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보는 눈 한단계 높이세요
가족을 보는 눈 한단계 높이세요
  • 최규정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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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가족 역할 강요의 달’?!

흔히들 5월은 가정의 달이라 한다.

가족들과 함께 따뜻한 정을 나누라고 붙여진 또 다른 이름이다.

하지만 속내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가족역할 강요의 달’이 바로 5월이다. 어린이날은 아이를 위해 엄마 아빠 역할을 규격화하고 어버이날은 부모를 위해 자녀들의 틀에 박힌 효도를 강요한다. 가족 서로의 관계를 다듬기보다는 단절된 각자의 역할만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게다가 실제 그 역할을 하는 사람이 다름 아닌 우리 여성 -엄마, 며느리, 딸- 인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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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만리동에 사는 김지영씨(가명, 32세)는 5월이 즐겁기는 커녕 부담스럽고 귀찮기만 하다. “빠듯한 살림에 이것저것 지출이 많은 달이라 부담스럽죠. 하지만 정작 더 힘든 건 거기다 들이는 시간과 정신력인 것 같아요. 같이 맞벌이하면서도 남자들이야 뭐 하는 게 있나요? 게다가 요즘 남편이랑 이일 저일로 삐그덕거리는데 적당히 숨겨가며 사이좋은 부부 연기를 해야 하잖아요.”

여성관련 상담소의 경우 5월 중순을 기점으로 상담 건수가 급증하는 것이 보통인데 이는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 이후 상황과 유사하다고 한다. 그만큼 아줌마들에게 5월은 힘에 부치는 달이다.

가족은 하나가 아닌데...

보통 ‘가족’이란 설명이 필요없는 말이라 생각한다. 가족 하면 떠올리는 생각들이 다 거기서 거기기 때문이다. “그냥 자연스럽게 엄마 아빠와 아들 딸이 생각나죠. 그리고는 바로 그 집 아빠는 무슨 일을 하는지, 아이들은 공부를 잘 하는지, 몇 평 짜리 집에 사는지 뭐 이런 걸 얘기하곤 해요. 부부가 서로 얼마나 존중하는지, 아이에게 억압적인지 아닌지를 묻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이소영(37세, 경기도 부천시)씨는 그래서 아직도 새로 이사온 동네가 낯설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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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틀에 박힌 가족상은 우리 모두를 정상 가족과 비정상 가족이라는 두 편으로 갈라 버린다. 그리고는 꽤나 많은 사람들을 ‘비정상 가족’으로 낙인찍는다.

대표적인 예가 한부모 가족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98년 연간 이혼은 12만 건을 넘어서 전년도에 비해 약 30% 증가했다. 또한 99년 한해동안 결혼한 쌍 대비 이혼한 쌍의 비율이 3:1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기이혼에서 황혼이혼까지 그 연령대 또한 다양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쯤 되면 이혼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보다 우리 주변에 이혼이나 사별로 인한 한부모 가족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뿐 아니다. 결혼하지 않는 삶을 선택한 비혼가족, 아이 없는 삶을 선택한 부부가족, 입양가족, 공동체 가족, 동성부부 가족까지… 그야말로 다양한 가족이 우리 주변에는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요즘의 이런 추세를 가족 해체의 위험신호로 여기며 가족을 복원해야 한다고 외친다. 하지만 그럴싸한 가족의 겉모습을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우리 사회 정상 가족의 속모습이 모두 행복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혼여성 중 30% 이상이 남편에게 맞아본 경험이 있으며 이들 중 30%는 주기적으로 맞으며 산다. 그런데도 이들이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혼에 대한 두려움과 ‘아이들에겐 아빠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한다. 아동학대나 가족내 성폭력도 더 이상 비밀스런 이야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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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함에서 가치 찾기

한편 여성계에서는 최근 일어나고 있는 가족의 다양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이 늘고 있다. 남성가장을 중심으로 억압과 복종을 학습시키던 기존의 가족이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보기 때문이다. 더불어 다양한 가족의 모습은 우리 사회에서 가족의 의미를 새롭게 구성할 필요성을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원래 가족은 그 형태만이 아니라 ‘가족의식’ 또는 ‘가족가치’를 고려한 개념이다. 한마디로 적절한 소프트웨어가 있어야 진정한 가족인 것이다.

그 동안 우리사회에서 부여한 가족가치와 구성원리는 아마도 ‘피는 물보다 진하다’‘여필종부’ 정도일 것이다. 이런 가치를 절대화하고 강요했기에 적잖은 개인의 삶에 있어 가족은 애증의 대상이며 갈등의 총 집결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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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가 지향하고 만들어가야 할 새로운 가족 가치는 무얼까?

여성계는 민주주의적 가치를 가족안에서 이루는 것이 실마리를 제공한다고 본다.(새여성학강의, 동녘) 사회적 가치로만 여겨졌던 평등, 평화, 인권 등이 현재 우리 가족에도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가치를 각자의 가족내에서 어떻게 실현하느냐가 앞으로 우리의 과제인 셈이다. 물론 각자의 실천력과 더불어 가부장제를 굳건히 지지하는 현재의 가족 관련 법과 제도를 수정하는 것 역시 함께 이루어야 할 일들이다.

최규정/줌마네소속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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