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는 인권③] 전문가 4인 “인류 절반이 쓰는 생리대, 안전할 권리 보장하라”
[생리대는 인권③] 전문가 4인 “인류 절반이 쓰는 생리대, 안전할 권리 보장하라”
  • 이세아 기자·강푸름 기자
  • 승인 2017.09.13 08:12
  • 수정 2017-09-18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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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 사태’는 지난 3월 여성환경연대가 생리대 안전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강원대 김만구 교수팀에 연구를 의뢰해, 주요 생리대 10개 제품 모두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 방출이 확인됐다는 시험결과를 발표했다. 8월 말 특정 제품에 대한 부작용 사례가 늘어나고 앞선 시험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 총량이 가장 높게 나왔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생리대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시험결과를 통보받은 뒤 5개월이 지난 뒤에야 전수조사 계획을 발표했다.



‘생리대 사태’ 긴급 좌담회

생리대 운동의 성과이자

중요한 임계점에 도달해 

이제 생리대 논란 넘어

여성 건강권 논의 시작해야

여성들의 경험, 증언 모아

공론화하는 게 중요


 

11일 여성신문 주최로 ‘생리대 사태 긴급 좌담회’가 열렸다.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 김신효정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이윤숙 한국YWCA 생명비전연구소, 김민지 풀뿌리 여성주의 활동가가 참석했다. 이들은 이번 생리대 사태를 “생리대를 넘어 여성의 몸과 여성 건강권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를 확인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제 여성들의 경험과 증언을 모아 공론화하고 여성의 몸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제도와 문화를 바꿔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11일 여성신문 주최로 ‘생리대 사태 긴급 좌담회’가 열렸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1일 여성신문 주최로 ‘생리대 사태 긴급 좌담회’가 열렸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 ‘생리대 사태’, 어떻게 보시나.

김민지(이하 김): 이번 사태 이후 저희 단체에 “생리대 실험 결과를 설명해 달라. 면생리대 판매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반면 “너희가 뭔데 이런 일을 벌이냐”는 항의도 많다. “어떤 기업의 후광을 입고 이러느냐”, “내가 생리대를 수십 년 썼는데 (문제없었으니) 너희 못 믿어”라는 분도 있다. 

이윤숙(이하 이): 2002년부터 일회용 생리대의 안전성 문제를 지적했고, 2003년 책 ‘꿈꾸는 지렁이들’도 냈다. 인터뷰도 많이 했다. 15년 지나도 변한 게 없다. 세상은 여성의 경험과 목소리를 존중하지 않는다. 요즘 화장품도 전 성분을 표기하는데 생리대는 제외다. 

이안소영(이하 이안) : 일회용 생리대가 국내에서 처음 판매된 게 1960년대다. 인구의 절반이 쓰는 생리대의 안전성을, 지난 50년간 누구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 이게 사안의 본질이다. 여성들이 고통을 겪었다는데, 언론과 연구자들은 지엽적인 사실 공방만 벌였다. ‘그 실험을 한 배경이 뭐냐’고 따지는 식이다. 실망스럽고 안타깝다. 생리대 이슈가 아니었다면, ‘여성단체가 제기한 월경 문제’가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과학적 의혹 검증 공방으로 흘러갔을까. 생리대를 넘어 여성의 몸, 여성 건강권을 대하는 우리 사회 태도를 확인한 사건이었다. 

: 그래도 여성들이 ‘내 몸이 증거다’라며 발화하기 시작하고, SNS와 여성환경연대 등 여성단체의 노력으로 이를 뒷받침할 데이터가 축적됐다. 생리대 운동의 괄목할만한 성과이자 중요한 임계점에 이르렀다.  

이안 :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고 본다. 월경과 여성의 몸, 그리고 화학물질에 대한 문화, 정책, 제도, 교육 전반을 성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생명, 안전 중심으로 물건을 생산·유통·소유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길 바란다.

 

“월경을 하나의 이미지로만 상상하는 사회, 여성의 경험, 목소리에 관심 없는 사회 아닌가”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월경을 하나의 이미지로만 상상하는 사회, 여성의 경험, 목소리에 관심 없는 사회 아닌가”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 여성들이 해외 유기농 생리대 직구에 나서는 등, 생리대 위기를 자력으로 돌파하려는 상황이다. 

: 여성들의 안전 요구가 기업의 이윤 추구 도구가 되면 안 되는데... 소비자본주의 사회에선 모든 문제가 개인화된다. 돈, 능력,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만 안전을 누릴 수 있다. 먹거리 이슈가 터지면 생협 회원 수가 급증하고, 대형마트의 친환경 코너가 커진다. 기업에 안전한 생리대를 요구했더니 몸에 좋다며 한방, 쑥, 녹차 등을 생리대에 넣어 가격만 올렸다. 국내 생리대 가격이 일본의 두 배 수준이다. 

김신효정(이하 김신) : 안전은 곧 건강, 계급의 문제다. 먹거리 이슈 이후로 대기업들이 유기농 먹거리 시장에 뛰어들며 시장이 커졌다. 생리대 이슈를 계기로 더 비싼 생리대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과연 안전할까. 무염소 표백했다는 해외 유기농 생리대도 안전하다고 확신할 수 없다. 

이안: 그렇다. 일회용 생리대의 구조는 대부분 비슷하다. 해외 유기농 제품이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 국가는 대체 뭘 하나? ‘가임기 여성지도’ 사태가 보여줬듯이, 국가는 여성의 몸을 임신출산 도구로 보면서도 그 기초이자 전제인 월경, 여성 건강 문제에 대한 기본 조사나 대책은 안 세우고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 식약처는 늘 시민단체가 문제제기하면 ‘과학적 검증 안 됐다’고 한다. 자기들은 노력하지 않으면서 문제만 제기하는 것은 의무 방기다.

- 월경과 여성의 몸에 대한 잘못된 인식도 여전하다.

: 월경통은 다양하다. 몸이 붓고, 가슴이 아프고, 어깨가 아프고, 피곤하고, 식욕 변화... 그런데 온라인에서 ‘월경’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배를 잡고 괴로워하는 이미지만 나온다. 월경을 하나의 이미지로만 상상하는 사회, 여성의 경험과 목소리에 관심이 없는 사회 아닌가. 아직도 10대 여성들은 월경 즈음 ‘이제 진짜 여자가 됐다’, ‘이제 진짜 조심해야 해’ 같은 말을 많이 듣고 있다. 월경이 수치스러운 일이라는 인식도 여전하다. 결석 허가를 받으려면 생리대를 검사받으라는 고등학교도 있다. 올 3월 서울시교육청이 ‘여학생인권가이드’에서 월경, 생리공결제 사용에 수치심이 들도록 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말이다. 

김신 : 면생리대, 생리컵 등 대안을 이야기하지만 사실 그게 더 힘들다. 내 질, 자궁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데 질 내에 손가락을 넣어야 하는 생리컵을 쓰라니? 대부분의 여성들은 거부감을 느낀다. 내 몸을 잘 모르니까. 그래서 월경통이 심해도 참거나 혼자서 해결한다. 말을 하지 않으니 질병으로 다뤄지지도 않는다. 남성들은 더 무지하다. ‘생리 좀 참았다가 화장실에서 처리해라’고 하기도 한다. 

이안: ‘여성의 몸은 정상적이지 않고 더럽다’는 관념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여성청결제, 질 세정제도 나왔지만, 여성의 질 주변은 사실 그 자체로 청결하다. 원래 냄새가 조금 나는 게 정상이다. 월경 기간에 이상한 냄새가 나는 건 일회용 생리대 속 화학물질 때문이다. 이런 것을 모르고 여성의 몸을 인위적으로 청결하게 하는 일은 비과학적이며, 여성의 몸을 교란하는 것이다. 

김신 : 질염은 낮은 면역력 때문에 발생한다. 얼굴에 여드름이 나면 위, 자궁이 안 좋은 건데 피부 시술을 받게 한다. 많은 여성 질병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산부인과에 가면 원인 불명이다, 스트레스다 하며 개인을 탓한다. 아직 생리통 약도 없다. 

 

“여성 인권, 건강, 소비, 성평등, 성교육 포괄하는 성 재생산권 논의할 때”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 인권, 건강, 소비, 성평등, 성교육 포괄하는 성 재생산권 논의할 때”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안 : 그나마 월경으로 인한 고통이 공통의 경험이라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이번에 생리대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될 수 있었다. 이런 문화가 진작 생겼더라면 여성들의 고통은 조금 더 일찍 해결될 수 있었을 것이다. 

: 변화도 눈에 띈다. 유튜브 등을 통해 생리컵 사용법이나 월경 관련 지식을 습득한 젊은 여성들이 늘고 있다. 최근 여고생들에게 성교육을 했는데, 한 학생이 ‘제가 이 구역의 탐폰왕’이라며 신나게 설명하더라. “탐폰 끈이 질 안에 들어갈까 걱정되면 팬티 고무줄에 살짝 끼워두면 괜찮다”, “처녀막 걱정 안 해도 된다” 니까, 다른 학생이 “(처녀막이 아니라) 질주름!”이라고 정확하게 지적하더라. 마치 10년간 생리컵을 쓴 사람처럼 잘 설명하는 학생도 있었다. 월경이 금기인 문화권에서도 이런 정보를 알고 발화할 수 있는 여성들이 많다는 게 고무적이었다. 

: 젊은 층은 성 지식을 온라인 등으로 습득하지만, 이전 세대는 무지하다. 공교육이 문제다. 남자의 몽정은 ‘남자’가 되기 위한 자랑스러운 통과의례고, 월경은 고통스러워 빨리 해치워버리고 싶은 거라고 가르친다. 월경이 내 몸을 알아가는 주체적 과정이자, 자연과 연결된 순환의 리듬을 관찰하는 과학적 경험일 수도 있는데... 월경을 커다란 철학적 차원에서 사유할 계기가 되는 몸 교육이 필요하다. 한국에서도 페미니스트 교사들과 손잡고 그런 교육을 해야 하지 않나.

김신 : 여성들이 내 몸의 생김새, 통증에 대해 숨김없이 말하고 나누도록 응원해야 한다. 개인이나 민간단체가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고 여성의 생애주기까지 포괄하는 성교육을 해야 한다. 여성은 생애주기의 2/3을 피 흘리며 보낸다. 하지만 월경과 여성 건강에 관한 국가 차원의 정보 제공·지원 서비스나 교육은 사실상 없다. 임신의 문제를 넘어서 여성 인권, 건강, 소비, 성평등, 성교육 등을 포괄하는 통합적인 성 재생산권(Sexual Reproductive Health Rights)을 논의할 때다.  

이안 : 계급과 세대, 정보 격차를 떠나 누구나 건강한 월경권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공교육은 요즘도 해부학적 지식만 가르치지, 일회용 생리대 사용법 등은 잘 가르치지 않는다. 그런 정보를 주위에서 접할 수 있건 없건, 대안용품을 구매할 수 있건 없건 모두가 월경에 대해 배울 수 있게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월경하는 몸에 대한 제도·문화적 배려도 필요하다. 생리휴가, 공결제가 ‘차별’이 되면 안 된다. 다른 리듬과 속도를 지닌 삶으로 봐야 한다. 공감과 배려가 필요한 문제다. 지난해 뉴욕 의회가 ‘무상 생리대 지급’을 의결했다. 일회용 생리대를 더 쉽게, 많이 쓰도록 하자는 취지가 아니다. 월경을 국가, 사회가 함께 논의하고 지원할 문제로 본 것이다. 

 

“일회용 생리대 1960년대부터 판매…생리대 안전성, 50년간 조사 안 해”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일회용 생리대 1960년대부터 판매…생리대 안전성, 50년간 조사 안 해”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 국가는, 우리는 앞으로 뭘 해야 할까. 

이안 : 우선 여성 대부분이 사용하는 일회용 생리대의 안전이 확보돼야 한다. 정부에 철저한 생리대 역학조사를 촉구한다. 조사 시 여성의 증언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길 바란다. 여성의 몸에 대해 설명하지 못하고, 관심과 의지도 없는 기존 과학의 언어만으로는 오랫동안 숨겨져 온 여성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없다. VOC 외에도 농약 다이옥신 프탈레이트 등 생리대에 든 모든 물질을 조사해야 한다. 

김신 : 동의한다. 역학조사에 젠더 전문가가 꼭 참여해야 한다. 단순히 생리대가 자궁에 무슨 영향을 줬는지가 아니라, 다양한 여성의 삶의 조건과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제대로 조사할 수 있다. 

이안 : 기업의 책임도 무겁다. ‘우리는 법적 기준을 지켰다’는 옹색한 변명이다. 기업이 윤리의식을 갖고 안전성이 검증된 제품만 만들어서 팔아야만, 생리대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저는 면생리대가 대안이라고 본다. 단 안전성 검사는 필요하다. 100% 안전한 것은 없다. 미국 여성단체 ‘지구를 위한 여성의 목소리’ 등은 최근 모든 생리용품에 대해 전성분표시제를 시행하는 ‘생리용품 알권리법(Menstrual Products Right to Know Act)’을 발의했다. 한국도 그런 장치가 필요하다.

: 여성들의 경험과 증언을 모아 공론화하는 게 중요하다. 미국에선 ‘탐폰 쇼크’ 파동 때 여성단체가 쇼크 증세 모니터링에 나서면서, 기업엔 관련 기금을 조성하라고 압박했다. 우리도 모니터링 기금 조성을 요구하거나, ‘페미니스트 정부’에 생리대 안전성을 담보할 입법을 요구하면 어떨까. 

김신 : 여성들이 소비자의 입장을 넘어 직접 의사결정·생산 과정에 참여할 수도 있다. 케냐, 르완다의 사회적기업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바나나 섬유·천연 종이 등을 이용해 생분해 가능한 친환경 유기농 생리대를 만든다. 노동자 대부분은 여성이다. 여성을 고용해 여성 건강을 위한 제품을 만들어 지역 내에서 판매해, 판매 수익이 지역 경제로 돌아가게 하는 식이다. 대기업의 절반 수준으로 가격을 책정해도 수익이 나온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가능하지 않을까. 

 

“여성들의 발화와 여성단체의 활약,  
생리대 운동의 성과이자 중요한 임계점”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들의 발화와 여성단체의 활약, 생리대 운동의 성과이자 중요한 임계점”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안 : 인도에도 여성 생산자들이 직접 일회용 생리대를 소규모로 생산하는 사례가 있다. 광고홍보 비용을 줄이고, 적정기술을 활용하면 낮은 가격에 생리대를 팔면서도 수익을 낼 수 있다. 

: 그런 기술이 있다는 게 너무 반갑다. 기업의 돈벌이를 위한 게 아니라, 인체에 안전하면서도 지역 생태계에 위협을 가하지 않는 생리대가 절실하다. 지금까지는 편의성이 리스크를 압도해왔다. 하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 생태계를 위협하지 않으려면 불편을 감수할 필요도 있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문제고, 그래서 월경 운동은 급진적인 운동일 수밖에 없다.

이안 : 국가 관리주의, 소비주의에 포박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시간 빈곤에 처한 상황에서, 생리대는 소비주의가 가장 손쉽게 파고들 수 있는 부분이다. 질문해야 한다. 왜 우리에겐 생리대를 빨 시간이 없나? 왜 내 몸을 관찰하고. 민간요법 등을 통해 통증을 다스릴 시간 없이 진통제만 먹어야 하나? 일회용 생리대는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결국 우리에게 부정적인 영향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명확한 자각이 없다면 이 문제는 계속 반복될 수 있다. 

일 중독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면생리대를 일일이 빨아서 말리고 살균하는 일은 너무 가혹한 일이다. 창문이 없는 좁은 고시원에 산다면 어떤가. 결국 월경 운동은 생태와 주거권, 노동과 삶의 속도의 문제까지 같이 고민하는 전방위적인 운동이 돼야 한다. 젊은 페미니스트들이 이에 더 관심을 갖고 바꿔 나가길 바란다. 

김신 : 에코페미니즘이 향후 여성운동의 한 중요한 방향이 될 거라고 본다. 환경 문제는 일상의 문제지만, 그간 페미니즘 운동의 후순위에 머물렀다. 페미니즘 운동이 남성과 동일한 권리를 가져서 동일하게 GMO 식품을 먹고, 원전 에너지와 일회용 생리대를 쓰기 위한 운동인가. 그러려고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투쟁했던가. 페미니즘의 성찰과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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