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발정기는 1년 두 번
일조량 느는 봄철 발정기 시작
보호소에서는 70% 이상 자연사

생후 4주 정도 된 아기고양이. 눈가가 더러워 보이지만 건강한 상태다. ⓒ여성신문
생후 4주 정도 된 아기고양이. 눈가가 더러워 보이지만 건강한 상태다. ⓒ여성신문

 

지난 14일 네이버 고양이 커뮤니티 ‘고양이라서 다행이야’에는 어미가 없는 아기고양이를 발견했다는 글이 3건 올라왔다. 서울, 안산, 전북에서 발견된 아기고양이들은 눈도 못 뜬 생후 2주차부터 8주차까지 다양했다. 고양이를 키운지 오래 된 사람들은 댓글로 “지켜봐야 한다. 어미가 잠시 자릴 뜬 사이라면 구조가 아닌 납치가 될 수 있다”며 무작정 아기고양이를 줍지 말라고 조언했다.

봄철을 맞아 길고양이들의 출산이 이어지며 아기고양이들이 거리에서 종종 눈에 띤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반드시 구조가 필요한 경우와 아닌 경우가 있다며 섣불리 아기고양이를 줍지 말라고 조언한다.

고양이의 발정기는 1년에 두 번으로 일조량의 영향을 받는다. 길고양이는 일반적으로 일조량이 늘어나는 2월~4월, 6월~8월경 발정이 오고 9주 간의 임신 기간을 거친 후 출산한다. 아기고양이들이 봄철을 전후해 늘어나는 이유다. 어미고양이는 홀로 사람들의 눈을 피해 땅굴, 주택의 창고, 갈라진 벽 틈 등에 아기고양이를 낳아 기른다.

지난 1월 동물전문 구조단체 ‘동물구조119’는 “유기동물은 3월경부터 늘어나 7~8월 정점을 찍고 서서히 줄어든다”며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휴 기간에 유기동물의 수가 폭발적으로 는다는 통념과는 다르다. 실제로 2020년 1월1일부터 2월29일까지 60일간 발생한 유기된 고양이의 수는 1856건이다. 그러나 3월1일부터 4월14일까지 45일간 발생한 유기된 고양이의 수는 1829건이다. 지난 45일간 발생한 유기 고양이의 대다수는 생후 2개월 미만의 어린 고양이다.

동물 전문가들은 무작정 아기 고양이를 주워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10여년 간 경기 안양시 일대에서 고양이 구조활동을 해온 강지혜(41)씨는 봄·여름철 발견되는 대다수의 아기고양이들은 어미가 숨겨둔 것을 사람들이 억지로 꺼낸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강씨는 “구조가 필요한 아기고양이가 있다고 해서 가보면 어미가 숨겨둔 것을 버려졌다고 생각하고 억지로 꺼낸 경우가 많다”며 “사람의 손을 타서 낯선 냄새가 밴 아기고양이들은 어미가 외면한다. 아기고양이를 발견하면 반나절 이상 어미가 찾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 구조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구조할 때는 내가 정말로 아기고양이를 책임지고 기르거나 입양보낼 수 있는지까지 생각해야 한다. 보호소로 간 아기고양이의 대부분은 죽고 만다”고 밝혔다.

실제로 아기고양이는 면역력이 거의 없어 보호소의 환경을 버티지 못 한다. 부산시복지지원단이 부산시의회 이영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발생한 유기묘는 3072마리였다. 이 중 안락사는 단 2마리에 그쳤으나, 전체의 321마리만이 입양됐고 2342마리는 자연사했다. 부산시복지지원단 관계자는 “고양이의 경우 번식기 때 새끼인 상태로 보호소에 들어와 젖을 먹지 못 하거나 전염병에 감염돼 죽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밝혔다.

한지수(41) 수의사는 “우렁차게 울고 활발히 움직이는 아기고양이는 주워서는 안된다. 건강하고 어미가 보살피는 경우 얼굴이 깨끗하고 털도 윤기난다”며 △눈꼽과 콧물 등으로 얼굴이 심하게 더러운 경우 △대로변에 방치된 채 수 시간이 흐른 경우 △기력이 없고 인기척에도 제대로 도망치지 못하는 경우 등을 구조가 필요한 예로 들었다.

아기고양이를 주운 직후에는 가급적 목욕을 자제하고 즉시 동물병원에 가야 한다. 구조가 필요한 아기고양이는 탈수나 전염병, 기생충 등이 있을 수 있어 병원에서의 처치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사람이 먹는 참치 통조림이나 소시지 등을 주는 것 또한 금물이다. 우선 깨끗한 물을 급여해야 하며 개월 수에 따른 고양이용 사료나 분유를 구입하지 못 했다면 참치 통조림의 기름을 빼고 살짝 데쳐 줘야 한다. 우유는 고양이가 소화하지 못 하므로 주지 말아야 한다.

강씨는 “아기고양이들은 체온 조절이 어렵다. 따뜻한 자리를 마련해주고 고양이용 모래와 분유나 사료를 동물병원에서 구입하는 것이 좋다. 급하다면 고양이 화장실 대용으로 종이상자에 모래를 넣어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밝혔다.

‘냥줍’ 하기 전에 체크하세요
△눈꼽과 콧물 등으로 얼굴이 심하게 더러운가요 
△대로변에 방치된 채 오랜 시간이 흘렀나요 
△기력이 없고 인기척에도 제대로 도망치지 못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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