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안 좋고 졸리니까’ 추워도 외투 입지 말라는 학교들, 인권침해입니다
‘보기 안 좋고 졸리니까’ 추워도 외투 입지 말라는 학교들, 인권침해입니다
  • 김규희 수습기자
  • 승인 2020.12.27 15:22
  • 수정 2020-12-30 17: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청소년 인권 활동가들
“교내 외투금지 교칙 유지하는 학교 아직 많아
인권의식 부족해 개선 더뎌
‘학생인권법’ 제정해 청소년 인권 지키고
인권교육·학교 운영정보 공개도 해야”
왼쪽부터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의 난다 활동가,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의 치이즈 활동가, 청소년페미니스트네트워크 ‘위티(WeTee)’의 김화현 활동가. ⓒ지음·아수나로·위티

추운 겨울 학생들의 교내 외투 착용을 허용하는 학교가 늘고 있지만, 아직도 교칙을 바꾸지 않는 학교가 있어 ‘인권침해’라는 비판이 나왔다. (관련 기사▶ [단독] 추운데 외투 금지·벌점 주는 학교들...“인권침해 여전” www.womennews.co.kr/news/204920)

매년 거듭되는 지적이다. 2016년 교육부는 전국 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교내 외투 금지 교칙은 학생 인권을 침해할 수 있으니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도 지난 10월 “교내 외투 착용 금지는 학생의 건강권과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개정을 권고했다. 

청소년 인권 활동가들도 교내 외투 착용 금지는 교칙이나 전통으로 단순화할 문제가 아니라, ‘학생 인권 차원의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23일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의 난다 활동가,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의 치이즈 활동가, 청소년페미니스트네트워크 ‘위티(WeTee)’의 김화현 활동가의 의견을 들었다.

10일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청주지부추진모임은 '충북지역 중고등학교 인권침해 학생생활규정 조사'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아수나로

 

Q. 교내 외투 금지 논란이 반복되는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난다 : 기시감을 느낀다. 2016년 청소년 인권단체인 ‘인권친화적학교+너머운동본부’가 학칙 문제점을 조사했을 때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교육부에서 지침이 나왔는데도 그대로다. 학생 인권 침해가 사회 문제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금방 소비돼버린다.

치이즈 : 개선 권고 이후 학교가 바뀌나 싶었지만 조금 지나니 제자리로 돌아왔다. ‘아수나로’ 청주지부가 10일 발표한 ‘충북 211개 중·고교 학생생활규정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충북 지역에서만 외투 착용을 금지·제한하는 학교가 20.4%다. 학교가 교육부나 인권위 권고에 따르지 않는다고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교장이나 생활부장 교사의 성향에 따라 관습적으로 외투 착용을 규제하는 학교가 많다.

화현 : 학교의 복장 일원화 지침은 학생 개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 더 이상 학교가 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청소년의 옷차림을 단속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Q. 왜 이렇게 개선이 더딜까


난다 : 첫 번째는 인식의 문제다. 학교가 학생에게 ‘이래라저래라’ 해도 된다는 인식이 여전하다. 직장인의 외투 착용을 막는 일은 상상할 수 없지만, 학생에게 겉옷을 금지하는 현실을 보면 한국 사회에서 청소년 인권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알 수 있다. 두 번째는 제도의 문제다. 서울, 경기 등 몇몇 지역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됐지만, 이를 제외하면 청소년 인권 보장을 위한 법제도가 사실상 없어 학생들의 권리가 보장되기 어렵다.

치이즈 : 교사들이 학생 인권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하다. 자기 체온에 맞춰 따뜻한 옷을 입는 건 너무 당연한 권리인데 ‘교사 눈에 보기 안 좋다’, ‘추우니까 졸릴 거다’ 등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학생들의 기본권이 무시되고 있다. 학생 인권에 대한 고려 없이 만들어진 옛 교칙을 유지하고 있다. 개정하려면 여러 의견을 모아야 하고 절차도 밟아야 하니 오래 걸리고 힘들다. 

화현 : 학교 내 위계적 문화 때문이다. 교사와 학생, 남성과 여성, 상위권과 하위권 등 교내에서도 다양한 위계 관계가 있다. 학교에서 권력 관계가 사라지지 않는 한, 학생과 소수자의 인권은 지켜지기 어렵다.

 

Q. 교내 인권침해 교칙을 개선하려면 어떤 사회적 노력이 필요할까


난다 : 학생 생활과 관련한 교칙을 개정할 때 총학생회 및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 학생이 학교 운영에 참여할 제도적 지지 기반이 필요하다. 청소년 인권운동이 오랫동안 ‘학생인권법’을 요구해온 이유다.

치이즈 : 학생들은 교칙이 어떤 과정을 통해 개정될 수 있는지 모른다. 주도권은 대부분 교사와 학부모에게 있다. 학생인권법 등을 제정해 학생 의견이 실질적으로 학교에 반영될 수 있게 바꿔야 한다. 학생들이 교칙 개정 여부나 절차 등을 투명하게 알 수 있도록 정보 접근권도 보장돼야 한다.

화현 : 학생들의 권리를 진정으로 보장하려면 법, 제도의 변화로는 부족하다. 학생 인권이나 페미니즘 교육 등을 통해 학교 내 위계와 차별을 없애야 한다. 교내 위계적인 문화를 직접 바꾸려는 노력과 대화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의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