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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인사동 한 화랑에서 모 회사 신제품 홍보를 위해 열었던 누드퍼포먼스에 출연한 모델들이 요구르트를 바르며 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누드’가 유행이다. 유명연예인들이 속속 누드사진집을 내고 있고, 일반인 중 자신의 누드사진을 인터넷에 공개하는 일이 드물지 않다. 누드 시위라는 희한한 퍼포먼스도 등장했다. 몸만 벗을 수 있냐, 상품도 벗어야지. 소위 누드 마케팅을 내세운 상품들은 건축에서부터 작은 소품에 이르기까지 베스트셀러로 기록되고 있다. 정치권도 누드 열풍을 벗어나지는 않는다. 속 시원히 까보자, 정치권의 대선자금은 일명 누드공방으로 불린다. 몸을 벗는 누드에서부터, 속보이는 상품, 투명한 정치까지 유행키워드 누드를 집중분석한다. <편집자 주>

여성누드 선정적 유통 대부분

디지털 카메라가 일반화되면서 언제든지 자신의 모습을 담아 컴퓨터, 휴대폰으로 사이버에 사진을 올리는 것이 가능해진 요즘, 누드는 더이상 특별한 사람들의 유별난 행동이 아니다. 누드사진을 통해 ‘꽃다운 젊음’을 간직하려는 젊은 여성들이 뉴스에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고 하루 방문객만 수만명을 상회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셀프 누드사진을 올리기도 한다. 팍시러브(foxylove.net) 이연희 대표는 “최근 자신의 누드사진을 갖고 싶어하는 여성들이 늘어 자주 이야기가 오르내린다”며 “자신의 벗은 몸을 타인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기록하고 싶은 심리가 갑자기 유행하게 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딱히 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던 욕구가 디지털카메라의 보급으로 쉽게 할 수 있게 된 것”이라며 “동네 사진관에서 누드 사진을 현상해야 하는 부담이 없어지면서 자기를 표현하는 여성들이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누드마니아들은 성현아, 권민중 등 연예인의 누드를 보면서 논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카메라 동호회 등 사이버모임과 카페를 통해 셀프누드 사진을 보며 다른 이들과 의견을 주고받는다. 일반인으로까지 확산된 누드 트렌드는 문제적인 상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회원수가 90만명에 달하는 성인사이트 베드러브(bedlove.net)는 지난해 12월 셀프누드 페스티벌을 벌여 500여건의 누드 사진을 전시, 이 중 자위사진 등이 문제가 돼 검찰이 사이트 운영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 기각된 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베드러브측이 지난달 두 번째 셀프누드 페스티벌을 열자 검찰은 체모 노출을 금지하고 있는 정보통신망 관련 법률 위반 혐의로 사이트 운영자를 구속했다.

너도나도 누드 누드

지난 11일 서울지법 형사10단독 박희승 판사는 한 회사가 요구르트를 홍보하는 ‘누드 퍼포먼스’를 벌인 것에 대해 공연음란 혐의로 S우유 마케팅 팀장 강모(49)씨 등 관계자 3명에게 각각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행사에 참여한 누드모델 2명에 대해서도 벌금 100만∼300만원을 선고했다. 강씨 등은 지난 1월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한 화랑에서 80여명의 관객이 모인 가운데 몸에 바르는 요구르트 홍보를 위해 누드모델 3명을 출연시켜 요구르트를 분무기로 뿌리는 등 퍼포먼스를 벌인 혐의(공연음란)를 받았다.

지난달 27일부터 세종문화회관에서 한국 누드화의 역사를 볼 수 있는 ‘한국의 누드미학 2003전’전시장에 관람객들의 발길이 계속되고 전시회에서 아마추어 크로키 강좌를 개설, 주목받는 것을 보면 상업적인 의도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을 듯 하다.

신경정신과 전문의들은 인간은 누구나 노출하고 싶은 욕구를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이 노출욕구에 나르시시즘이 결합하면 누구나 쉽게 누드의 유혹에 빠져들 수 있다고 말한다.

온갖 문화·사회적 구속에서의 일탈로 옷벗기를 해석할 수도 있다. 날것 그대로의 육체를 드러냄으로써 일련의 속박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으며, 이같은 매력이 수많은 사람들을 누드대열에 합류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연희정신과의원 김병후박사는 “노출을 하고 싶은 욕구는 누구나 있는 갖고 있는 기본적인 본능”이라며 “컴퓨터를 쉽게 이용할 수 사회적인 환경도 사람들이 누드를 쉽게 결정하고 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예인은 돈으로, 연예인이 아닌 사람들은 미디어로 누드를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며 “모든 부분을 긍정적으로 볼 수는 없지만 이같은 열풍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디지털 카메라 한 몫

현재 유행중인 누드가 아름다움에 대한 통념을 획일화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매끈하게 잘 뻗은 여성들만이 아름답다는 일방적인 관념을 강화시키는 데만 신경 쓸 뿐 인체가 갖는 다양한 아름다움을 전하는 데는 소홀하다는 것. 누드 대열에 합류한 연예인들 중 나이가 든 연예인이 한 명도 없다는 것과 일반인들이 누드사진을 올릴 수 있는 사이트에서도 작품 비평보다는 ‘몸매 비평’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데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유행중인 누드가 예술로서의 누드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있다. 누드의 한쪽 측면만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아름다움과 추함, 선과 악을 함께 가질 수 있는 예술의 기능을 포기한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누드가 기형적으로 유행함으로써 관음증으로서의 누드만 두드러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당사자들에겐 누드가‘벗기’지만 누드를 보는 사람들 ‘벗기기’로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이화여대 여성학과 김은실 교수는 “현 사회가 섹스하는 몸은 규제가 심하지만 벗은 몸에 대해서는 관대한 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사회가 허용하거나 규범에 걸리지 않는 범위에서 몸의 의미가 외화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기형적인 유행 경계해야

김 교수는 몸의 의미가 밖으로 드러난 만큼 자신의 정체성을 내부에서 찾지 않고 외부에서 찾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방 안에 있어도 자신의 이미지를 미디어에 연결시키는 순간, 이미 밖에 있는 것으로 의미가 변화된다고 말했다. 그는 누드를 ‘몸의 해방’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지만 소비문화가 윤리, 규범을 넘어서면서 누드가 소비문화의 한 축에 속해버린 것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누드를 몸에 대한 인식 변화라고 분석하면서도 거대한 소비문화 속에서의 마구잡이식 ‘몸의 미디어화’를 경고하고 있다. 특히 여성의 몸의 이미지가 미디어에 뜨는 순간, 남성의 눈으로 비춰지게 된다는 것을 우려한다. 실제 인터넷 셀프누드 사이트는 젊은 여성과 남성들의 참여가 두드러지며 젊은 몸, 단련된 몸, 아름다운 몸만을 사진으로 올리고 있다. 대부분의 사진은 얼굴 아래로 상반신이나 하반신, 얼굴을 가린 전신 등 거의 얼굴을 알아 볼 수 없게 실린 사진이 많다. 수백 건씩 달린 리플도 ‘뱃살 좀 빼라’‘가슴을 수술한 것 같다’등 외모에 치중한 경향이 많다. 기자가 누드모델이 아닌 사람을 대상으로 셀프누드를 찍어서 사진을 올린 사람들과 인터넷 등으로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얼굴을 드러내고 인터뷰를 하려는 사람을 만나기는 힘들었다.

셀프누드를 찍고 싶다는 정모(23)씨는 “셀프누드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거나 남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찍는 것 같다”며 “연예인 누드는 호기심이지만 자신이나 가까운 사람의 사진은 관심과 표현이다”고 말했다.

‘벗은 몸을 찍는 것만이 누드가 아니다’라는 지적에 대해서 일반인들은 “굳이 사회적으로 예술이다, 아니다 하는 잣대를 댈 필요는 없다”“상업적인 목적으로 만들지 않았다면 딱히 구분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미디어칸 성문화센터 배정원 소장은 “자기의 몸에 자신을 가지고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보여주고 싶은 마음을 노출증과 관음증으로 단순하게 설명하기보다 다양한 문화 코드의 하나로 이해해야 한다”며 “기념하기 위해 사진을 찍듯이 자신이 젊었을 때 아름다운 몸을 간직하고자 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휴대폰 카메라로 애인의 누드를 찍어 보관하고 있는 조모(25)씨는 “휴대폰에 비밀번호를 지정해 친구와 나만의 누드를 즐긴다”며 “컴퓨터에서 볼 수 있는 매끈한 몸매는 아니지만 앞으로도 애인과 셀프누드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신아령 기자arshi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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