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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호/ (사)한국여성유권자연맹 회장

내 나라가 심히 걱정이 된다. 우리의 정치는 뇌사 상태이고 우리의 경제는 앞이 안 보이고 우리의 사회는 무법천지다. 진정 이 나라에 정부가 있는가?

정치권이 정경유착과 이권개입으로 온통 나라를 뒤흔들더니 이젠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국회와 정당을 온통 폭력으로 장식한다. 붉은 띠를 두른 노조의 광기와 분배를 거부하는 기업의 불협화음은 국민들을 온통 불안하게 만들고 매해 여름마다 수마로 폐허가 되는 내 조국의 땅덩어리는 한숨뿐이며, 내 집 마당에는 안 된다는 님비현상의 극치는 주민들에 의해 피투성이가 된 부안군수의 모습을 안방까지 생생하게 방영하면서 우리를 더욱 더 슬프게 만들고 있다.

홈쇼핑 이민상품에 20∼30대 젊은이들이 아이들 교육과 미래를 위해 앞다퉈 이민을 신청하고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며 가정을 파괴하는 이혼율은 세계 제2위이며 젊은 여성들은 결혼을 늦추고 출산을 기피하면서 자신만의 공간 만들기에 심취되어 있으며 카드 빚에 쫓긴 사람들은 강도로 돌변하면서 이민급증, 출산율저하, 자살증가, 가족해체라는 극단적인 사회 병리현상을 야기시키고 있다.

지금 이상과 정열을 잃어버린 내 나라는 총체적 위기이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이며 희망이기도 하다. 우리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하여 변화의 주체를 바꾸고 대통령을 비롯한 위정자들은 사는 게 너무 힘들다는 국민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과연 그들의 소망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인식해야 할 시기이다. 이 시대의 변화의 주체는 첫째, 희망을 추구하는 세대나 계층도 되겠지만 오랜 세월 주변인으로 살아 오면서 고통과 희생과 봉사로서 우리의 역사를 지켜 온 여성이 돼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새로운 세상은 여성의 자질과 경험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둘째, 다양한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통합적인 지도자가 우리는 필요하다. 이때 지도자는 지향하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목표에 장애가 되는 요소를 과감히 제거할 수 있는 결단력을 가지고 국민들을 동기화시키면서 우리와 함께 갈 수 있는 지도자라야 한다.

한국은 새로운 정치를 필요로 한다.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냉소를 거두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내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오늘도 모이고 또 모인다. 희망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을 이끌어갈 진정한 지도자와 추종자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침묵하는 다수뿐이다. 침묵하는 다수의 에너지를 어떻게 표출시키느냐에 한국의 미래가 달려 있는 것이 아닌가?

이젠 여성들도 내 가족만을 돌보고 사랑하는 마음의 님비현상을 과감히 떨치고 오랜 세월 축적해 온 아름다운 에너지를 새로운 역사 만들기에 아낌없이 써야 할 시간이다. 왜냐하면 이 나라의 위기를 희망으로 바꿀 유일한 자원으로 희생속에 자신을 담금질해온 강인한 여성들의 힘과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 함께 갑시다. 내 나라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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