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폭력’서 ‘성별에 기반한 폭력’으로 바뀌나
‘여성 폭력’서 ‘성별에 기반한 폭력’으로 바뀌나
  • 진주원 기자
  • 승인 2019.02.20 11:23
  • 수정 2019-02-20 1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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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폭력방지기본법 제정, 평가와 과제’ 포럼
여성폭력 정의 법정화 및 피해자 범위 확대
2차 피해 유형 구체화 및 방지 대책 의무화
여성폭력피해자 권리 명문화 및 보호·지원
데이트폭력·스토킹·디지털 폭력 등 사각지대 보완
한국여성정책연구원과 정춘숙 국회의원, 국회 아동·여성·인권정책포럼이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제정, 평가와 과제’ 입법포럼을 개최했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한국여성정책연구원과 정춘숙 국회의원, 국회 아동·여성·인권정책포럼이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제정, 평가와 과제’ 입법포럼을 개최했다.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지난해 12월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제정되는 과정에서 삭제됐던 ‘성별에 기반한 폭력’을 살리는 방향으로 법개정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법안 심사과정에서 피해자 범위를 여성으로 축소해 남성이 배제되면서 입법 취지가 훼손되고 젠더갈등의 양상으로 비화됐다.

여성폭력방지에 대한 국가책임을 규정하는 제정안인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은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2월 발의해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것으로 올해 12월 25일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다. 성별 폭력에 관한 기본법이 제정됐다는 점, 젠더 기반 여성폭력과 피해자 2차 피해 규정, 보호받을 권리의 국가책임을 담아냈다는 점 등에서 큰 진전으로 평가되지만 법적 미비를 보완하기 위한 개정 논의도 이루어지고 있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제정, 평가와 과제”를 주제로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의 주요 내용과 의의를 살펴보고, 입법과정에서 남겨진 과제가 무엇인지 검토했다.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는 가장 아쉬운 점으로 정의조항을 꼽았다. “개별 법 어디에도 없는 여성폭력, 젠더기반폭력 등이 개인의 문제 아니라 피해의 맥락에서 구조적 문제임을 정의하고 강하게 선언해주길 바랐다”면서 “향후 개정을 통해 불평등한 성별 권력관계와 성차별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을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명명해야 한다”고 했다. 또 젠더폭력에서 견지해야 할 것은 “성별 권력관계와 낮은 위치성, 혐오와 차별 문제, 피해자다움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공동대표도 “현재 한국사회에서 젠더폭력이 왜곡된 의미로 유통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를 바탕으로 법적 개념으로서 젠더에 기반한 폭력을 어떻게 정의하고 기술할 것인가와 이에 대한 사회적 이해를 맞추어 가는 매우 중요하다”면서 “성차별을 용인하지 않는 시민의식, 성평등한 시민되기, 모든 사람이 동료시민으로서 동등한 관계맺지를 할 수 있는 사회적 지향과 기본법의 입법이 어떻게 만날 것인가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여성신문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여성신문

 

현행법 상 정의조항의 용어인 ‘성별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에 대해 성별 불평등의 문제가 폭력의 원인임을 명확히 하면서도 성별화된 폭력임을 보여줄 수 있는 ‘젠더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Gender Based Violence Against Women)’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을 고 대표는 제안했다.

최은순 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변호사)는 ‘성별에 기반한 폭력’으로 명시한 원안대로 회귀시켜야 한다고 했다.

여성가족부 최창행 권익증진국장은 “당초 제정 취지가 남성·여성을 구분하지 않고 성별에 기반한 폭력을 방지하고 피해자를 보호·지원하자는 것인 만큼 남성이 포함될 필요가 있다”면서 법제명 ‘성별에 기반한 폭력방지기본법’, ‘여성폭력 등 방지 및 피해자 보호지원에 관한 기본법’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정의조항의 한계와 관련, 차인순 국회여성가족위원회 입법심의관은 현행 기본법이 여성폭력의 원인과 성격 등을 모두 포괄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기본이념과 관련해 포괄적인 헌장을 만들어 지표로 삼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은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등 기존 여성폭력 3법부터 데이트폭력, 스토킹, 디지털 성폭력 등 사회문화적 변화에 따른 젠더 기반 폭력에 이르기까지 여성폭력방지정책의 종합적이고 체계적 추진을 위해 제정됐다.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제정이 갖는 의의를 △여성폭력방지정책 추진 체계 강화, △여성폭력 정의 법정화 및 피해자 범위 확대, △2차 피해 유형 구체화 및 2차 피해 방지 대책 의무화, △여성폭력피해자 권리 명문화 및 보호․지원 사각지대 보완, △여성통계구축 제도화, △학교 여성폭력예방교육 법정화 등을 꼽았다.

의미가 큰 법안임에도 입법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공론화가 부족했다는 의견에 대해 정 의원은 “이번 포럼에도 남성이 아무도 없다. 제 편이 아무도 없는 상태에서 법을 만들었다”면서 어려움을 토로하고 “법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부족하고 마음에 안들 수 있겠지만 (미투운동이 일어난) 2018년이어서 가능했다. 올해라면 못 만들 수도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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