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도 갈 곳 없는 매춘여성들, 경찰과 쉼터 연계 필수

4월 초 통영경찰서는 한 매춘여성의 언니로부터 제보를 받았다. 통영의 적선지대, 속칭 ‘야마골’에서 성매매를 강요받던 또 다른 피해자 선영(가명?23)씨가 손님이 놓고 간 핸드폰으로 언니에게 연락을 취해 ‘살려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경찰은 선영씨를 구출해내고 포주 김모(48)씨를 검거, 수사에 착수해 김씨가 서호동 소재 모 여관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11일 오후 5시경 여관에 들어간 경찰은 뒷문으로 가정집이 연결돼 있는 것을 발견, 2층 골방에 갇힌 채 잠들어 있던 3명의 여성들을 구출했다.

선영씨는 경찰서에서 진술을 마치고 언니에게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나머지 3명의 여성들은 돌아갈 집도, 받아줄 시설도 없었다. 통영경찰서는 시경찰청에, 시경찰청은 도경찰청에 도움을 요청했고 도경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마산의 ‘해바라기 쉼자리’에서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돕겠다”고 나섰다.

복지관이나 쉼터와 같은 시설에서는 매춘여성들을 돌보는 일이 가출청소년이나 부랑자, 장애인, 가정폭력 피해자들에 비해 훨씬 어렵고 손이 많이 간다고 말한다.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을 완전히 박탈당하고 오로지 남자를 상대하는 것 외에 다른 일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말하는 것, 손을 씻고 밥상에 앉는 것, 밖에 나가 걷는 것, 물건을 사는 것 등 일상의 하나 하나를 새롭게 가르쳐줘야 한다는 것이다.

해바라기 쉼자리 역시 가출청소년을 위한 쉼터로 성인매춘여성을 보호할 수 있는 형편은 아니었지만 “이 여성들이 무방비 상태로 나가면 성폭력을 당하거나 다시 잡혀 들어가기 십상”이라는 사실을 알고 모른척 할 수 없었다.

실제로 경찰에 구조요청을 해서 빠져 나온 매춘여성들은 갈 곳이 없어 결국 다른 포주들의 손에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작년 2월 충북지역 유지인 40대 부부가 12년간 13명의 여성들을 철창에 가둬놓고 노예매춘을 강요한 사실이 드러나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에서도 여성들은 쉼터로 연계되지 못하고 ‘삼촌’(포주나 깡패)들의 감시 하에 행방이 묘연해졌다.

해바라기 쉼자리의 조정혜 소장은 “이번 사건은 경찰 측에서 발빠르게 협조해준 것이 다행”이라며 “경찰과 지자체가 민간단체와 연계되어 있지 않았다면 세 명의 여성들은 그대로 방치돼 다시 성매매를 강요당했을 지 모른다”고 말한다. 경남지역에서 몇 년 전부터 성폭력?성매매?가정폭력 등의 사건에 있어 민?관이 협조해 문제해결에 힘을 모아왔기 때문에 이같은 결과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마산.창원 등 지역에서는 해마다 4회 정도 지자체와 여성상담소, 쉼터 등 민?관이 모여 여성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개최한다. 물론 이런 자리가 그냥 마련된 것은 아니다. 몇년 전 경찰이 가출 청소년을 쉼터로 연결시키는 과정에서 성추행을 한 사건을 계기로 경남지역 여성단체들과 청소년 쉼터 등에서 경찰과 시?도에 강하게 문제제기를 했고 이런 활동은 여론의 힘을 입어 지자체와 경찰의 반성을 이끌어냈다.

해바라기 쉼자리 운영위원장 정순자(경남간호사회 회장)씨는 “여성을 술에 곁들이는 안주 정도로 치부하는 남성문화 때문에 인간으로서 도저히 상상하기 힘든 일들(노예매춘)이 아무렇지도 않게 사회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이 문제는 민.관이 힘을 모으지 않고는 풀어나갈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마산= >조이 여울 기자 cognate@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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