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애/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상담위원 ilove@lawhome.or.kr

지난 주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서는 ‘2003년 호주제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위 조사는 연초에 기획된 것으로 호주제 폐지 여부보다 폐지 이후 대안과 성(姓)에 대한 의식조사에 중점을 둠으로써 호주제 폐지 운동의 방향을 재점검하기 위한 것이었다.

조사 결과 9,534명의 응답자 중 70.2%가 호주제 폐지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고 이 중 남성(3,575명)의 경우에는 50.1%, 여성(5,959명)의 경우에는 82.3%가 폐지에 찬성했다. 이에 앞선 예비조사에서는 응답자 1,049명(남 628명, 여 421명) 중 폐지 찬성의견이 71.8%에 이르렀다. 99년의 조사(남 469명, 여 901명) 때 41.7%였던 것과 비교해 볼 때 호주제 폐지에 대한 찬성률이 급격히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는데 실제로 사람들이 많이 통행하는 지하철역 주변이나 을지로 등 거리 조사시 접한 시민들의 반응에서 피부로 느껴졌다.

이것은 약 4년간의 기간 동안 호주제 폐지를 위해 집중적으로 노력해 온 한국가정법률상담소를 비롯한 시민단체의 노력과 호주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접근했던 언론의 조력 그리고 정부차원에서의 호주제 폐지를 위한 정책적 개입 등에 힘입은 바 크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어느 한 언론에서는 위 조사결과에 대해 여성의 비율이 높다는 이유로 조작 운운의 기사를 냈다. 물론 단발적인 것으로 그쳤지만, 상세한 조사과정에 대한 탐문이나 전문가의 의견도 없이 어떻게 조작이나 왜곡시비 등의 제목을 붙일 수 있는지 의문이다.

필자의 경우만 하더라도 조사기간 동안 두 세 차례의 강의를 나간 적이 있었지만 한번도 수강생들을 상대로 설문지를 받아본 일이 없다. 조사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서였다. 본부와 전국 30개 지부에서 동시에 조사가 진행된 것이라 결과적으로 여성들의 비율이 총계적으로 높아졌으나 남녀를 동수로 만들기 위해 여성들의 설문을 임의로 버리는 것이 도리어 조사를 왜곡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분석을 진행했고, 남녀 성비를 맞추기 위해 가중치를 넣어 분석한 경우에는 폐지 찬성의견이 66.2%에 남성의 경우에는 50.1%로 가중치를 넣기 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문제는 조사를 보는 시각의 차이일 것이다.

언론이 호주제가 국가발전을 지체시키는 장애요인이라는 것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있었다면 접근을 아마 달리 하지 않았을까. 상담소로서는 애초 호주제 폐지 찬성이 몇 퍼센트 올라가고 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보았다.

일부 비논리적이고 호주제 폐지에 대해 무조건 반대하는 사람들의 찬성까지 모두 받아야 한다고는 보지 않는 까닭이다. 호주제는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을 명시하고 있는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반민주적인 제도이며 우리 시대에 시급히 청산해야 할 악습이다. 오늘날 호주제 존폐를 논하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것이며,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해결의지가 요구되는 것이다.

상담소에서는 위 기사에 대해 어떤 대응도 하지 않기로 했다. 괜한 분란으로 호주제 폐지라는 거대한 줄기가 왜곡되어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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