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원 122명에 성소수자·소수인종 ↑
역대 가장 다양성 보장된 의회
‘그녀’ → ‘의원’ 등 성중립 호칭 사용키로
한국계 하원의원 4인...역대 최다 입성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개원한 제117대 의회에서 의장에 재선돼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AP·여성신문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개원한 제117대 의회에서 의장에 재선돼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AP/뉴시스·여성신문

제117대 미국 연방 의회가 3일(이하 현지시간) 출범했다. 이전과 비교해 여성과 소수인종, 성소수자 등이 크게 늘어났다. “역대 가장 다양한 구성을 갖췄다”는 현지 언론의 평가가 나왔다. 
 

여성 의원 122명...역대 가장 다양성 보장된 의회

미국 공영라디오 NPR에 따르면 공화당에선 35명의 여성 하원의원이 탄생해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AP통신도 공화당은 이번 의회에서 어느 때보다 많은 여성 및 소수인종 의원을 배출했다고 전했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의원은 하원의장으로 재선출되면서 4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그는 4일 첫 의장 연설에서 “기록적인 122명의 여성과 함께 미국 역사상 가장 다양한 하원의 의장으로 봉사하게 된 것이 저에게 큰 자부심을 준다”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으로 미국 첫 트랜스젠더 상원의원에 당선된 세라 맥브라이드는 “나 같은 사람이 우리나라에서 상원의원에 당선된다는 것은 거의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불가능해 보였다. 모든 사람에게 기회와 존엄성을 쌓는 데 앞장서는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말했다.

 

성별 호칭을 ‘의원’ 등 성 중립적인 표현으로 대체

미 민주당은 새 하원의 내부 규칙에서 ‘그녀(She)’ 등 성별을 지칭하는 호칭을 ‘의원(Member)’ 등 성 중립적인 표현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펠로시 하원의장과 짐 맥거번 하원 규칙위원장이 공개한 하원 규칙안을 보면, ‘그’와 ‘그녀’를 ‘의원’, ‘대표(delegate)’, ‘그들(they)’ 등으로, ‘아버지’와 ‘어머니’를 ‘부모’로 바꾼다고 명시됐다. ‘형제’나 ‘자매’는 성 중립적인 ‘형제자매(sibling)’로 대체한다. “모든 성 정체성을 존중하기” 위해서다. 이 규칙안은 4일(현지 시간) 당내 투표에 부쳐져 217표 대 206표로 수용됐다. 

 

역대 최다 한국계 하원의원

이번 의회에는 역대 가장 많은 한국계 하원의원 4명이 동반 입성했다. 민주당의 앤디 김(재선·뉴저지주), 어머니가 한국인인 메릴린 스트릭랜드(초선·워싱턴주, 한국명 순자), 공화당의 미셸 박 스틸(초선·캘리포니아주), 영 김(초선·캘리포니아주) 의원이다. 스트릭랜드 의원은 3일 취임식에 한복을 입고 참석해 주목받았다. 

한복을 입고 선서하는 메릴린 스트릭랜드 의원. 스트릭랜드 의원 트위터 캡처
한복을 입고 선서하는 메릴린 스트릭랜드 의원. ⓒ스트릭랜드 의원 트위터 캡처

스트릭랜드 의원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한국계 미국인이자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서 한복을 입는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깊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복은 내가 물려받은 문화적 유산을 상징하고 우리 어머니를 명예롭게 할 뿐만 아니라 우리 국가, 주, 그리고 국민의 의회에서 다양성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더 큰 증거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스트릭랜드 의원은 1962년 서울 출생으로, 한국인 어머니 김인민 씨와 미군 흑인 아버지 윌리 스트릭랜드 사이에서 태어났다. 한 살 때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이주한 스트릭랜드 의원은 워싱턴주 타코마 시의원을 거쳐 시장에 당선,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재직했다. 타코마 시장으로서 첫 동양계이자 첫 흑인 여성이다. 이번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됨으로써 워싱턴주를 대표하는 첫 흑인 미국인이자, 미 의회 역사상 첫 한국계 미국인 여성이기도 하다. 

NPR은 “기록적인 수의 여성, 소수인종, 성 소수자 의원들은 117대 의회를 역사상 가장 다양한 의회로 만들었다”며 의회의 다양성을 높이는 데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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