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올 젠더와 법 연구소’ 19일 창립
‘올’ 특정하지도 배제하지도 않는 열린 공간

“후배들 위해 의미 있는 일 해보자” 모여

“모든 성 아우르는 인권과 행복 추구”

“배제와 차별, 관용과 포용은
젠더와 법을 관통하는 연구주제“

19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 페럼홀에서 열린 사단법인 올, 젠더와 법 연구소 창립기념컨퍼런스에서 사단법인 올 젠더와 법 연구소의 전수안 대표와, 전효숙 이사장, 강금실 법무법인 원 대표가 만났다.
19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 페럼홀에서 열린 사단법인 올, 젠더와 법 연구소 창립기념컨퍼런스에서 사단법인 올 젠더와 법 연구소의 전수안 대표와, 전효숙 이사장, 강금실 법무법인 원 대표가 만났다. / 이정실 여성신문 기자

 

전효숙 전 헌법재판관, 전수안 전 대법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젠더 법을 연구하기 위해 의기투합하면서 성인지적 관점의 법과 제도 논의가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세 여성 법률가가 19일 설립한 ‘사단법인 올 젠더와 법 연구소’는 다양한 법 분야를 젠더와 관련된 시각으로 연구하고 그 성과를 공유해 젠더와 관련된 법과 실무의 발전을 도모하고 평등한 사회 실현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사장은 전 전 헌법재판관이, 대표는 전수안 전 대법관이, 법무법인 원 대표이자 사단법인 선 이사장인 강 전 법무장관은 이사로 참여해 힘을 보탰다. 원의 이유정 변호사, 지향 김진 변호사 등 후배 여성 법률가들의 도움도 컸다.

연구소의 이름인 ‘올’은 특정하지도 배제하지도 않는 열린 공간을 뜻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젠더를 고리로 행복, 행복한 삶,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지향한다는 것.

전수안 대표는 창립을 기념해 마련한 ‘젠더와 법, 과제와 전망’이란 제목의 컨퍼런스에서 연구소를 ‘광장’이라고 소개했다. “아크로폴리스(신전)보다는 아고라를 꿈꾸는 광장이다. 무엇을 위한 광장인가. 여성의 인권? 양성만 평등한 세상? 아니다. 모든 성을 아우르는 인권과 행복을 추구한다”면서 “젠더를 고리로 행복, 행복한 삶, 평화로운 세상이 궁극의 목표이고, 젠더는 그에 이르는 통로이자 좁은길과 큰길이 만나는 길목, 변화를 이끄는 하나의 모멘텀이다”고 했다.

이어 전 대표는 “인문 사회 철학 종교 의학 어느 하나 젠더에 관련되지 않는 분야는 없다. 다른 분야의 지혜로운 분과 교류하겠다는 희망을 품고 우선은 법학자와 재야 법조인이 모였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연구소의 화두는 관용과 포용”이라며 “난무하는 혐오와 증오는 배제의 레토릭이다. 증오와 혐오는 인권과 양립할 수 없고 효과에서도 역기능을 한다”며 배제와 차별, 관용과 포용은 젠더와 법을 관통하는 일관된 연구주제가 될 것이라는 것이 전 대표의 설명이다.

전효숙 사단법인 올 젠더와 법 연구소 이사장이 19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 페럼홀에서 열린 사단법인 올, 젠더와 법 연구소 창립기념컨퍼런스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전효숙 사단법인 올 젠더와 법 연구소 이사장이 19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 페럼홀에서 열린 사단법인 올, 젠더와 법 연구소 창립기념컨퍼런스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 이정실 여성신문 기자

 

전효숙 이사장은 기조강연을 통해 “젠더평등이 이뤄졌는가”를 물은 뒤 “아직 너무 멀리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1997년 법원에서 여성관계법 연구회를 만들 때만 해도 ‘20년이면 젠더평등도 이뤄지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다”면서 “젠더 불평등이 행해지고 있다는 것은 인류의 과반인 한쪽 성이 다른 성을 지배하는 상황이다. 다른 쪽은 억압·차별받으면서 불행해진다는 것이다. 같이 어울려 행복하게 살아야 할 세상에서 어느 한쪽만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은 옳지 않다. 또 성소수자와 관련해서도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국가 전체가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그래서 젠더평등 문제를 다시 연구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됐다“고 밝혔다.

전 이사장은 이어 “국가에서 젠더 관련 문제를 아주 부차적인 것처럼, 나중에 해결해도 되는 것으로 취급하는데 문제가 있다”며 “젠더 평등만이 우리를 인간다운 삶을 살게 하고, 국가 전체를 행복으로 이끌게 하는 것은 아니고 다른 많은 요소가 있지만, 그 모든 것에 젠더 문제가 겹쳐져 있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사회 발전이 어렵다는 절박함에서 연구소를 설립하게 됐다”고 밝혔다.

끝으로 전 이사장은 “‘모든 사람이 실질적으로 평등한 삶을 사는 것이 가능한가?’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불가능하다고 추구하지도 말아야 하는가”라고 물음을 던지고 “아무리 그 길이 멀고 험해도 우리에겐 다음 세대를 위해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금실 이사는 세 법률가의 인연으로 “1983년 판사 임관 했을 때 두 분이 계셨다. 30년 된 인연이다. 여성이 1%도 안 되는 세대에 길을 내주신 대단한 선배님들”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몇 년째 후배들을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 북카페 할까 등등의 생각을 하다가 많은 이들 격려와 도움으로 오늘 출범했다”면서 “모여서 함께 허심탄회하게 토론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규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는 ‘미투에서 트랜스젠더 권리 신장으로 이어지는 미국 내 조류’라는 주제로 특강을 했다. 이후 강 전 법무장관 사회로 김선욱 전 이화여대 총장, 윤진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경환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박수진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 등이 참여한 가운데 토론을 벌였다.

컨퍼런스에는 신일영 국가교육회의 의장, 노동법연구소 해밀 소장 김지형 변호사, 장필화 이화여대 명예교수, 정강자 참여연대 공동대표, 석인선 헌법재판연구원장, 김유니스 이화여대 젠더법학연구소장, 정현백 전 여성가족부 장관, 윤석희 여성변호사회 부회장, 정연순 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윤기원 법무법인 원 대표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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