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 나는 정치 아니면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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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공이산(愚公移山)’. 꾸준히 하면 마침내 큰 일을 이룰 수 있음을 빗댄 중국의 옛 이야기다. 고사의 주인공 ‘어리석은 노인’은 마을 앞을 가로막은 둘레 700리의 산을 한 수레씩 퍼 내 왕복 1년이나 걸리는 발해만까지 내다 버렸다. 정성에 감동한 ‘옥황상제’가 산을 통째로 옮겨주는 것으로 고사는 끝난다. “언젠가 산을 옮길 수 있다”는 노인의 의지가 결국 산을 옮긴 셈이다.

경기도 고양시에도 ‘우공’의 우직함을 닮은 이가 있다. 한나라당 일산갑지구당 오양순(55) 위원장이다. 96년 비례대표로 15대 국회에 들어가 ‘여성정치’ 텃밭을 닦은 몇 안되는 여성 중 한 사람이다. 2000년 총선에서 쓴잔을 마신 뒤에도 ‘여성정치’를 막고 선 걸림돌을 치우는데 진력해 온 이다.

“돈과, 그 돈으로 유지되는 조직. 지금 우리 정치의 자화상입니다. 필요없는 권위를 앞세우는 것도 고질병이에요. 돈 안 쓰는 정치, 권위와 거품 뺀 정치를 하려면 상대적으로 더 깨끗한 여성이 나서야 합니다.”

우공의 우직함으로

오 위원장은 우리 정치가 구태를 벗지 못하는 이유가 ‘돈’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돈으로 표를 사고, 당선 뒤엔 ‘본전생각’ 때문에 정경유착으로 이어진다는 것. 당비를 내고 지구당 운영에 참여하는 진성당원이 새 정치의 풀뿌리가 돼야 한다는 소신을 갖게 된 건 당연한 일.

오 위원장은 지역구를 다닐 때 웬만하면 수행원 없이 혼자 다닌다. 손수 운전도 한다. 윷놀이대회처럼 지역구 의원이 으레 후원금을 내는 행사 때는 ‘한 푼’ 내지 않는다. 지구당이 여는 송년회 때는 되레 1만원씩 ‘참가비’를 받는다. 소신 때문이라지만, 누가 이런 ‘우직함’을 알아줄까.

“처음엔 당원들도 많이 안 오고, 초라해 보인다는 이들이 많았어요. 그래도 지난해 송년회엔 250여명이 참가비를 내고 참석했습니다. 참신하고 훨씬 인간적이라며 지지하는 이들도 많아졌고요. 이런 게 새 정치 아닐까요.”

오 위원장은 ‘배지 없이’ 지구당을 맡아 지난 3년을 보냈다. ‘와신상담’의 세월이 남달랐을 터. “2000년 선거에서 졌을 때는 정말 아득했어요. 날마다 보따리 쌀 생각만 하다가 어느날 퍼뜩 정신을 차렸습니다. 이렇게 관두면 여성 정치진출에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이었죠.”

그 덕일까. 일산갑은 ‘노풍’이 거셌던 지난해 대선 때 경기도 40여개 선거구 가운데 한나라당이 이긴 8곳 중 하나였다. 여성 지구당 위원장은 오 위원장 한 명 뿐. 오 위원장이 실낱같은 ‘희망’을 느낀 순간이었다.

16대 때 선거를 두 달 남기고 후보가 돼 경황없었던 오 위원장에게 이번 선거는 ‘준비된 선거’다. 지역구 활동 3년동안 쌓은 지지세와 새로운 정치구상이 제 몫을 하리란 기대가 크다. 물론, 올해 안에 총선 후보로 추대받는 과정이 남아있긴 하다.

“우선 흩어진 조직을 추스를 생각입니다. 가을엔 관련 단체들과 간담회를 하면서 신뢰를 쌓아야겠죠. 평범하면서도 소탈한 모습으로 유권자에게 다가갈 생각이예요. 정치를 바꿔보자는 주장과 함께죠.”

더 젊고, 더 참신한 인물을 원하는 요즘 유권자들의 ‘입맛’을 감안하면, 15대 국회의원을 지낸 장년의 오 위원장은 유리한 처지가 아닐 지도 모를 일. “남자는 예순이 넘어도 젊다 하지만, 여자는 쉰만 넘어도 할머니 취급을 해요. 개혁적인 가치관을 갖는 게 중요하지, 나이가 무슨 상관인가요.”

앞서 말한 ‘새 바람’을 따른다는 명분을 내세운 여권의 신당 창당 움직임에 대해 오 위원장은 “사람을 털어버리자는 얘기일 뿐, 진정한 정치개혁은 아니라고 본다”며 “집권 여당이 흔들리면 정국 전체가 불안해진다”고 평했다.

오 위원장은 15대 국회에서 첫 여성 원내부총무를 지냈다. 국회내 정보위원회 사무실 사건 때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밤샘농성에 참여하고, 몸싸움에 앞장서기도 했다. 가정·여성 폭력 사건을 전담하는 ‘여성경찰서(파출소)’ 설립을 주장, 환영을 받기도 했다. 요즘엔 여성의 정치진출을 늘릴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정당과 여성단체가 나서 여성 정치인 육성 프로그램을 만들고, 재정 지원도 해야 한다”는 오 위원장은 “조직과 경제 양쪽을 지원할 단체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 자신 낯선 정치판에 뛰어들어 절절히 느꼈던 바다.

힘들 때마다 네 딸의 응원이 가장 힘이 됐다는 오 위원장은 총선을 준비하는 여성들에게 “가족에게 먼저 인정받으라”고 충고했다. 정치에 나서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진정성을 가족들로부터 검증받으란 뜻일 터.

“정치는 사람 장사”

그가 생각하는 정치는 ‘사람장사’다. 사람을 만나 관계를 유지하고, 그 관계 속에서 여러 사람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행위가 정치란 얘기다. 그러려면 그 사람과 눈높이를 맞추는 게 중요하다. 그 사람은 물론 ‘국민’.

“국민에게 뭔가를 해주는 게 아니라, 국민이 원하는 게 뭔지 알아내는 게 정치예요. 폼 안 나면 어떻고, 없어 보이면 어떻습니까. 국민에게 인정받으면 그만이죠.” 오 위원장의 ‘재기’ 출사표다.

▲48년 전북 군산 ▲70년 원광대 약대 졸업 ▲72∼96년 약국 경영 ▲92년 전주시 여약사회 회장 ▲96년 신한국당 대표 특보 ▲96년 15대 국회의원(비례대표) ▲98년 한나라당 부대변인 ▲2000년 한나라당 여성위원회 위원장 ▲2002년 한나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여성본부장.

배영환 기자ddarijo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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