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경기 수원 삼성전자 본사 중앙문에서 열린 故황유미 10주기, 삼성전자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 집중행동 선포 기자회견에서 故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62)씨가 영정사진을 든 채 눈을 감고 있다.
2017년 3월 경기 수원 삼성전자 본사 중앙문에서 열린 故황유미 10주기, 삼성전자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 집중행동 선포 기자회견에서 故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62)씨가 영정사진을 든 채 눈을 감고 있다. / 뉴시스·여성신문

 

삼성전자 기흥공장의 여성 근로자 황유미 씨가 지난 2007년 3월 급성 백혈병으로 숨지면서 촉발된 이른바 ‘삼성 반도체 백혈병’ 분쟁이 1일 사실상 마무리됐다.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위원장 김지형 전 대법관)는 1일 지난 1984년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의 반도체·LCD 라인에서 1년 이상 일하다가 관련된 질병을 얻은 전원을 피해 보상 지원 대상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백혈병 등의 질환을 반도체·LCD 제조와 관련된 직업병으로 볼 것인지를 놓고 무려 10년 이상 논란이 이어졌으나 조정위가 이날 중재안을 내놓으면서 최종 접점을 찾게 된 것이다.

조정위는 이날 삼성전자와 피해자 대변 시민단체 ‘반올림’에 보낸 중재안에서 “개인별 보상액은 낮추되 피해 가능성이 있는 자를 최대한 포함하기 위해 보상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고 밝혔다. 지원 보상액은 백혈병은 최대 1억5천만원이며, 사산과 유산은 각각 1회당 300만원과 100만원으로 정해졌다.

이번 합의는 2007년 이후 10년 넘게 끌어온 직업병 이슈가 법적 다툼이 아니라 사회적 기구를 통한 합의에 도달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일로 평가된다.

조정위는 이달 안에 양측과 기자회견 형식의 합의 이행 협약식을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반올림 피해자, 가족을 초청해 공개 사과문을 낭독할 예정이다.

삼성과 피해자들의 싸움은 2008년 3월 시민단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이 발족하면서 본격화했다.

2007년 3월 삼성전자 기흥공장 반도체 생산 라인에서 일하던 여성 노동자 황유미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하면서 시작됐다. 반올림은 황씨의 산업재해를 인정받고자 소송전에 나섰고, 삼성전자와도 피해 보상 문제를 여러 차례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반올림은 2015년 10월 삼성전자의 자체 보상을 거부하고 무기한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지난 7월 조정위가 마련하는 중재안에 삼성전자, 반올림이 따르기로 합의하고 농성을 철회한 뒤 중재안 완료까지 3개월여가 걸렸다.

다음은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논쟁과 관련한 주요 일지다.

△ 2007년 3월 =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던 황유미 노동자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

△ 2008년 3월 = 반올림 발족

△ 2012년 11월 = 삼성전자,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 제안

△ 2013년 12월 = 삼성전자-반올림 직접 협상 시작

△ 2014년 4월 = 삼성전자 권오현 대표이사 사과 기자회견

△ 2014년 9월 = 가족대책위원회 출범

△ 2014년 12월 = 조정위원회 구성 및 1차 조정 시작

△ 2015년 7월 = 조정권고안 발표, 조정 과정에서 합의 실패

△ 2015년 9월 = 삼성전자, 1천억원 규모 기금 마련, 자체 보상 시작

△ 2015년 10월 = 반올림, 삼성전자 자체 보상 거부. 천막 농성 시작

△ 2016년 1월 = 삼성전자·반올림·가족대책위, 예방안 합의

△ 2016년 6월 = 예방 합의에 따라 옴부즈만위원회 발족

△ 2018년 4월 = 옴부즈만위원회 결과보고

△ 2018년 7월 = 조정위원회 2차 조정 재개 제안…삼성전자 ‘무조건 수용’·반올림 ‘동의’ 의사 각각 전달

△ 2018년 11월 = 조정위원회, 삼성전자·반올림에 중재안 전달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