플 홍보 영상이다. 산책로에 튀어나온 철조망, 뚜껑 열린 맨홀 등을 보며 불안해하는 여성들 앞에 남성이 나타나 문제를 해결한다는 내용도 진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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