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급진적 페미니즘 선두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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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겠으니 좀 웃어달라는 기자의 말에 요즘은 웃을 일이 없어 정말 웃기가 힘들다고 대꾸하는 오오코시씨(56세)는 일본 여성학계에서 급진적 페미니즘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점차 우경화되는 일본의 사회분위기 속에서 자유주의적 지식인들조차 내셔널리즘에 기울고 있어 오오코시씨는 일본사회에 대해 더욱 비판적이고 급진적일 수밖에 없단다.

“일본의 페미니스트들은 가정폭력이나 직장내 성희롱, 성폭력같은 시민사회 폭력에 대해서는 많이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국가폭력에 대해 말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피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저나 제가 속한 ‘여성·전쟁·인권학회’는 그런 가운데서도 국가폭력 문제를 제기하니까 급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 같아요.”

특히 군위안부 문제는 국가폭력의 전형이라고 지적하는 오오코시씨는 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1997년 ‘여성·전쟁·인권학회’의 발족에 참여했다.

그리고 지난해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문제가 불거지자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와 함께 올해부터 3차년 계획으로 ‘한일여성공동역사교재’를 편찬하기로 했다.

“96년도에 유엔의 쿠마라 스와미 여성폭력문제 특별보고관이 일본 정부에다가 역사교과서에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내용을 게재하도록 요청을 해서 실렸는데, 2001년 교과서 개정시 몇 개의 교과서를 빼고는 위안부 문제가 다 삭제된 거예요. 그리고 우익측에서는 ‘교과서만드는회’를 만들어 신화에서부터 근현대사에 이르기까지 일본중심적이며 남성중심적인 교과서를 만들어 제출했는데 시민들의 반발에 부딪쳐 공립중학교에서는 채택이 안됐어요.”

일본은 교과서를 10여종 가운데 현 단위로 4년마다 채택을 한다. ‘여성·전쟁·인권학회’와 정대협은 다음 개정 시기까지 여성의 시각에서 한일 근현대사를 다룬 역사교과서를 완성시켜 제출할 계획이다. 11월 1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일제 강점기 초기 한일여성의 삶의 변화’ 국제심포지엄은 교재편찬에 참여하는 연구자들이 서로의 연구과정 및 성과를 나누기 위해 마련한 세 번째 심포지엄이었다.

“1920∼30년대는 일본 내에서 남성중심적인 군국주의가 급속도로 진행되던 시기입니다. 이때 여성의 성을 주부의 생산하는 성과 매춘여성의 팔리는 성으로 이분화시키는 작업이 이뤄졌어요. 우리는 일본의 민법 내 가족제도와 기독교 교풍회에서 행해지던 성교육을 중심으로 이 시기 진행된 이분화 작업을 치밀하게 밝혀냈습니다.”

오오코시씨는 이 연구를 통해 무엇보다도 위안부 문제의 기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동안 일본 내에서는 여성단체들과 양심적인 지식인들을 주축으로 여성국제전범재판과 한일여성 공동 역사교재 편찬, 전시 성적 강제 피해자 문제 해결 촉진법안 입법화 등 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가 터지면서 상황이 무척 어렵게 됐다고 한다.

“일본이란 나라는 자기가 가해자라고 인정하는 걸 그토록 싫어하는데 북한 문제 때문에 자기가 마치 피해자인양 행세하고 있다”고 호되게 비판하는 오오코시씨는 시민들의 네트워크로 지금의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정주 기자 jena21@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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