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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다움 강조 교육 줄어든 자리

갈등 해결 교육 없이 폭력 파고들어여고생이 남자친구를 시켜 친구를 성폭행하고 여중생들이 폭력으로 또래 친구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등 최근 여학생들의 심각한 폭력 사건이 물의를 빚고 있다. 더욱이 청소년보호위원회 최근 설문조사에서도 여학생들의 폭력 경험이 높은 증가율을 나타내 사회적인 대처가 시급하다.

지난달 24일 서울 S여고 이모(16)양 등 여학생 3명과 H고 김모(16)군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보호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이들은 학교 친구 박모(16)양을 상습 폭행하고 지하철에서 구걸을 시킨 것도 모자라 강제로 술을 먹인 후 남자친구 김군이 성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박양은 김군 이외에도 이들과 어울려 다니던 다른 남학생에게도 여러 차례 성폭행을 당했으며 교내에서도 '집단 따돌림'을 받았다.

이날 경기도 용인에서도 경찰이 여중생 강모(14)양 등 3명에 대한 상해치사 혐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평소 친구 사이인 A양이 생일파티 후 청소를 하지 않고 사라졌고 평소 거짓말을 잘 했다는 이유로 무릎을 꿇린 뒤 주먹과 발로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다. 여학생들의 폭력 문화는 이미 몇 해 전부터 여학생 폭력서클 등 심각한 문제로 지목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그 폭력의 정도가 심각하고 일반 학생들에게까지 확산돼 우려를 낳고 있다.

여성학 수업에서 여학생 폭력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는 민가영 씨는 “몇 해 전만 해도 이른바 '일진'이라 불리는 여학교 폭력서클 내 폭력이나 다른 학교 '일진'과 싸우는 과정에서 폭력이 문제됐다”며 “하지만 최근 보도를 접하면 더 이상 일부 여학생들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민씨의 지적은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4~5월 전국 초·중·고 150여개 학교 1만46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조사학생의 19.1%가 학교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나 지난해 13.8%에 비해 5% 이상 증가한 것이다. 특히 여학생들의 폭력경험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고등학교 여학생은 6.4%(지난해 3.2%), 중학교는 19.9%(8.9%), 초등학교는 18.1%(13.3%)로 지난해에 비해 적게는 3%에서 많게는 11% 이상 높아졌다. 이는 남학생들의 증가치(3~7%)보다 높은 것으로 여학생들의 폭력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청보위 이승희 위원장은 “이미 2001년 학교 폭력 조사에서 중학교 여학생의 폭력 경험이 남학생보다 높게 나타났었다”며 “폭력 뿐 아니라 흡연, 음주 등 여학생들의 일탈적인 행동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여성다움을 강조하던 문화가 바뀌면서 여학생들도 의견을 활발히 개진하는 등 여러 분야에서 여학생들의 우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문제는 집단 따돌림이나 폭력 등 일탈행위에서도 여학생들이 남학생들에 비해 더욱 잔인하고 악랄한 방법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청소년상담센터 임재연 실장은 이에 대해 “여학생들의 폭력이 잔혹한 것은 또래 남학생들에 비해 심리적, 정신적으로 보다 성숙한 여학생들이 성인들의 폭력을 더욱 정교하게 모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임 실장 역시 “여학생들이 남학생들과 똑같이 일본만화, 성인잡지 등에서 폭력을 접해도 예전에는 여성의 다소곳함을 강조하는 교육을 받았다”며 “하지만 여성의 사회적 위상이 달라지고 남녀차별적인 교육이 없어지면서 여학생들도 분노와 불만을 그대로 표출하는 양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은 여고생 이모양 사건에 대해 “여학생이 친구를 성폭행하도록 시켰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라며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을 억누르기 위해 성폭력을 하나의 수단으로 보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아이들이 말이 통하지 않을 때 어떤 식으로 갈등을 해결하는지 방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무방비로 쏟아지는 잘못된 폭력문화와 성문화로 자신들의 행위 자체에 대한 도덕적 감수성을 상실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가정이나 학교에서 한 인격체로 존중받았던 인물이라면 그런 극단적인 행동을 했을까”라며 “가정과 학교에서 성장기 소녀들을 위한 전반적인 인성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재연 실장 역시 “학교폭력의 경우 예방교육이 가장 중요한데 아이들은 인권에 대한 기본교육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며 “학교의 커리큘럼에 인성교육과 인권교육을 넣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임 실장은 “우리나라는 학교 폭력 사건을 처리할 수 있는 학교폭력특별법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이승희 위원장 역시 “분명한 것은 초등학교에까지 폭력이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라며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학교 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선 학교에서 학교폭력 예방교육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지만 각 학교에 1부씩 지침서만 있을 뿐 교육청 차원의 적극적인 교육이나 연수가 미흡한 상황이다. 학부모단체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지난 2001년부터 제정을 요청해온 학교폭력예방특별법은 현재 3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김선희 기자sonagi@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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