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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부엉이>- 주인공 박인순씨가 미술심리치료를 통해 그린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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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로부터 <나와 부엉이> 주인공 박인순씨와 박경태 감독.

“피이이웅―.”“빰빠빠빰빠빠빠―.”

창공을 힘껏 활주하고 있는 전투기 소리며,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군대의 기상 나팔소리, 이런 낯선 소리들로부터 영화는 시작한다. 기지촌 여성의 살아가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낸 다큐멘터리 <나와 부엉이>가 2월 28일 동국대 학림관에서 반미영화제의 일정으로 일반 관객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경태 감독(28)의 의도대로 기존의 다큐멘터리와는 다르게‘대상’에서 탈피하고 자연스럽게 일상을 다룬 데는 성공한 듯 보였다.

주인공 박인순(57)씨는 의정부 기지촌에서 클럽에 고용되지 않고 거리나 클럽 등에서 직접 미군을 상대하는 속칭 ‘히빠리’다. 전쟁고아로 떠돌다 직업소개소를 거쳐 당시 기지촌이었던 파주 용주골로 옮겨와 생활하다가 미군을 만나 결혼, 미국으로 건너갔다. 하지만 행복한 결혼 생활은 잠시뿐, 폭행과 마약을 일삼는 남편과 떨어지기 위해 아이 둘을 남겨두고 다시 의정부 기지촌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이 다큐멘터리의 제목 <나와 부엉이>는 그러한 그녀의 삶을 잘 보여주고 있다. 생계를 위해 그녀는 낮에는 밤과 도토리를 줍고 미나리와 쑥을 뜯는다. 소박해 보이는 낮과는 달리 밤에는 제어가 불가능하다. 술을 마셔야만 잠들 수 있고, 단돈 1∼2만원에 몸을 팔 수도 있다. 그런 그녀는 ‘두레방’을 통해 미술치료를 받고 있다. 깊은 상처를 스스로 치유해 가는 과정이다. 그녀가 그린 미술작품은 내면 세계를 표현하는 중요한 매개체며 다큐멘터리 전반에 걸쳐 변화를 발견할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나와 부엉이>라는 작품이다. 그녀가 이해하는 ‘부엉이’는 바로 그녀 ‘자신’이다.

또한 미국에 두고 온 딸이다. 실제 부엉이는 어둡고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는 데 반해, 전혀 무섭지 않은 친숙한 얼굴로 나란히 그려진 건 이런 이유다. 관람을 마친 한 미술치료사는 화면 속에서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그녀의 그림을 두고 “이것이 바로 주인공과 관객이 함께 내면이 치유되는 과정이다”라고 간단하게 영화평을 맺었다.

‘증언’아닌 ‘드러냄’에 포커스

80∼90년대 만들어진 기지촌 기록영화들 <캠프아리랑>이나 <꽃 파는 할머니>는 증언이 중심인 반면 월드컵과 여중생 사망사건으로 뜨거웠던 2002년에 만들어진 <나와 부엉이>는 주인공 박인순씨를 통한 기지촌의 일상을 잔잔하게 그리고 있다. 촬영 또한 주로 낮에 이루어졌다. 밖에서 상상하는 이네들의 밤 세계는 극히 일부이며, 그들의 삶을 대변하지 못하기에. 그리고 기지촌 여성의 삶을 대표하고 있는 주인공 박인순씨 역시 밝은 얼굴에 때론 엉뚱하기까지 하다.

“처음엔 몰랐는데, 저도 점점 주인공 인순이 아줌마한테 빠져들기 시작했어요. 제가 선택한 게 아니라 오히려 선택 당했다고 봐야죠.” 박 감독의 말처럼 주인공에게는 의도되지 않은 자연스러움과 내면의 순수가 있다. 기지촌 여성이라는 특정 계층을 바라보는 관객의 눈을 의심하게 한다. 계속해서 “사회적 소외계층, 소수자들을 위해 찍고 싶다”는 박경태 감독. 그의 바램은 “자신과 사회가 만들어 놓은 ‘기지촌’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나와 부엉이>를 기획한 두레방의 목표 역시 ‘기지촌 여성의 사회화’다. 두레방 관계자의 말대로 “현재 전국 41곳의 주요 기지에 3만8천여 명의 미군이 상주”하고 있으며, 그들이 상주한 곳에는 어김없이 대규모 기지촌이 형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기지촌 여성의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의 과제다.

다큐멘터리 <나와 부엉이>는 앞으로 4월에 열릴 <제4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을 받은 상태다. 한달 후, <나와 부엉이>에 대한 국내외 관객들의 반응이 어떠할지 사뭇 기대된다.

단체관람 문의) 두레방 031-841-2609, 다큐이야기 02-922-6368

감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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