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도 승진하고 싶어요 ]

대기업에서 22년 동안 일하고 임원이 된 필자가 직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고민하는 여성 직장인들에게 선배로서 직접 현장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 드립니다. 이 글은 여성신문의 공식 의견과 무관합니다. <편집자주>

돈 버리는 프로젝트 VS. 실행되는 프로젝트

외환 위기를 무사히 넘긴 후, 제가 다니던 S전자는 다양한 혁신을 시도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고객중심혁신” 영어로 “MDC (Market Driven Change)”라는 것이었습니다. MDC가 기존의 “신경영, 고객만족경영”과 그리 다르진 않았습니다. 다만, 추진하는 범위와 스케일이 달랐습니다.

MDC는, 영업/마케팅 혁신에 초점을 맞추었고요, 엄청나게 비싼 컨설팅을 활용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맥킨지, IBM 등이었습니다. 저는 운이 좋아서 “마케팅 역량진단 및 교육” 업무를 맡아서 전문 컨설턴트와 함께 프로젝트를 추진했습니다. 저는 이 멋진 비싼 컨설팅회사로부터 많이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컨설턴트들과 공식적인 미팅은 물론, 비공식적인 미팅에서 다양한 질문을 했고 많이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그런데 컨설팅을 추진하면서, 회사 내의 여러 관련자들에게 MDC를 추진해야 한다고 설득할 때 돌아온 반응은 두 가지였습니다.

컨설턴트는, 우리 S전자 얘기를 다 듣고 우리가 하는 것을 번지르르하게 말로 포장하는 사람들이잖아요. 우리 노하우 다 빼 가는데 왜 돈 쓰면서 이런 컨설팅을 하는가요?”

그 사람들에게 직접 MDC 실행해 보라고 하세요. 본인들은 그렇게 안 하면서 (즉 고객 중심적으로 경영을 안 하면서), 왜 우리에게 이걸 강요하는 거지요?”

저는, MDC는 이런 식의 평가를 받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제 담당 분야인 “역량 진단 및 교육”에서는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실행”을 하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회사는, S전자의 마케팅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역량진단을 공식적인 제도로 도입했고, 그 진단결과에 따라 여러 가지 교육을 수강하는 방식이 도입되었습니다. 물론 도입 초기에는 미흡했지만 다행히 지속적으로 발전되었습니다.

그 이후, 저는 일을 할 때면 늘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실행”을 중요시했습니다. 2011년으로 기억합니다. S전자에서 한국은 물론 해외의 영업/마케팅 담당자까지 모두 포함해서 정보공유 및 교육을 하기 위한 글로벌 마케팅 포털을 인트라넷으로 만들기로 했고, 제게 그 업무가 주어졌습니다. 그리고 기존에 그 일을 담당할 외부 전문가들이 제게 인사를 하러 왔습니다. 이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는 첫 대면 인사였지요. 통상 가볍게 인사하고 “잘 부탁드립니다” 하면 되는 겁니다.

그런데 전 “00님은, 이와 유사한 프로젝트를 과거에도 해 보셨나요?”라고 질문했습니다.

네, 물론요. ΔΔ회사, 00회사 등의 사내 마케팅 포털 프로젝트를 수행했습니다”

아 그렇군요. ΔΔ회사(S전자와 같은 S그룹 계열사였음)의 마케팅 포털은 지금 잘 운영되고 있는가요?”

“ ….. “

프로젝트를 열심히 실행하던 어느 날, 그 00 컨설턴트가 제게 말했습니다.

저작권 무관
저작권 무관

제가 ΔΔ 회사에 확인해 보았더니, 프로젝트 결과 보고회  후, 그 프로젝트는 실행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내 마케팅 포털은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저에게 너무 충격입니다. ㅜㅜㅜ ”

실행력이 없는, 입으로만 번드르르하게 하는 것을 누가 못 하겠습니까? 실행하지 않으면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지요. 아무리 작은 것이라고 해도, 진짜 실행하는 것, 그것이 바로 성과창출의 핵심입니다. 열 개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실행은 0 제로인 것보다, 세 개를 기획하고 한 개를 실행하는 것이 훨씬 더 훌륭합니다. 많은 기획안을 작성하고 멋지게 발표한 후, “나는 일을 잘했다.” 라고 생각하지 말기를 제안합니다.

그 때 제가 담당했던 사내 글로벌 마케팅 포털은 어찌 되었냐고요? 잘 굴러갑니다. 제가 없는 지금도요. ^^

조은정

서울대학교 가정관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소비자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1995년 삼성그룹 소비자문화원에 입사해 22년간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 연구소장, 프린팅사업부 마케팅그룹장 등 삼성전자의 마케팅 및 역량향상 업무를 진행했다. 여성신문에서 재능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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