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영화로 칸영화제 두 번 갔습니다
페미니스트 영화로 칸영화제 두 번 갔습니다
  • 이세아 기자
  • 승인 2018.06.04 17:15
  • 수정 2018-06-05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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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테르 벤 하니아 감독은 현대 튀니지 여성들이 처한 현실을 카메라로 포착해왔다. “‘문제적 감독’이고 싶다”는 그를 지난 1일 서울 서대문구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만났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카우테르 벤 하니아 감독은 현대 튀니지 여성들이 처한 현실을 카메라로 포착해왔다. “‘문제적 감독’이고 싶다”는 그를 지난 1일 서울 서대문구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만났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인터뷰] 카우테르 벤 하니아 감독

튀니지 여성인권 현실 다룬 영화 두 편

칸영화제 연속 초청…올해 아랍영화제 초청 방한

“평범한 여성이 보여준 용기에 감명받아 제작”

 

“‘이 영화는 실화입니다’라는 마지막 문장이 가장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영화 ‘뷰티 앤 더 독스’(2017)를 본 관객의 한줄평이다. 영화는 튀니지에서 일어난 성폭행 사건과 수많은 2차 가해를 적나라하게 다룬다. 경찰도 가해자인 세상, 홀로 의연히 문제 해결에 나선 여성의 이야기이다.

카우테르 벤 하니아(Kaouther Ben Hania) 감독은 현대 튀니지 여성들이 처한 현실을 카메라로 포착해왔다.  ‘뷰티 앤 더 독스’ 외에도 감독이 직접 튀니지 내 여성혐오 범죄를 추적하는 형식의 ‘페이크 다큐멘터리’ 영화 ‘튀니지의 샬라’(2013) 등을 만들었고, 칸영화제에 두 차례 연속 초청돼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1일 서울과 부산에서 개막한 제7회 아랍영화제 참석차 방한한 그를 만났다.

 

영화 ‘뷰티 앤 더 독스’ (2017) 중 ⓒ아랍영화제 사무국 제공
영화 ‘뷰티 앤 더 독스’ (2017) 중 ⓒ아랍영화제 사무국 제공

- 칸영화제 등 유수의 영화제 초청에 이어, 이번 아랍영화제에서도 ‘뷰티 앤 더 독스’ 토크 프로그램이 매진되는 등 관심이 뜨겁다.

“감사하다. 이 맛에 영화를 한다(웃음). 한국에서도 반응이 좋아서 행복하다. 아랍 영화와 튀니지 문화에 대한 관심이 반갑다. 한국에 대해선 잘 모르는데 조금 더 알아가고 싶다.”

- ‘뷰티 앤 더 독스’와 ‘튀니지의 샬라’를 ‘페미니스트 영화’라고 소개하는 데 동의하나.

“물론이다. 특히 ‘뷰티 앤 더 독스’의 경우 여성 주인공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가는 영화다. 튀니지에서는 무척 유명한 실제 사건에 기초한 영화다. 나약하고 평범한 여성이 어떻게 포기하지 않고 만연한 여성혐오와 협박을 극복하고 끝까지 갈 수 있었을까? 그 여성의 용기에 감명 받아 만든 영화다. 정의와 인간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관객들이 영화가 전하는 고통과 분노에 진실로 공감하길 바랐다. 강간당한다는 것, 가해자들에 맞서는 게 어떤지를 알려주고 싶었다. 전 세계를 돌며 만난 관객들의 반응을 보면 내 의도가 성공한 것 같다. 튀니지의 여성들과 여성단체도 이 영화를 반겼다. 얼마 전 튀니지 내 여성폭력 처벌법 제정을 계기로 튀니지 여성들이 기숙사 등에 모여 함께 이 영화를 보고, 토론하고, 비슷한 범죄를 당하거나 목격하면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등을 함께 홍보했다.”

- 다수의 한국 언론이 당신을 ‘문제적 감독’으로 소개했다.

“그거 정말 좋다!(웃음) 나도 ‘문제적 감독’이고 싶다. 내 영화가 많은 나라에서 상영됐지만 어떠한 공격이나 검열도 받지 않았다. 큰 변화다. 다른 아랍 국가에선 아직 공권력의 부패 문제를 이런 식으로 이야기할 수 없다. 튀니지 혁명이 있었기에 이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 이제 튀니지에서는 ‘뷰티 앤 더 독스’ 같은 영화를 찍을 수도 있고, 튀니지 문화부가 제작비를 지원하기도 한다.”

 

영화 ‘튀니지의 샬라’(2013)는 감독이 직접 튀니지 내 여성혐오 범죄를 추적하는 형식의 ‘페이크 다큐멘터리’ 영화다. ⓒ아랍영화제 사무국 제공
영화 ‘튀니지의 샬라’(2013)는 감독이 직접 튀니지 내 여성혐오 범죄를 추적하는 형식의 ‘페이크 다큐멘터리’ 영화다. ⓒ아랍영화제 사무국 제공

‘아랍의 봄’ 발원지이자

여성인권 위한 법제도 마련해온 튀니지

“튀니지 여성들이 오래 싸운 결실…

미투운동 칸영화제 시위 등 성평등은 시대적 흐름”

튀니지는 2011년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휩쓴 민주화 혁명, ‘아랍의 봄’이 시작된 곳이다. 반세기 전부터 여성 인권 신장에 힘써온 나라이기도 하다. 하비브 부르기바 튀니지 초대 대통령은 아랍 국가 중 유일하게 ‘여성해방’을 선언했다. 1956년 일부다처제, 일방적인 이혼과 강제결혼이 금지됐고, 여성이 이혼할 권리가 법적으로 인정됐다. 튀니지 여성은 1959년 투표할 권리를, 1973년 임신중절할 권리를 얻었다. 2011년 시민혁명으로 벤 알리 대통령의 독재정권이 몰락하면서 성평등 법제도 개혁 속도도 빨라졌다. 튀니지 정부는 지난해 성폭력 피해 여성과 결혼하면 가해 남성이 처벌을 면하도록 한 법을 폐지했다. 여성폭력을 금지하고 피해자에게 법적·심리적 지원을 제공하는 내용의 법안, 여성 인권 침해라는 비판을 받아온 ‘결혼지참금’ 풍습을 금지하고 딸과 아들이 유산을 공평하게 나눠 갖게 하는 내용의 법안도 내놓았다. 지난달 시민혁명 이후 첫 지방선거가 열렸는데, 출마자 절반이 여성이었다. 튀니지 헌법은 총선에서 남녀동수 입후보 제도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1일 제7회 아랍영화제 참석차 방한한 카우테르 벤 하니아 감독을 서울 서대문구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만났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일 제7회 아랍영화제 참석차 방한한 카우테르 벤 하니아 감독을 서울 서대문구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만났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 2011년 혁명 이후 튀니지 여성들의 삶은 점점 나아지고 있나. 

“그렇다. (지방선거 후보 중 여성이 절반에 달하는 것 등은) 큰 변화지만 새로운 일은 아니다. 튀니지 여성들은 여성 인권을 위해 오랫동안 싸워왔다. 독재정권 하에선 민주주의를 요구하며 함께 싸웠고, 혁명 이후 다시 여성 인권, 성평등 관련 논의가 시작됐다. 2014년 새로 제정된 튀니지 헌법에 ‘여성과 남성은 법 앞에서 완전히 평등하다’는 내용이 명문화됐다. 페미니스트들이 싸우고 로비한 결실이다. 튀니지 사회의 여성혐오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받아들이게 됐듯이 (성평등에도) 익숙해질 것이라고 본다. 그게 시대의 흐름이다. ‘미투(#MeToo)’ 운동이 전 세계로 확산된 것만 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최근 칸영화제에서 여성 영화인들이 ‘영화계 성차별 철폐 시위’를 벌이는 등, 영화계 내 페미니즘 논의가 활발하다. 튀니지의 상황은 어떤가.

“여성을 평가절하해 온 칸영화제의 변화가 기쁘다. 첫 여성 황금종려상 수상자가 2015년에야 나왔다는 게 말이 되는가. 튀니지에서도 여성 영화인들의 약진이 돋보인다. 튀니지 최초의 여성감독인 셀마 바카르(Selma Baccar), 무피다 틀라틀리(Moufida Tlatli)부터 젊은 세대만 봐도 레일라 부지드(Leyla Bouzid), 라자 아마리(Raja Amari) 등 다양한 여성 감독들이 활약하고 있다. 튀니지 문화부의 제작 지원 현황만 봐도 지원 대상 감독들의 성비가 50:50 수준이다.”

- 차기작은 어떤 내용인가.

“‘더 맨 후 솔드 히즈 스킨’(가제)는 시리아 난민에 관한 영화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남성 예술가가 주인공이다. 비극에 가까운 영화가 될 것이다. 늘 새로운 영역을 탐구하고 싶다. 나는 평생 학생으로 남는 게 꿈이지만, 불가능한 일이라서 영화라는 주제를 택했다. 내게는 새로우면서도 세계적이고 보편적인 이야기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카우테르 벤 하니아 감독 튀니지 영화학교 EDAC, 파리 소르본, 라 페미스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단편 ‘나, 나의 동생’(2006), ‘우든 핸드’(2013) 등으로 여러 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첫 극영화 ‘튀니지의 샬라’(2014)로 칸 영화제 등에 초청됐다. ‘뷰티 앤 더 독스’(2017)는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두바이국제영화제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찬사를 받았다. 이외에도 ‘아이맘스 고 투 스쿨’(2010), ‘자이넵은 눈을 싫어해’(2016) 등을 제작했다. 프랑스 파리에 10여 년째 거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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