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시아드 대회 중 대구사랑모임 공동대표 활동한 임수경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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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기태>

지난달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임수경(36)씨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임수경씨는 이번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 기간 동안 대구사랑모임이라는 시민단체의 공동대표로 활동하면서 대회기간 동안 북한 대표단과 만나며 그들의 격앙된 감정을 풀어주기고 하고, 환영만찬을 주최하기도 하면서 민간교류사절로서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했다.

1989년 평양에서 열린 '세계청년학생축전'에 남한 대표로 참석해 45일 동안 북한에 머물다 판문점을 통해 건너오면서 남과 북 모두에게 '쇼크'를 주었던 젊은 대학생 임수경은 이제 한 아이의 엄마로, 대학 강사로 그리고 통일운동가로 한층 폭넓은 자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

지난달 30일 일요일 오후 구기동에 있는 그의 오피스텔에서 만났다. 부모님 그리고 아들 재형(9)이와 함께 살고 있는 평창동 집에서 가까운 곳에 마련한 10평 남짓한 그의 오피스텔에는 침대와 넓은 책상, 빼곡이 들어찬 책들로 꾸며졌다. 취재진이 방에 들어서자마자 새로 장만한 스피커 성능을 들려주고 싶다며 음악을 틀었다. 방 안 가득 잔잔히 울려 퍼지는 클래식을 들으며 그와 이야기를 시작했다.

- 이번 북한응원단에 대해 말들이 많았다.

“응원단이 대학 2∼3학년생들인데 미녀의 개념이라기보다는 우리도 그 나이 때 다 그렇게 이쁘지 않았나. 같은 대구사랑모임 공동대표였던 정동영 의원이 '미녀'응원단이라고 말하기에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응수하긴 했다. 지난해 아시안게임에 온 응원단은 예술단이라 그랬는데 지금은 대학생들이라… 남학생들이 안 온 게 문제였나? 왜 안 왔는지 물어볼 걸 그랬다.”

- 최근 한 보도에서 일순위 정치영입인물로 거론됐는데…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치는 국가 대표급 선수들이 해야 한다. (정치권에서 프로포즈는?) 정식으로 프로포즈 받은 적은 없었다. 그냥 이런 것들을 하면 좋겠다, 대선 때도 뭐를 같이 하면 좋겠다 그렇게 말을 한 적은 있는데, 내가 같이 하면 표 떨어진다 그렇게 거절한 적은 있다.”

- 얼마 전 TV인물현대사에서 나오던데 스타 같은 존재인 것 같다.

“스타라면 돈이라도 벌었지만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 한동안 언론을 피했다. 나 스스로 자신감이 없었던 것도 있는데 내가 뭐 특별하게 하는 게 없으니까 힘이 없어서. 이혼한 것도 위축된 부분이 있었다(임씨는 지난 99년 신문기자였던 남편과 이혼하고 양육권 소송 끝에 아들을 키우게 됐다). 나 스스로 마이너리티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너무 많이 알려져서 비난과 공격의 대상이 되었던 것도 있었다.”

- 유명세로 힘들었던 게 많았겠다.

“한 때 너무 조급했다. 모든 게 친구들보다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다. 나의 젊은 청춘은 없는 것 같다. 제대로 된 직장생활 한번 못해 봤고, 모든 게 늦어지니까 무슨 일 하려고 하면 공격받고. 작년, 재작년 북한 갔을 때 내가 옛날에 만났던 대학생들을 만났는데 누구는 최고 인민회의 대의원, 누구는 대사부인, 누구는 적십자 대표 누구는 천주교단체 대표 그렇게들 되어 있었다. 여기도 마찬가지. 신문사에 들어간 친구들도 차장급은 되어 있고. 북녘동포들을 위해서건 우리사회를 위해서건 열심히 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지 못해서 괴로웠다.

10년 만에 사면복권 됐고. 여권도 이제야 나왔다. 지금도 보안관찰을 받고 있는 중이다. 어디를 가려고 하면 가끔씩 관계기관에서 전화 오는 것도 싫고…. (임종석도 국회의원이 됐는데?) 임종석은 그럴 만하다. 국회의원도 해야 하고 대통령도 돼야 할 사람이다. 남을 배려하는 생각과 관점을 가지고 있고 자기 자신의 영리에 치우쳐서는 안 되는 게 국회의원이라는 자리다. 임종석은 친구지만 존경할 만한 구석이 많다.”

- '통일의 꽃'으로 지금까지 불리는데…

“임종석 그러면 국회의원 그런 게 있는데 임수경 하면 뭐가 없다. 잡지에 기고를 해도 임수경 괄호 열고 통일의 꽃 그렇게 썼다. 너무 웃겼다. 그때 이런저런 직책이 있다면 좋았을 텐데 그게 없었다. 아무 것도 없이 나올 때도 있다. 나는 명함이 없다고 그러면 임수경이 명함이 필요한가 그렇게 얘기한 사람도 있다. 근데 나도 사회에 더불어서 살아가야 되는데…”

- 386세대에 대한 비판론도 거세다.

“386세대는 나보다 남, 조국, 통일을 생각하는 것을 배운 세대다. 그런 사람들이 정치해야 한다고 본다. 정치하면 할아버지들이 떠올랐는데 386들이 정치에 진입하면서 국회의원들의 권위가 무너지는 게 좋다. 대구에서 젊은 오빠들이 국회의원 배지 달고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보기 좋았다.”

- 원래 꿈은 뭐였나?

“소설가가 되는 것이었다. 외대 문학상도 받았다. 내가 받은 상 중에 제일 자랑스러운 것이 그것하고 올해의 여성상(여연) 받은 것이다.”

임수경씨는 최근 어린이들을 위한 통일 책 <참 좋다! 통일세상>(황소걸음)을 펴내기도 했다. 박사학위 논문(외국어대 신문방송학과 언론법제전공)을 마무리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는 임수경씨는 논문이 끝나면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한다.

황오금희기자egalia2@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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