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진흥기금모금 폐지에 이어 기부금품모집규제법까지

기업 기부금 금지, 공연 예술 치명타

문화계, 문예진흥원 재정자립등 모색중

행정자치부는 지난 3월 17일 기부금품모집규제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부금품모집규제법의 예외로 남아있던 조항이 삭제되는 개정안에 따르면 문화예술단체의 기부금품 모집과 문예진흥기금의 용도 지정 기부가 금지되고 문예진흥기금의 지방축제 사용이 금지된다.

이번 개정안은 “정부의 개혁과제인 ‘준조세 정리방침’에 따라 국민과 기업에게 부담이 되어온 준조세적 성격의 무분별한 기부금품을 일소하겠다”는 것이 그 이유인데 문화예술계는 “이러한 논리를 적용하는 것이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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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기부금이 금지되면 각종 공연과 지역문화행사 등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이하 민예총)의 정은희 씨는 “문예진흥기금중에 기업 기부금이 차지하는 액수는 거의 20%에 이른다. 특히 공연예술 분야의 기업지원은 큰 몫을 차지하는데 이 법이 시행되면 기업의 공연 지원 기부를 장려할 수 없게 된다”며 기부금 의존도가 높은 연극, 무용 등 공연예술은 고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 문화예술 단체가 공연이나 전시를 할 경우 순수한 입장 수입만으로는 소요 비용을 충당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기부금이 끊어지면 존립 기반이 흔들릴 것은 자명하다.

행정자치부는 “전문 예술법인의 기부금품모집만 금지하는 것이며 전문예술법인이 아닌 문화예술단체에 대한 기업의 자발적 기부는 허용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자발적이란 것은 ‘협조요청서를 보내도 안되는 등 어떤 요구도 없는 상황에서 제공되는 기부’라고 덧붙이고 있다.

또한 기업메세나협의회 문화정책과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 법에 따르면 기부하고자 하는 기업이 있다 해도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 그러므로 문화예술에 대한 기업의 지원이 사실상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번 개정안은 문예진흥기금 모금 조기폐지안에 이어 문화예술계의 큰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지난 연말 기획예산처에서는 “문예진흥기금 조성이 준조세에 해당한다며 2004년 말까지 허용된 문예진흥기금 모금을 2002년부터 폐지하고 문예진흥기금을 ‘공공기금’으로 전환해 기획예산처에서 관리하겠다”고 문예진흥원에 통보했다.

모금을 조기 폐지하는 대신 조성 목표인 4500억과의 차액에 해당되는 금액의 이자를 보존해 주겠다는 것인데 “이는 매년 모금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액수”라는 게 문예진흥원 관계자의 얘기다.

이러한 위기상황을 인식한 문화예술계도 현재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짚어 돌파구를 찾아보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민예총에서는 오는 17일 <위기의 문예진흥원 구조개혁방향>이란 주제로 포럼을 열 예정이다(오후 2시, 민예총 강당). 이날 포럼에는 문화예술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그 존립기반 자체를 위협받고 있는 문예진흥원의 바람직한 역할을 모색해 볼 예정.

민예총 정은희 씨는 “문예진흥원을 관으로부터 정치적인 외압을 받지 않는 민간단체가 되도록 하는 방안과 문예진흥기금의 운용을 다각화하는 방안이 중점적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기업메세나협의회 문화정책과 관계자는 “문화의 세기라고 말은 하지만 사회적 제도적 인식은 그와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정부나 기업의 문화예술지원이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낭비가 아니라 기업 이미지를 높여 오히려 상품 부가가치를 높인다는 인식이 필요한 때”라며 이번 개정안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지은주 기자 ippe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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