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피해여성 ‘선불금’ 심각

쉼터서 만난 성매매 탈출여성의 증언

‘결근비 25만∼50만원, 지각비 10분당 1만∼3만원, 올비(결근 벌금) 25만∼50만원, 선불금 이자 5부, 테이블비 6만∼7만원 중 2만원, 마담비 한 달 25만원, 소개비·2차비 22만원 중 4만원’.

성매매 피해여성들이 소개소나 업소에 내야 하는 벌금과 돈 명세서다. 며칠 전 경북 K시, P시의 성매매 현장에서 탈출, 여성단체가 마련한 쉼터에 은신중인 여성들을 만났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일을 하면 할수록 손해라는 결론을 내렸다. 성매매의 굴레를 벗지 못하게 발목을 잡는 선불금의 정체를 보며 과연 사람이 할 수 있는 악한 일은 어디까지일까 의문이 생겼다.

미성년자 - 소영

“같은 직장 언니들의 트집과 주먹질을 참다못해 회사를 그만뒀다. 00지역으로 옮겨 00가요주점 월300만원이라는 광고를 보고 갔는데 소개소였다. 소장은 나보고 나이가 어리니 다방에서 일할 것을 권했다. 아침 8시부터 밤 12시까지 배달만 하면 된다고 했다. 배달만 하는 조건으로 월130만원을 받기로 하고 다방에서 일을 했다.

선불금 50만원을 받아 옷과 신발, 화장품을 샀다. 미성년자였던 내게 가짜 주민등록증도 만들어 줬다. 일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주인은 티켓을 강요했고, 지각하면 시간당 2만원, 결근하면 25만원, 배달 가서 받아오지 못한 찻값도 빚이 됐다.

아파서 병원에 가려 해도 벌금을 내야 했고, 피곤하다면 들어가서 쉬라고 하고는 시간비를 계산하고 휴가를 주면서도 올비 명목으로 벌금을 냈다. 아침 8시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일을 했지만 빚은 점점 불었다. 결근비, 외박비, 지각비 등으로 빚은 5개월만에 850만원으로 늘었다.”(진소영·23·가명)

빚을 갚기 위해 소영이(가명)는 결국 술집으로 갔다. 선불금 1100만원을 받아 다방에서 진 빚을 갚고 나머지 돈으로 다시 일하는 데 필요한 홀복(정장), 신발, 화장품 등과 방을 얻는 데 썼다. 저녁 7시부터 새벽 3시까지 일을 했다.

“아침엔 늦잠도 자고 영화도 보고 좋았다. 그렇지만 먹기 싫은 술을 마셔야 했고 2차도 나가야 했다. 더구나 선불금 이자는 다방보다 더 비쌌다. 두 달 동안 일하면서 빚은 200만원이 더 늘었다.” 소영이의 증언이다.

다방에서 주점으로 - 희수

다방에서 일을 하다 “빨리 이 일을 그만 두기 위해” 보도방으로 갔다는 이희수(24·가명)씨는 “아파도 출근하면서 열심히 일했다. 하루에 몇 군데를 돌아다니며 술 마시고 2차를 나가야 했다. 생리 때도 나가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벌금을 물어야 했으니까. 술을 많이 마셔 일을 못할 땐 2만원의 조퇴비를 내야 했다. 아무리 해도 빚은 늘어갔다. 선불금 이자, 벌금, 곗돈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희수는 다시 다른 곳을 찾아야 했다.

선불금 2000만원을 받고(업소주들끼리 주고받는다) 희수가 간 업소 규칙은 조기 출근(일주일에 한 번 평소보다 2시간 일찍 출근하는 것)하지 않으면 3만원, 하루 결근하면 50만원, 자기들끼리 싸우면 30만원, 말리면 50만원, 2차 나가서 실수하면 술 한병 값 50만원과 ‘아가씨비’를 다 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빚은 눈덩이처럼 불고 - 수진

“처음 K시에 와서 보도방을 통해 일을 하게 됐다. 선불금 700만원을 받고 5개월 일을 했지만 빚은 1200만원이 됐다. 소개소는 빚이 많아 다른 업소로 가는 것도 쉽지 않다며, 단독계를 소개해 줬다.(단독계는 K시에서 행해지는 것으로, 계주에게 1000만원을 먼저 받아 그전 업주에게 빚을 갚고, 그 곗돈에 대해서 한달 150만원씩 10개월을 나누어 갚는 것을 말한다. 단, 계약한 업소에서 일을 해야만 한다는 조건이 있다.)

한수진(22·가명)씨는 단독계를 이용해 전 업소 빚을 갚고 일하게 됐다. “이 업소는 아가씨가 많았다. 주인은 아가씨들의 벌금과 이자만으로도 충분한 벌이가 된다고 하면서 내가 아파 결근하고 다음날 나갔더니 주인이 ‘수진아 고맙다. 너 어제 안 나와 그 벌금으로 보약 지어먹었다’고 했다. 빚을 갚기 위해 열심히 했지만 지각비, 결근비, 이자는 그렇다 치더라도 접대하면서 술 버리다 들키면 그 테이블의 술값까지 빚으로 올라간다.”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수진이는 집에 다녀오느라 업소에 이틀 못 나갔다. 주인은 집으로 찾아와 그만두라면서 벌금을 낼 것을 요구했고, 계주는 한 달 이자 100만원을 합해 1100만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수진이는 돈을 주겠다고 했지만 이들은 못 믿겠다며 감금했고, 친구가 보증을 선 뒤에야 풀어줬다. 그 후 업주와 계주는 소개업소로 나를 팔아 넘기려고 했고 난 무서웠다. 이젠 사람답게 살고 싶다.”

열여섯, 열일곱의 어린 나이에 아무것도 모르고 사회에 뛰어들어 6년, 7년을 “다 그렇게 하는 줄 알고 살아왔다”는 성매매 피해여성들, 이젠 새롭게 살기를 간곡히 바라고 있다. 착취당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살아온 세월을 이 사회는 어떻게 보상해야 할까.

경북 심권은주 주재기자ejskw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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