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맛 나는 ‘즐거운 공장’ 만들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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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와 성동구를 여성이 살맛 나는 ‘아름다운 일터’로 만들렵니다.”

서울에만 1800개가 넘는 의류공장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수만 명. 이들을 위한 (가칭)여성노동복지센터 건립을 추진중인 전순옥(48)씨는 소위 ‘잘 나가는’ 대학교수직을 그만 두고 이 일에 몰두하고 있다.

“두 가지 일을 병행한다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일을 할 수 있으면 더 좋았겠지만 안일함을 위해 욕심을 내기는 싫었습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전씨는 그 욕심을 여성노동자들에게 쏟고 있는 것.

그는 “전태일 열사가 30년 전에 말했던 열악한 영세공장의 노동환경은 아직도 변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중국, 베트남 등 해외에서 의류를 싼값에 들여와 영세공장마저 속속 문을 닫고 여성노동자들은 장시간의 노동에 허덕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노동복지센터는 건물을 세우는 것이 아닙니다. 공장 옆에 육아 시설을 만들고 상담소를 설치하는 것이지요. 궁극적으로는 모든 여성이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대안 공장’을 만들 겁니다. 앞에 놓인 옷들을 만들기에 바쁜 미싱 노동이 아니라 창조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아름다운 일터를 말이에요.”

전씨는 유학 중에 만나 결혼한 남편이 ‘즐거운 공장’을 지지하고 지원해 마음이 든든하다고 전한다.

“남편이 학교를 그만두고 일을 시작하자 ‘당신의 도움을 받아 어느 한사람이라도 유쾌한 노동을 하게 되는 날, 내가 고생한 사람들에게 한끼의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말하면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며 “여성들이 아이들 걱정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결의를 다지는 전씨.

전태일 열사의 동생인 그는 오빠의 분신 이후 열여섯 나이에 스스로 공장노동자의 길을 택했었다.

‘순옥’이라는 이름은 온데간데없고 ‘00번 시다’로 불렸던 노동자였고 여성노동복지를 연구한 교수였던 그. 지금까지 봐왔던 여성노동자들의 고단한 삶이 자신의 삶이기 때문에 세상에 당당하게 외칠 수 있다.

“여성이 일할 맛 나는 ‘모범 공장’을 만들 테니 두고보라”고. 마흔 중반인 그는 소녀 같은 미소 뒤로 아픈 세월을 이겨낸 넉넉함을 보인다.

‘참노동·참여성·참세상’을 목표로 시작한 여성노동복지센터에 전씨의 여유와 땀이 함께 녹아날 때 그곳은 일하는 여성들의 천국일 것이다.

나신아령 기자arshin@womennews.co.kr

릴레이 인터뷰 다음 주자는 이천 가정폭력·성폭력상담소 정인숙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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