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생명 벌레도 함부로 죽일 수 없어”

“동물에 대한 사육과 매매, 도살 등이 여성과 아동에 대한 매매와 착취와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동물에게 고통을 주거나 죽이는 문화는 페미니즘과 양립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서구의 페미니스트들은 거의 대부분 채식을 하고 있다. 일부 페미니스트 모임은 공식적으로 채식을 권고하고 있기까지 하다.

최근 들어 우리 나라에도 채식을 실천하는 페미니스트가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오랫동안 개를 키우면서 특정 동물들은 애완동물로 보호받고 있는데 어떤 동물들은 가축이라는 이름으로 아무렇지 않게 감금되고 도살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했지만, 맛있는 고기맛을 거부하는 일이 쉽지 않았죠. 하지만 어릴적부터 고기를 먹어온 사람들이 자신의 입맛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많은 이론을 만들어내는 방식과 여성을 성적대상으로 소비해 온 남성들이 매매춘의 필요성과 남성의 생물학적 성욕에 대해 만들어낸 수많은 신화들은 매우 유사하다는 주장에 공감하며 채식을 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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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으로 만든 치킨, 햄 등 고기를 대신할 채식재료들도 많이 개발돼 채식의 여건이 더욱 좋아졌다.

채식한지 1년6개월 된 정고미라(대학강사)씨는 채식은 개인적인 기호가 아닌 정치적 문제임을 강조한다. “채식 후 벌레라도 함부로 죽일 수 없게 됐다”는 그는 현재 ‘지구사랑 베가’의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채식과 에코페미니즘’과 같은 논문을 통해 에코페미니즘을 전파하고 있다.

1998년부터 채식을 시작한 김은정(32, 대학원생)씨는 키우던 강아지가 집을 나간 후 “고기가 더 이상 음식으로 보이지 않게 됐다”고 전한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채식에 대해 소개한 책을 접했고, 생명과 환경에 대해 새로이 눈을 뜨면서 채식을 결심했다.

“채식은 비폭력 평화운동이라는 점에서 여성운동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여성들은 생명을 낳아 키우고 보호할 뿐 아니라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왔잖아요. 여성들이 앞장서 인간만이 존귀한 존재라 아니라 모든 동물도 우리의 친구이자 지구를 구성하는 존재로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채식을 한 후 피부 트러블도 없어지고 안색도 맑아졌다는 김씨는 “육식은 성인병을 비롯한 건강 문제를 야기할 뿐 아니라 다른 생명에 빚을 많이 지는 행위”라며 “동물의 고통을 외면한다면 여성을 비롯한 마이너리티의 고통에 무감각할 수밖에 없다”고 전한다.

한국여성민우회 가족과성상담소의 권수현 부장은 여성운동을 하며 지친 몸과 마음을 채식을 통해 치유하고 있다. 채식을 시작한지 9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처음에는 까다롭다고 원성을 사기도 했지만, 이젠 동지가 세 사람이나 생겨 도시락으로 해결하는 점심 시간이 즐겁기만 하다고.

“채식을 하는 남성 가운데 마초같은 남성을 거의 보지 못했어요. 기본적으로 생명에 대한 존중감이 있다면 여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겠죠. 그런 의미에서 채식이 세상을 구원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품어봅니다.”

최이 부자 기자 bjchoi@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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