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결혼의 폐해를 막을 것인가, 현실적으로 발생하는 외국인 여성들의 인권침해를 막을 것인가.

지난 1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국적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참가자들은 두 가지 입장에 따라 국적법 개정을 둘러싸고 첨예한 대립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김경천 의원을 대표로 내주에 국적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될 예정이어서 찬반 논란이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우리 국적법은 외국인 여성이 한국 남성과 결혼하면 한국국적을 자동적으로 취득하는 가족국적 동일주의를 택하고 있었다. 그러나 국내취업을 목적으로 위장결혼하는 사례가 늘자 1997년 국적법을 전면 개정해 국적취득 방식을 귀화방식으로 전환하고 결혼 후 최소한 2년의 기간이 경과해야 귀화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새로운 문제점들이 발생했는데 2년이 경과하기 전에 한국인 배우자가 사망하거나 한국인 배우자의 외도나 폭력 등으로 이혼하게 되는 경우 외국인 배우자(대부분 여성들)가 한국 내에서 불법체류자 신분이 돼 강제출국 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인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자녀를 둔 외국인 배우자들은 자녀를 양육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본지 689호 참조).

국적법 개정안은 이런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해 간이귀화요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국적 신청이 가능하도록 예외조항을 두자는 것이다. 공청회 발표자로 나선 노영돈 인천대 법학대학 교수는 “자신의 귀책사유 없이 한국국적 취득의 기회를 상실한 선의의 외국인에 대해 인도주의 견지에서나 인권보호 및 아동보호의 차원에서 국적법을 개정하는 것이 이들에 대한 정상적인 보호수단이라고 생각한다”며 “국적법 개정은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양혜우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 소장 등 토론자로 나온 시민단체 대표들도 구체적인 상담사례를 소개하며 국적법 개정의 필요성을 적극 역설했다. 이금연 안양 전·진·상 복지관 관장은 “해마다 1만5천건의 국제결혼이 발생하고 있는데 법의 틈새에서 인권유린을 당하는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구제할 특례법이 필요하다”며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한국국적이라기보다 안전한 신분인 만큼 이들에게 영주 체류자격을 확대적용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토론자로 나온 법무부 법무과 한생일 사무관은 “위장혼인 방지라는 97년 국적법 개정 취지를 존중한다면 법에 규정한 간이귀화 요건을 갖추지 않은 사람에 대해 간이귀화에 의한 국적 취득을 인정하기는 곤란하며 간이귀화 요건을 완화하는 형태로 국적법을 재개정할 필요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반박했다. 명지대 박화서 교수(이민학)도 “국적법 개정은 조국의 분단현실, 단일민족 국가로서의 정체성 등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외국인의 경제적 곤궁, 인도주의적 성찰 이전에 우리 사회가 그들을 우리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지에 대한 조사 연구가 선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완곡하게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정주 기자 jena21@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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