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그러진 우리들의 영웅-한국현대미술 자성록>

냉소적인 험담이라 치부하기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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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미술대학에서는 한국현대미술사를 가르치지 못한다. 큐레이터들은 전시를 기획할 때에 컨텍스트를 고려하지 못한다. 또 한국 미술의 진정한 선구자는 누구인지, 왜 원로화가들이 도판 편집으로 부단하게 과거사에 집착하는지에 대해 미술계의 어느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동안 아무도 얘기하지 않았던 이러한 것들에 대해 한 젊은 미술평론가가 입을 열었다. 류병학은 <일그러진 우리들의 영웅-한국현대미술 자성록>(류병학·정민영 지음, 아침미디어)에서 우리 현대미술사에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박서보, 이우환, 서세옥 사이에서 벌어진 ‘제작년도 스캔들’의 진상을 파헤쳤다.

우리 현대미술의 대표적 화가인 <묘법>의 박서보, 백남준과 함께 한국이 낳은 세계적 작가로 통하는 이우환, 추상 한국화의 개척자로 꼽히는 정세옥의 ‘제몫 찾아주기’에 나선 류병학은 “한국 현대미술의 선구자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욕망에 사로잡힌 이 세 사람의 도판편집 싸움이 한국현대미술사를 훼손했고 그 결과 미술대학에서 한국현대미술사를 못가르치는 불행을 낳았다”고 말한다.

위의 세 작가가 화집을 제작할 때마다 상대편 작가의 초기작품보다 앞선, 새로운 작품을 추가해 제작함으로써 자신이 현대미술의 선구자임을 주장해왔다는 것. 이것은 미술사가와 미술평론가들의 묵인 하에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결국 한국현대미술사 자체가 왜곡되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이다.

저자인 류병학은 1991년 계간 <외국문학>에서 비평가로 등단한 뒤 미술에 관한 비평을 써오는 한편 국내외의 각종 전시를 기획해왔다. 이번 책은 그가 월간 <미술세계> ‘한국미술 따라잡기’에 연재하던 것의 일부다.

현재 류병학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그가 거론한 세 사람을 포함, 미술계 어느 누구도 공식적인 입장 표명이 없는 상태. 다만 이 책의 내용이 그러한 스캔들만을 부각시키려 하지 않은 이상 그가 제기한 문제들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보는 것은 어떨까.

지은주 기자 ippe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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