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죽음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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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결혼한 것은 천운이라고 생각해요. 전 정말 운이 좋았죠.”

‘남들 다하는 결혼’에 대해 장성환 대통령직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관이 ‘천운’이라고까지 하는 데는 그가 지나온 시간들을 보면 수긍이 간다.

전문대를 졸업하고 생계를 위해 공장에 들어갈 때까지 그가 지금처럼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게 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특별히 의식을 갖고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그저 너무나 열악한 노동환경과 자본가들의 횡포에 맞서지 않을 수 없었던 겁니다.”

그리고 92년 해고된 뒤 ‘전해투(전국 구속·수배·해고노동자 원상회복 촉구를 위한 투쟁위원회)’활동을 하면서 60차례 이상 경찰에 연행되고 3차례 감옥에 가면서 남들처럼 평범한 삶은 거의 포기했었다

그런 그가 99년 전해투 활동을 하면서 지금의 부인 이형숙(전태일 기념 사업회 사무국장)씨를 만나고 얼마 전에는 아이까지 얻게 되었으니 매우 특별한 일로 여겨지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사면복권 되자마자 ‘대통령직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이하 의진위)’조사관으로 임명된다.

의진위는 지난 15일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 출연했던 배우 송강호 씨와 이영애 씨를 명예 조사관으로 위촉했다. 의문사 사건들은 대부분 10년 이상씩 되는 사건들이어서 구체적인 증거물을 확보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무엇보다 사건 관련자들의 증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는 그런 증언을 유도하기 위한 홍보역할을 송강호 씨와 이영애 씨가 맡게 된다면서 명예 조사관들의 ‘활약’으로 증언자들의 증언이 봇물처럼 쏟아지길 바랬다.

의진위는 지난 권위주의 통치에서 민주화 운동과 관련하여 공권력에 의해 희생된 의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대통령 소속으로 2000년 10월 17일에 출범한 조직이다. 2년 한시적으로 구성된 조직으로 올해 9월 30일이면 진상조사는 일단락을 지어야 한다.

의문사라는 특수한 사건을 조사하는 시간으로는 너무 짧지 않느냐란 물음에 장씨는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같은 시민단체에서 기간 연장을 신청하려고 하고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9월까지 최대한 조사를 마무리해 놔야 하겠죠”라며 “이러한 활동을 통해 더 이상 우리 역사에서 이처럼 억울한 죽음들이 되풀이되지 않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박 정미 기자 woodfish@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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