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이끈 고 이건희 회장의 빛과 그림자
삼성그룹 이끈 고 이건희 회장의 빛과 그림자
  • 조혜승 기자
  • 승인 2020.10.26 21:18
  • 수정 2020-10-28 21:4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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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글로벌 기업으로 이끌었으나
무노조경영·불법 경영권 승계 등 이면도
반도체공장 여성노동자 산재도 인정 안 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향년 7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이 회장은 국내 주요 기업 대표로는 처음으로 여성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한 CEO 였다. 삼성은 1992년 비서, 디자이너 등 여성 전문직 공채에 이어 1993년에는 대졸자를 대상으로 여성 공채 1기를 시작했다. 당시 신문 1면에 실린 ‘전문가에게는 남녀가 없습니다. 지금 프로비즈니스 우먼의 세계로 오십시오’라는 내용의 채용 광고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여성 공채를 시작한 공로로 이 회장은 그 해 10월 BPW 선정 제1회 여성지위향상 골든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1994년에는 학력·성별 철폐를 골자로 하는 '열린 인사 개혁안'을 내놓는 등 여성 인력 채용에 앞장서 왔다.

지난 1997년 자신의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에서는 “여자라는 이유로 채용이나 승진에서 불이익을 준다면 이에 따라 당사자가 겪게 될 좌절감은 차치하고라도 기업의 기회 손실은 무엇으로 보상할 것인가”라며 여성 인력 중용을 강조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5일 별세했다. 향년 78세. 사진은 이 회장이 2011년 반도체 16라인 가동식 참석한 모습. ⓒ여성신문·뉴시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5일 별세했다. 향년 78세. 사진은 이 회장이 2011년 반도체 16라인 가동식 참석한 모습. ⓒ여성신문·뉴시스

 

그러나 동시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한 여성 노동자의 건강권과 인권은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노동집약 산업인 반도체는 현장에서 일한 수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성과를 이뤄내기 힘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삼성은 반도체공장과 LCD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과 암 등 질병을 얻은 피해자들을 외면했다. 조사 결과, 2007년 고 황유미씨 사망 이후 총 229명의 제보자와 79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피해자들이 10년 넘게 싸운 지난 2018년 11월에야 삼성은 조정위원회의 최종 중재 내용을 결국 받아들였다.

이 회장 재임 시기 삼성은 무노조경영, 불법 경영권 승계 등 문제로도 시민사회의 강력한 비판을 받아왔다. 이 회장은 경영권 편법 승계 문제와 두 번의 비자금 조성, 무노조 경영 등으로 검찰과 특검 수사를 받았다. 1995년 11월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당시 대검 중앙 수사부의 수사를 받은 데 이어 2008년 김용철 변호사(삼성그룹 전 법무팀장)가 폭로한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대검 수사를 받았다. 특검은 이 회장을 경영권 편법 승계와 관련해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 5월에 이르러서야 노조 와해 공작 사태로 이재용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무노조 경영원칙을 폐기했다. 

고 황유미 10주기, 삼성전자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 집중행동 선포 기자회견에서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가 영정사진을 든 채 눈을 감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고 황유미 10주기, 삼성전자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 집중행동 선포 기자회견에서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가 영정사진을 든 채 눈을 감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진보당은 이 회장 별세에 대해 ‘이건희 시대가 남긴 그림자, 노동자와 시민사회 힘으로 청산해 야’라는 제목으로 논평을 내고 “이 회장이 살아온 삶의 명암은 분명하다.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고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했지만, 이면에는 불법 경영권 승계, 정경유착 등 이 회장은 돈을 앞세워 법조계, 정치계, 학계 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무노조 경영, 노조 파괴 등 평등한 노사관계와 노동자의 권익 향상을 가로막았다”라고 비판했다.

진보당은 이 회장의 죽음 뒤에 가려진 노동자들의 희생을 언급했다. 진보당은 “염호석, 최종범 열사는 삼성의 무노조 경영을 타파하기 위해 투쟁하다 죽었다”라며 “황유미 등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질병을 얻어 사망한 여러 노동자들의 희생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삼성이 마지막까지 억울한 죽음의 책임을 회피하려 했으나 노동자들과 시민사회의 투쟁으로 최소한 사과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고도 했다.

삼성전자의 산업재해 노동자 인권 보호 활동을 한 시민단체 반올림도 이날 입장을 내고 “이건희의 삼성이 저질러온 많은 문제가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았다”며 “삼성은 직업병 피해자들을 비롯해 시민사회에 대한 불법사찰 행위를 해결하라는 요구에 여전히 답이 없다”고 주장했다.

반올림은 이어 “법 위에 군림해왔던 삼성을 우리 사회가 더는 용납하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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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7 13:59:18
이 기사는 돌아가신 황유미 씨와 여성노동자들의 사망사례를 엄중히 다루고 있는데, 다른 기사에서는 '여성 인재 중용'이라며 이건희에 대해 용비어천가를 읊어놓았더라고요. 아무리 기자의 자율성을 존중한다지만 이렇게나 다른 어조가 동시에 실리는 것이 신비롭습니다. 여성신문의 입장이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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