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여성 통일의식 설문조사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우리 사회에 일어난 통일의식 변화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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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숙 대구가톨릭대 여성학과 교수가 대구지역 여성 427명(학생209명, 일반여성 2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통일과 북한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에 대한 이미지가 매우 혹은 비교적 좋게 변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여대생 55.3%, 일반여성 44.9%로 나타났다.

또 통일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여대생 61.3%, 일반여성 67.8%가 ‘민족화합과 발전을 위해 통일이 돼야 한다’응답했으며 ‘군사적 긴장완화와 평화유지를 위해서 통일이 돼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도 여대생 22%, 일반 여성 23.7%에 달했다. 이는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남은 분단국가에서 살고 있는 위기감의 반영이라고 분석된다.

‘가장 바람직한 통일 한국의 체제’에 대한 질문에서는 ‘남한식 자유민주주의체제’라고 응답한 사람은 여대생 54.6%와 일반여성 63.8%였으며, 여대생 6명 중 1명은 ‘통일만 된다면 체제는 상관없다’고 답했다.

대구 지역 여성들 대부분은 ‘남북한통일은 남북 주민들에게 큰 변화를 주므로 점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여학생 73.7%, 일반여성 68.1%)고 생각하고 있는 반면 ‘통일을 반드시 이룰 필요는 없다’고 대답한 비율도 여대생 4.8%, 일반 여성 6.9%였는데 남북주민간의 이질성(가치관,생활방식)과 경제적 부담(세금 및 실업증가)을 그 이유로 들었다.

통일 후 삶의 변화에 대해서는 여대생 66,8%, 일반여성 55.4%이 ‘대체로 어려워질 것’이라고 응답했고, ‘대체로 나아질 것’이라고 대답한 여대생은 25.5%, 일반여성은 33.8%였다.

통일비용과 관련한 질문에서 여대생 53.7%와 일반여성 61.2%는 ‘경제체제통합에 따른 혼란비용’이라고 대답했다. 여대생들은 북한주민들의 사회복지와 이질성 해소를 위한 교육 문화에 통일비용이 더 들 것이라고 답한 반면, 일반여성들은 사회간접자본이나 법체제 정비, 실업증가 등에 비용이 더 들어갈 것이라 답하여 통일을 반드시 이룰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통일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가’하는 질문에 85.1%가 능력에 맞게 지불하겠다고 대답했으며, ‘지불할 의사가 없다’고 응답한 사람은 일반여성 17.1%, 여대생 10.2%, ‘기꺼이 지불하겠다’는 여대생 1.5%, 일반여성 1.0%였다.

우리 국민이 한달에 통일비용을 위해 얼마를 지불해야 하겠는가에 대해서 1만원∼2만원 미만(여대생 34.1% 일반여성 35.5%)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흥미로운 것은 1만원 미만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여대생 19.8% 일반여성 26.6%로 일반여성의 비율이 더 높았지만 3∼4만원, 4∼5만원, 5∼6만원 이상으로 액수가 많아질수록 여대생집단이 일반여성집단보다 더 높게 나타나 실제로 가계를 이끌고 통일비용을 지불할 당사자인 일반여성들이 통일비용을 더 적게 지불할 것으로 보여진다.

남북한 관계 개선을 위해서 앞으로 우리 정부가 북한에 대해 더 많은 양보를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더 이상 양보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대답한 사람은 여대생의 82.7%, 일반여성의 82.1%로 대부분 현 우리 정부가 북한에 대해서 ‘할 만큼은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북한의 실상이나 통일문제에 대한 정보를 ‘주로 TV나 신문 등 언론매체를 얻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여대생 93.8%와 일반여성의 96.3%였고 여대생의 3.3%만이 특강 및 강연회를 통해 얻고 있었다. 따라서 북한과 통일에 관련해서 언론매체의 바른 보도가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이번 조사를 실시한 남인숙 교수는 “민족통합을 의미하는 문제에 여성이 배제된다면 완전한 통일은 있을 수 없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통일정책에서 여성들의 참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은 분명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그동안의 정부주도의 권위적이고 비민주적인 통일정책에서 벗어나 지방과 여성들의 의견까지 수렴하는 바람직한 통일정책을 마련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북 권은주 주재기자 ejskw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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