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여신이 되어 신남의 축제 벌이자”

불의에 대해 일어나고 분노하는 것이

사랑이다. 불의에도 친절한 것은 비굴이다 나는 분노를 아름다운 금목걸이로 바꾸는

영혼의 연금술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먼저 내 영혼의 옷을 벗었다

“지금 ‘미래에서 온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부드럽고 따사로운 목소리가 들린다. 문을 찾지 못해 두리번거리다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젖히니 화사하고 야(野)한 여신이 ‘신(神)이 나서’서있다.

현경(玄鏡)은 핫 핑크와 핫 민트와 불타는 붉은 색의 책 세 권을 들고 우리 곁으로 날아왔다. 미국 유니온신학대학의 교수로 종교의 경계를 넘나들며 창조적 신학을 해왔던 그가 들고온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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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권의 ‘현경순례기’<결국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거야>(열림원)와 지구 살림 민병대 여성 전사들에게 보내는 여신의 십계명을 담은 <미래에서 온 편지>(열림원)는 모두 13년전부터 현경에게 나타난 ‘그녀’의 비전에 관한 것이다.

- 새해인사를 해달라.

“많은 예언자들이 21세기는 여성적인 힘이 일어나서 가부장제 문화의 폐해를 치유할 것이라고 했다. 여성적인 에너지가 태어나서 세상을 구할 것이다.”

- 세 권의 책을 아이 낳기에 비유하면서 서문에 그 어려움을 얘기했다.

“나의 아이들(세 권의 책)은 10개의 비전에 대한 얘기다. 나는 13년 전부터 비전을 보기 시작했다. 신접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주 강렬한 에너지로 내게 왔다. 그러나 그때는 어려서 그것을 담을 그릇이 준비되지 않았었다. 서른 두 살 때였다.

그때 박사학위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었다. 아시아 해방신학을 소재로 한 나의 논문은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신학에 있어서 전혀 시도가 없었던 살아있는 아시아 여성에 대한 논문은 모두들 무모하다고 했다. 그러나 ‘더 이상 죽어도’ 죽은 서양 백인 남자의 제국주의적 신학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 즈음 키워준 어머니와 낳아준 어머니가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남편과의 위기도 함께 왔다. 내가 결혼한 사람은 혁명가였는데 그는 어느새 종교적 근본주의자가 되어버렸다. 기독교나 영적인 공부를 하는 사람에게 온다는 ‘영혼의 가장 어두운 칠흑같은 밤’이 그때였다. 나는 통곡을 하며 도와달라고 했는데 그때 여신이 내게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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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신이 어떤 도움을 주었나.

“서양 남자들의 신학 방법론 안에 아시아 여성의 울음소리는 들어오지 않더라. 그런 어려움 속에 있는 나에게 여신은 나의 상상력 안에서 보지 못했던 비전을 보여주었다. 또한 그는 나에게 논문에 대한 영감을 주었고 심지어는 죽은 신학자를 불러내어 세미나를 열어주기도 했다. 나는 그분 덕에 2년을 끌었던 논문을 두달 만에 끝냈고 우수 논문상도 받고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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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에 대해 말해달라.

“그녀는 신화적 세계로 나를 안내했다. 그녀는 너를 믿으라 네 안의 모든 것을 믿으라고 했다. 고마운 그녀에게 이름을 물었더니 권인이라 하더라. 한번도 본 적이 없었던 그녀를 나중에 알게 됐다. 내 삶의 궤적을 알게되는 이정표같은 것인데…. 그게 관세음보살의 중국어 발음이라는 알게 됐다. 중국에서는 관음이 여신이다. 세상의 울음소리를 듣는 관세음보살이 중국에서 트랜스젠더가 됐다. 어머니가 됐다. 민중들이 관세음보살을 여신으로 만든 것이다. 지독히 남성적인 유교 대신 여성적인 것에 대한 그리움이 남성 관세음보살을 여성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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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교의 경계를 넘나드는 선생의 강의를 학생들이 좋아한다는 얘길 들었다.

“대학에서 아시아 종교를 가르치라고 하더라. 불교 도교 등을 공부하면서 기쁨을 느낀다. 모두 다 구원인데 맛이 다르다. 기독교가 따뜻한 구원이라면 불교는 물처럼 시원한 구원, 도교는 바람같은 구원이다. 그러나 깊이 들어가보면 모두 인간을 해방시키는 구원이다.”

- 많이 깨지고 상한 여자일수록 그걸 극복만 하면 더 큰 생명력을 얻게 된다고 했다.

“나는 불의를 보고 분노하는 것. 억울한 것을 위해 싸우는 것도 영성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종교는 가부장적이라 여성들에게 인내를 요구한다.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는다’고만 가르친다. 그러나 나는 사랑은 오래 참지만 열번 매맞고도 참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가르친다. 불의에 대해 일어나고 분노하는 것이 사랑이다. 불의에도 친절한 것은 비굴이다. 나는 분노를 아름다운 금목걸이로 바꾸는 영혼의 연금술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먼저 내 영혼의 옷을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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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을 현경으로 바꿨다.

“나는 엄마가 셋이다. 그러면 오강장정현경이다. 그래서 성을 모두 떼고 이름의 뜻을 고쳤다. 아버지가 주신 이름은 어질 현에 구슬 경이었는데 도덕경의 현묘함에 쓰이는 현에 거울 경자로 바꿨다. 모든 것을 끌어안는 깊은 어둠에 거울 경은 모순적인 마술이다. 그 거울은 “거울아 누가 제일 예쁘냐”고 하면 바로 너라고 대답해준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여신들의 거울을 보여주고 싶다. 모든 것을 끌어안는 어둠. 모든 생명이 태어나는 태초의 어둠에 나를 비추었을 때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지금부터 호주제 폐지의 투사로 나설 것이다. 가부장제는 남자에게도 짐이다. 처자식 먹여 살리느라 남자들은 꿈을 버린다. 슬픈 일이다. 호주제가 없어지면 세상이 바뀔 거다.”

- 야한 것을 좋아하는가.

“나는 정말 야(野)한 것을 좋아한다. 기가 뻗치는 여자가 좋다. 그리고 색깔이 너무 좋다. 색깔의 구원을 믿는다. 그리고 여성들은 모두 도인이 되어야 한다. 이제 신남(신이 태어나는 것)의 축제를 벌여보자. ”

지은주 기자 ippe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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