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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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달라지기를 바란다면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모습이 달라져야 한다.

내 자신부터 달라져야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의 모습이 달라져야 한다.

그래야만 세상이 달라진다.

내 자신이 세상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세상의 일부이다.

-법정 스님의 <산에는 꽃이 피네> 중에서

그야말로 박빙의 승부, 그 숨가쁜 대접전 16대 대통령 선거의 결말은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우승으로 끝이 났다. 그로써 우리는‘대통령 후보’에서‘대통령 당선자’로 명함을 바꾼 21세기 첫 지도자를 만났다.

늘 그렇듯 영광의 순간은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 노무현 당선자가 맞은 감격의 순간 역시 마찬가지일 터. 더욱이 그는 이제 국민들에게 한 약속을 제대로 실천해야 함은 물론이며, 정치 경제 남북관계 대미관계 등 우리 앞에 놓인 산적한 과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까닭이다. 국민이 거는 기대 또한 적지 않은 부담이다. 새 통치자가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할 분야는 무엇일까. 이 시대의 가장 순수하고 맑은 정신, 법정스님의 법문에서 그 해답을 찾아보면 어떻겠는가. 법정스님은 지난 15일 서울 성북동 소재 길상사 개원 5주년 법회에서‘이 시대의 통치자가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할 5가지’를 법문으로 내렸다. 스님의 법문을 요약한다. <편집자 주>

문패도 번지수도 없는 강원도 산골에서 20년이 넘도록 은거하고 있는 법정스님이 오랜만에 길상사를 찾았다.

이 시대의 가장 순수하고 맑은 정신의 소유자 법정스님은 당신 스스로 번잡한 세상 속에 노출되는 것을 꺼려해 아주 가끔씩만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 않고 나서지 않고 꾸미지 않는 무위 자연의 삶의 태도를 일상생활에서 실천하고자 함이다.

따라서 법정스님을 만나기 위해서는 우린 누구나 기다림의 미학을 공부하지 않으면 안된다. 짝수달 셋째 일요일이 그의 소중한 법문을 들을 수 있는 기회다. 지난 15일은 짝수달 셋째 일요일이기도 하지만 길상사 창건 5주년 법회가 있던 날이기도 했다.

길상사는 장안의 이름 높던 요정 대원각의 넓은 땅을 주인 할머니가 스님께 기증해 세워졌다. 법정스님은 개원 결정과정에서 몇 해를 망설였고 수차례 결정을 번복했다고 한다.

“나는 이 절이 부유해지거나 화려해지거나 번잡한 행사들을 벌여 나간다면 아무 미련없이 이 절을 떠날 것이다. 나는 이 절이 소박하고 가난한 절이 되기를 바란다.”

절이 개원되고 첫 법회가 열렸을 때의 스님의 말씀이다. 충분히 그 이유가 설명되고도 남음이 있다.

“세월이 모든 것을 만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5년 전 요정으로 고기굽는 냄새가 가시지 않았던 도량이 절로서 자리가 많이 잡혔습니다.”

세상에 공짜란 없는 법. 우린 한평생 살아가면서 남의 신세를 지면 반드시 어떤 방법이 됐든 되갚아야 한다고 스님은 이날 개원 5주년 법회의 말문을 열었다. 스님이 대원각 할머니에게 진 빚을 갚는 길은 더욱 더 가난한 도량으로 길상사를 만들어 가는 길이던가보다. 그는 길상사의 창건주이자 큰 스님이면서도 절에 방 하나 만들어 드리겠다는 요구도 한 마디로 뿌리쳤으며, 법회가 있는 날이라도 하룻밤의 머뭄없이 산중의 홀로 있는 공간 속으로 떠나간다. 그런 그가 정치의 계절을 맞아 내린 법문은 이러했다. 불교 경전에 쓰여진 정치 이야기다.

“논밭에 경계의 구별이 생기자 다툼과 소송이 생겼다”

중생들은 그렇듯 어리석은 것일까. 분별이 욕심을 부르고 그것이 또 화를 부른다. 사람들은 이를 해결하고 판결해 주는 사람을 필요로 했다. 평등주를 내세워 인민을 보호하고 중재할 대표자를 한사람 뽑았다. 그를 가리켜 '民主'라 했다.

그의 자손들이 대를 이어 왕이 됐다. 세월이 지남에 따라 왕은 전제 군주로 변했다. 권력의 맛을 아는 인간이 횡포를 부린 탓이다. 왕은 거기서 그치질 않는다. 폭력으로서 지상을 정복하고 바다 건너까지 차지하려 했다. 그 때문에 왕들은 전쟁을 일으켰다.

“이런 점에서 왕은 도둑과 다름이 없어요. 부처님이 말했습니다. 70년대 우리의 기억에도 생생하지 않습니까? 긴급조치로 15년 이상 자격이 정지될 만큼 역대 독재 재왕들은 백성들을 괴롭혔어요. ”

스님은 결국 이들 때문에 세상이 많이 거칠어지고 선량한 시민들이 큰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법정 스님은 화엄경을 인용, ‘이 시대의 통치자가 없애야 할 다섯가지 두려움’을 말했다. 이것이야말로 세상사 온갖 거칠음으로부터 인간을 구제하는 국정의 지표, 즉 나라의 기초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나 지금이나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불안요인은 똑같아요. 무엇보다 화엄경에는 왕의 인품이 순박하고 과세방법이 공평하고, 수탈의 두려움을 없애야 한다고 쓰여 있습니다. 당시에도 어지간히 축재를 했었나봐요. ”

돈 있는 곳에 과세를 제대로 해 빈부격차로 인한 박탈감을 없애라는 얘기다. 딴 주머니 또한 차서는 안될 일이다. 두 번째 통치자가 가져야 할 덕목은 측근들의 권력남용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군인이 충직, 현명해서 탐욕부리지 않고, 국왕의 측근들이 횡포부리는 두려움을 없애야 한다.”

세 번째는 “관료들이 친절하고 부드럽게 백성을 대해 부패관료들로부터 피해를 입는 두려움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통치자의 자제는 물론이며, 관료들의 권력남용을 철저히 경계하라는 얘기다. 네 번째는 백성들이 도리를 지키고 부지런해 도둑이 날뛰는 두려움을 없애야 한다고 쓰여 있다고.

통치자가 아무리 정치를 잘해도 투철한 시민의식이 전제되지 않으면 진정한 변화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통치자가 헤쳐나가야 할 두려움은 이웃나라와의 관계를 원만히 해 침략을 미연에 방지하라는 것이다. 원만한 외교력을 발휘하는 것도 국정의 지표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

법정스님은 통치자가 이 모든 두려움을 일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법을 잘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왕이 법을 잘 지키면 온 나라가 안락을 누리지만 왕이 비법을 행할 때는 온 나라가 재앙을 입어요. 도리로서 다스려야 합니다. ”

그렇다면 어떤 것이 과연 바른 정치인가. 숲 속 오두막에 머물면서 부처님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바른 정치란 죽이지 않고 헤치지 않고 이기지 않고 이기게 하지 않고 슬프지 않고 슬프게 하지 않고, 바른 법으로서 바른 정의를 갖고 다스리는 것이다.”

부처님은 단호하게 희말라야를 황금으로 만든다 하더라도 통치자의 욕심을 충족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단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살이는 근본에서 다르지 않아요. 경전 보면서 깜짝 놀랐어요. 내일 모레 정신 바짝 차리고 투표하세요.”

공약이 난무하던 혼란의 시기에 허기를 느끼던 뭇 중생들에게 스님은 대선을 코 앞에 두고 제 정신을 차리라 이렇듯 주문했다.

김경혜 기자 musou21@womennews.co.kr

공양을 마치고 기자는 스님과 잠깐의 해후(?)를 했다. 좀처럼 만나주질 않던 스님과 두 달 전 눈도장을 찍었던 터. 다시금 도전해 인사를 드렸다. 어떤 방송이며 신문과도 인터뷰를 사절하는 스님으로부터 따뜻한 봄날이 되면 한번 만나자는 답을 얻어낸 것은 큰 수확이었다.

스님은 또 날이 새기 전에 산중의 홀로있는 공간 속으로 황급히 길을 떠났다. 어느 장소에 가도 오래 앉아 있는 법이 없는 그다운 모습이다. 설교하지도 않는다. 하지 않고 나서지 않고 꾸미지 않는 무위 자연의 삶의 태도를 일상생활에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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