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도시 사람중심 디자인 - 2

책이 빽빽하게 쌓여있기만 한 도서관은 더 이상 지식의 창고 역할을 하기 어렵다. 재미있고 호기심 넘치는 정보들이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다 해결되는데 굳이 발품을 팔아 도서관을 찾아 지적 호기심을 해결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장서의 규모와 도서관의 크기로도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지 못한다.

전시하고 진열하는 관람 형식에서 참여하고 공유하는 형식으로 문화소비 형태가 바뀌고, 운영자의 효율성이 아닌 사용자의 요구에 중심을 두는 사용자 중심 환경으로의 변화는 공공 공간을 준비하는데 있어서 핵심에 둘 내용이다.

 

서점과 맞붙어 카페와 레스토랑, 갤러리들이 구성되어있다. 반려견과 함께 온 사람들은 반려견을 묶어놓고 편하게 서점과 식당을 이용할 수 있다. ⓒ장병인
서점과 맞붙어 카페와 레스토랑, 갤러리들이 구성되어있다. 반려견과 함께 온 사람들은 반려견을 묶어놓고 편하게 서점과 식당을 이용할 수 있다. ⓒ장병인

공간의 반전이 필요하다. 도서관은 쾌쾌한 낡은 책들과 논문이 모여 있고 시험공부를 위해 가방으로 자릴 잡아놓고 엎드려 자는 곳이 아니라고 하려면 도서관은 사람들에게 지금 현재 필요로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도서관은 도시를 구성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자원이다. 하지만 도서관 이용도가 낮아지는 것은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따라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세계적으로도 추이는 비슷하고 사람들이 많은 중심도시보다 지역에선 그 이탈 현상이 더욱 심하다.

영국 런던의 중심에 있으면서 해외 이민자들과 도시빈민들이 주로 거주하는 타워햄리츠는 런던의 대표적인 낙후된 곳이다. 1998년 조사한 시민들의 도서관 이용 조사에서 시민들은 도서관에 불만족을 표시했다. 98%의 주민들이 도서관이 중요하다고 했지만 정작 70%의 사람들이 도서관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지방 정부는 2년간 주민들의 의견을 수집하고 낙후된 도서관 공간의 대안을 마련했다. 1. 도서관 개방시간 확대 2. 쇼핑 등 라이프 스타일의 연장선상에서 구축 3. 도서 확장 4. 다양한 정보와 서비스 제공 5. 평생교육 프로그램 등을 공간에 구성했다. 주민들 요구에 맞춰 ‘아이디어 스토어’란 복합문화공간 도서관을 만들었다. 도서관의 이름이 일반적인‘라이브러리’가 아닌‘스토어’다. 학습기관이나 교육기관이란 딱딱한 이미지와 책만 있다고 하는 인상을 피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하는 의도를 명확하게 느낄 수 있다. 복합문화공간 도서관 ‘ 아이디어 스토어’는 지역주민들의 사용이 증가하면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은 공간 혁신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손꼽힌다.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의 안내판. 컨셉별로 독립건물로 분리되어 있으면서도 전체는 하나의 서점으로 통일됐다. ⓒ장병인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의 안내판. 컨셉별로 독립건물로 분리되어 있으면서도 전체는 하나의 서점으로 통일됐다. ⓒ장병인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은 주출입구가 따로 없다. 각자 관심에 따라 서점을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간이 구성되어있다. ⓒ장병인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은 주출입구가 따로 없다. 각자 관심에 따라 서점을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간이 구성되어있다. ⓒ장병인

일본의 츠타야서점은 서점의 미래를 보여준다는 의미로 상업용 공간 이상의 혁신적 공간의 상징이 되었다.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은 도쿄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애완견들과 산책나온 사람들이 야외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주변 매장을 둘러보며 쇼핑도 하고 간간히 열리는 주차장의 야외 행사도 구경한다. 서점의 야외카페에 앉아서 오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야외공원은 마냥 여유롭고 한가롭다.

현대사회에서 라이프스타일이란 소비활동이며 삶의 전체를 아우른다. 영국의 아이디어스토어나 일본의 다이칸야마 츠타야는 도서관과 서점이라는 차이점은 있을 수 있겠지만 책을 중심으로 라이프스타일을 재구성했다. 다이칸아마 츠타야서점의 동선을 보면 다른 동선과 잘 어우러지게 자리잡고 있다. 책만 놓고 보던 관점에서 벗어나 공간을 구성하고 콘텐츠를 디자인하니 다양한 가능성이 생겨났다. 공간을 재구성하는 도시재생은 이제 라이프스타일을 형성하고 소비하는 공간으로 구성되고 진화할 것이다. 시간을 느리게 소비할 수 있는 공간, 우리가 새롭게 만들어가야 할 공간이다. 다이칸야마 츠타야의 시간은 아주 느리게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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