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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림동에 사는 홍아무개씨(33)는 지난 1월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결혼 3년만에 어렵사리 임신한 아내 정씨(28)가 자궁근종으로 유산할 뻔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는 유산기가 있다고 산모에게 최소 2개월은 입원하거나 쉴 것을 권유했지만, 직장을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은 아내가 출근을 고집했다.

2월경에 하혈까지 하자 홍씨는 아내에게 휴직이 아니라 퇴직할 것을 조심스레 권해보았지만 이씨는 “여기서 주저앉으면 평생 전업주부 신세를 면치 못한다”며 출근을 강행했다. 요즘은 상태가 나아져서 2주일에 한번 정기검진을 받지만, 병원 진료시간에 맞추려면 여간 눈치보이는 것이 아니라고 홍씨는 전한다.

“결혼 전에는 출산휴가 신청하는 여직원들이 얄밉기도 부럽기도 했는데, 막상 임신 초기에 고생하는 아내를 보니 출산휴가 뿐 아니라 임신휴가도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더군요. 개인들의 임신 출산이 결국 사회 인력을 생산하는 것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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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엄마가 분유먹이고 싶겠어요”

광명시 철산동의 안아무개씨(35)씨는 “자연분만을 했지만 출산후유증으로 방광에 문제가 생겨 출산휴가 후 다시 출근했을 때 몸이 회복되지 않아 고생했다”고 말했다. 안씨는 “출산휴가 때 편히 쉬는 줄 알지만 애 젖먹이고 기저귀 갈고 살림에 손을 안 댈 수도 없고… 쉬어도 쉬는 게 아니예요. 그런데 어떤 이들은 옛날 어머니들은 애 낳자마자 들에 나가 일했네 어쨌네 하며 요즘 여자들이 마치 이기적인 것처럼 몰아가는데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덧붙인다.

실제로 산후조리를 충분히 하지 못해 오랫동안 고생하는 여성은 적지 않다. 출산 후 자기 몸을 돌보지 않아 고생하는 어머니들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출산을 경험한 여성들은 90일도 충분한 기간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여성들은 출산휴가의 확대는 산모의 건강 회복을 위해서 뿐 아니라 아이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부천시 대야동의 최아무개씨(34)는 “어떤 엄마가 모유 먹이고 싶지 분유 먹이고 싶겠습니까. 형편이 그렇게 안되니까 젖 말리는 약까지 먹고 비싼 분유 먹이는 거죠. 모유가 좋다고들 하고 나도 먹이고 싶지만 그림의 떡이죠. 결국 출산한 여자는 집에 들어앉으란 얘기나 마찬가지죠”라며 임신이나 출산에 대해 배려하지 않는 사회가 원망스러울 뿐이라고 토로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승권 인구·가족팀장의 ‘2000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실태 조사 보고’에 따르면 모유수유율은 1985년 59%에서 지난 해에는 0.2%로 크게 떨어졌다. 이에 반해 인공수유는 85년 15.6%에서 24.8%로, 모유 인공유를 섞어서 먹이는 혼합 수유는 25.3%에서 65%로 늘어났다. 특히 모유를 못 먹이는 이유에 대해 취업 때문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97년 6.1%에서 8.1%로 늘어났다.

이에 대해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는 ‘젖 먹이는 엄마에게 친근한 직장 만들기’를 제안한다. 모유수유를 원하는 여성을 위해 기업체에서 낮 동안 모유를 짤 수 있는 시간과 개인공간, 냉장고 등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출산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유·사산 휴가의 경우는 노동부가 행정지침으로 시행하고 있지만 유·사산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인식 때문에 이를 요구하기가 쉽지 않다.

고용주의 입장에서 출산휴가에 유·사산 휴가, 태아검진휴가까지 줘야 한다면 당연히 여성을 채용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모성보호를 기업에게만 부담시킬 것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분담해야 하며,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의 노동력을 생산하는 거시적인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주숙 한신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경제가 위기일수록 건강한 노동력이 필요하다”면서 “서구의 예처럼 모성보호를 확대해야 고급 여성인력이 사장되지 않아 장기적으로 국가에 이익”이라고 지적했다.

모성보호는 상실비용 아닌 투자비용

얼마전 출산한 딸의 아이를 봐주기 위해 명예퇴직한 홍제동의 이아무개씨(54)는 “어디 믿고 맡길 데도 없는데 나라도 애를 봐주지 않으면 어렵게 공부한 딸 앞날을 막는 것 아니냐”며 “출산휴가가 조금만 더 길면 모유를 제대로 먹일 수 있을텐데…” 하고 아쉬워했다.

6월에 결혼할 박아무개씨(30)는 “출산을 무슨 죄지은 것처럼 몰아가는 사회 분위기에서 애낳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진다”며 “시부모도 안계셔서 애를 낳아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여성들도 사회참여에 대한 욕구가 있고 경제적으로 맞벌이가 불가피한 상황인데도 출산 등으로 불이익을 받는다면 차라리 출산을 거부하겠다는 얘기다.

면목동의 김아무개씨(31)는 “출산휴가 2개월 마치고 부기도 안빠진 상태에서 출근하는데 너무 서러웠다”고 말했다. 현재 딸을 친정에 맡긴 김씨는 “가끔 친정 엄마가 외출이라도 하면 환갑이 넘은 아버지가 애를 보시는데 너무 죄송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어 속상하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또 “사회가 부담해야 할 몫을 개인들이 모두 떠안고 있다”면서 “다른 나라의 앞선 모성보호정책을 보면 이민이라도 가고 싶다”고 덧붙인다.

한국여성개발원 변화순 연구위원은 “여성의 노동력은 가정 뿐 아니라 사회가 요구하는 당위”라며 “기업도 모성보호를 선투자 개념으로 달리 의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기업이 인구변동에 따른 인력 수급을 감안할 때 여성인력을 쓰지 않고는 이윤을 창출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면서 “여성의 건강은 가정과 기업, 사회의 건강을 위한 필수조건이므로 모성보호는 상실비용이 아닌 투자비용”이라고 강조했다.

최이 부자 기자 bjchoi@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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